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생뚱맞은 대선출마설이 정계의 화두로 등장하여, 집권 좌파세력의 이명박 죽이기 국정감사도 뉴스가치가 없어질 지경이다. 어떻게 보면 이회창의 대선출마설이 이명박 죽이기에 전력투구하는 집권 좌파세력의 국정감사를 퇴색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마져 이명박에게 주는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국정감사에서 이명박의 BBK를 비난하는 대통합신당의 목소리는 이회창의 대선출마 움직임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일이 되려고 하면 실수도 유익하고, 일이 되지 않으려고 하면 성공도 해로운 수가 있는데, 이명박에게는 지금까지 모든 유불리한 상황들이 그에게 유리한 효과를 주었다는 판단도 해본다. 조갑제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 손학규의 탈당, 아프간 인질사태 등은 모두 이명박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명박은 지금까지는 정치운이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심지어 10월 27일의 한 여론조사에서 대선에 출마하면 13.7%의 지지율을 얻는다는 이회창의 대선출마설도 결국 이명박에게 유리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엉뚱한 생각마져 해본다. 대선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출마를 실행할 경우 14% 정도의 지지율을 얻을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불교방송(한국오피니언리서치)이 지난 27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 44.2%, 정동영 후보 20.4%에 이어 이회창 전 총재는 13.7%의 지지율을 나타내며, 문국현 후보 6.0%, 권영길 후보 3.4%, 이인제 후보 3.2%를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회창의 지지율은 지역별로는 대전(20.5%), 충남(17.9%), 경남(17.9%), 울산(17.3%)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이회창의 대선출마에 대해 찬성(39.9%)보다는 반대(47%)가 더 많았다. 상당한 득표력을 가지고 있는 이회창의 대선출마는, 무조건적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정권교체에 독도 되고 약도 될 수 있는 복잡한 변수로 규정해야 한다.
이회창의 대선출마가 이명박 후보에게 유익한 약이나 독려의 채찍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이회창 후보가 주장할 안보문제에 대한 더 강한 목소리, 박근혜와 이회창 파벌에 대한 더 많은 배려, 그리고 가치논쟁에 대한 더 적극적인 대응 등 몇가지 전제조건들을 이명박이 충종족시킨다면, 이회창의 출마행보 자체가 이명박에게 더 유익한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회창의 대선출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회창의 대선출마를 가능케 한 이명박의 한계와 박근혜-이회창 진영의 요구를 어떻게 이명박 후보가 인정하고 극복하는가가 더 큰 문제이다. 이회창이 제기할 정치적 문제나 요구들을 이명박 후보가 잘 흡수, 조절, 통합한다면, 이명박은 이회창의 출마를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소화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다른 악재들이 이명박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듯이, 이회창의 출마 움직임 자체도 이명박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먼저 이회창의 대선출마 움직임은 곧 이명박에게 민의와 국익에 충실하라는 독려의 채찍이 될 수 있다. 이회창의 출마 움직임을 계기로,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이 제기한 국가안보와 대북정책에 더 확고하고 분명한 남한주도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 핵무기 실험 후에 국민들이 느낀 국가정체성의 약화와 국가안보의 불안은 노무현의 방북으로 더 강화되었다. 노무현은 남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김정일을 위해서 방북하고 협상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강하게 주었다. 그 결과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김정일을 남한의 평화가 아닌 남한의 혼란에 주범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대응은 미흡했다. 이명박 후보는 안보문제를 남한의 입장에서 보아 더 현실주의적인 대북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주체적인 대북정책을 수행할 것임을 확신시켜야 한다.
안보에 관한 보수세력의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盧정권의 안보해체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무관심을 핑계로 대선출마를 강행하는 이회창의 명분과 주장을 이명박은 흡수해야 한다. 이회창의 권력욕과 박근혜의 복수심 때문에 이회창이 대선출마를 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이회창은 10월 24일 '서해NLL사수'라는 명패를 앞에 세우고 '대한민국사수국민대회'에서 연설할만큼 이회창의 대선출마 명분은 '국가안보'이다.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세력을 흡수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한의 줏대와 이익을 기반으로 한 대북협상 정책이다. 남한을 무시하고 북한에 굴종하는 듯한 노무현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에 분노한 자유시민들을 이명박은 무시할 필요가 없다. 이회창이 등장할 수 있는 명분을 이명박이 취하여 국민들에게 정책으로 대변할 기폭제를 이회창의 출마가 조성한다면, 이회창의 대선출마 움직임 자체가 이명박에겐 보약이다.
그리고, 이회창의 대선출마 강행을 계기로, 이명박은 박근혜와 이회창 세력에게 적당하게 권력의 배분을 하는 양보의 정신을 더 가져야 한다. 정치판에서는 공정한 권력의 배분는 가장 중요하다. 갈라먹기가 본질인 정치판에서 권력의 분배는 정치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능력이다. 보수진영의 권리와 주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정도로 변변치는 않지만, 그래도 보수정인인 한나라당을 지금까지 유지시켜온 이회창과 박근혜의 지지세력들에게 일정한 권력의 지분을 분배하는 것을 이명박은 신경써야 한다. 정치는 치사할만큼 타산적이다. 지금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박근혜, 이회창 추종자들에게 손톱만한 권력이라도 서로 공유하고 분점하게 만드는 노력은 갈등 방지에 중요하다. 야당 내의 손톱만한 권력이라도 박근혜 세력과 이회창 세력에게 분점시켜야, 결국 이명박 진영에 더 유리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이회창의 대선출마는 우파진영의 분진합격(分進合擊)의 절묘한 전략과 이회창의 기적적인 자기희생이 동반된다면, 정권교체에 강력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변수이다. 이회창의 대선출마 행보에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진짜 이회창이 대선후보로 출마할 경우에, 이명박이나 보수진영에 어떤 현상이나 결과로 나타날 것이냐는 점이다. 과연 이명박은 이회창이 주장하는 명분을 잘 흡수하여, 이회창이 맥을 쓰지 못하고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집권 좌파세력을 평화선동, 가치공세, 도덕검증을 극복하지 못한 이명박 후보가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과 이회창이 잘 공조하여 대선후보자 토론에서 좌파후보를 협공하다가, 나중에 두 사람이 후보단일화를 성공시켜서,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효과를 무력화시킬 것인가? 만약 이명박과 이회창에게 진정한 애국심과 애족심이 있다면, 선거의 막판에 약한 후보가 강한 후보를 지원하는 후보단일화도가 보수진영에서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요는 이회창의 대선출마 자체가 아니라, 이회창에게 자신의 사리사욕을 넘어선 애국심과 공의감이 있느냐가 더 큰 근원적 문제이다. 이회창이 대선에 출마하여, 집권 좌파세력에 우물쭈물대는 이명박과는 달리, 집권 좌파세력의 반역성과 망국성을 제대로 지적하고 비판한다면, 이회창의 출마와 역할은 또 달리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대선기간에 좌파세력의 위선과 공작을 이회창이 온 몸으로 비판하다가, 마지막에 이명박과 함께 반드시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면, 이회창은 보수진영에 결과적으로 극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회창이 출마하여 열심히 좌파세력과 싸우다가 마지막에 이명박과 이회창 중에 약한 쪽이 강한 쪽을 단일후보로 지원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이회창의 출마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심지어, 이명박 후보가 도덕적, 육체적, 정치적으로 최악의 타격을 입을 경우에 이회창은 이명박의 대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자신들 이외에 국가나 정당도 몰라보는 강력한 이기심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정치인에게 자기희생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정치인이 자신의 권력욕을 포기하고 상대를 돕는다는 것은 기적으로 취급될 수 있다. 그래서 이회창과 이명박이 공조하여 좌파세력을 협공하는 선거운동을 하다가, 마지막에 보수진영의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는 기적같은 애국심을 바라기 힘들다. 그러나 약자가 강자에 타협하여 얻는 것은 정치판의 일상사다. 일단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의 경선을 거친 가장 합법적이고 지지도 1위를 달리는 가장 합리적인 대선후보라서, 후보자 양보를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회창은 약하면 언제든지 양보해야 할 처지이다. 만약 자신의 탐욕을 버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살신성인(殺身聖人)의 신념이 이회창에게 있다면, 그는 출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자신의 권력욕을 언제든지 포기할 그런 살신성인의 신념을 이회창에게서 확신하기 어렵다. 이회창의 출마가 아직까지는 자신의 권력욕과 박근혜 진영의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에 근거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회창의 대선출마는 민주주의의 파괴행위로 비난받을 위험성이 더 높다. 만약, 이회창이 막판에 후보단일화에 살신성인적 희생을 감수할 수가 있다면, 민주주의의 과정을 파괴한 이회창의 대선출마는 보수세력의 승리에 긍정적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회창의 대선출마가 한국정치와 정권교체에 순기능을 갖기 위해서 가장 필수조건은 바로 이회창의 철저한 자기희생이다. 이회창이 정권교체를 위한 도우미로 역할하겠다는 자기희생적 각오가 있다면, 그의 출마는 '우파진영의 절묘한 전략'의 조율을 받으면서 정권교체에 큰 가속페달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자기희생을 가장 하지 않는 이기적 직업인이다. 민주적 절차를 건너뛰고 강행되는 이회창의 대선출마도 자신의 권력욕에 충실한 이기주의에 근거했을 것으로 본다. 극도로 이기적인 정치인의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낙관적 시나리오가 뭔가 필자에게 찜찜하게 느껴진다. 이회창의 출마가 가진 정권교체에의 순기능은, 오직 막판 후보단일화에 양보한다는 이회창의 살신성인적 희생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한 몽상적 기대이다. 자신의 강력한 권력본능을 극복할 수 있는 기적적 능력을 이회창이 가졌면, 그의 대선출마는 정권교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오직 초인적 자기희생만이 이회창의 대선출마를 도덕적, 인생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정당화시킬 수 있다. 하늘의 기적이나 자신의 희생이 없다면, 이회창의 대선출마는 정권교체에 순기능을 가지기 힘들 것이다.
http://allinkorea.net/ 조영환 올인코리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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