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오는 22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당권 경쟁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은 수면아래 있던 반(反)한화갑 세력이 당권 도전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진로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SK그룹으로부터 4억 원 등 10억5천만 원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지난 2월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 원을 선고받았던 한 대표는 22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 대표는 항소심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되고, 5년 간 피선거권과 당원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한 대표 측은 노무현 대통령, 정동영 전 장관, 김근태 여당의장과의 형평성을 근거로 고등법원으로의 파기환송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동안 재판부의 일관된 입장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11일 군산대 강연 후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근태 의장도 경선자금에 대해 고백했는데 그 쪽은 조사하지 않고 나만 조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같이 조사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심정으로 재판을 의식하지 않아 왔다”며 “오직 민주당을 키우고 국민 지지 속에 뿌리내리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 왔다. 앞으로도 이 일을 쉬지 않고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 대표는 그동안 '지도체제문제'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6일 ‘국회의원·중앙위원·지역위원장 워크숍’ 분임토의에서 대다수가 "집단지도체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든 지도체제개편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집단지도체제를 해도 대의원들 대다수가 한 대표의 직계조직으로 사당화 돼 있는 이상 당내 민주화를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선고에서 항소심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장상 공동대표가 단일 대표를 승계해 전당대회를 준비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효석 원내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 조순형 의원, 정균환 부대표, 김영환 전 의원, 김경재 전 의원, 박상천 전 대표 등이 당 대표로 거론 되고 있다.
정계개편 노선 갈등 표면화…2월 전대 큰 영향 미칠 듯
특히 당내에서는 향후 정계개편에서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이냐', 민주당 중심 '독자 생존론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향후 전당대회에서도 이 같은 노선 갈등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제3지대의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을 거듭 주장했다가 최근 '독자생존론'으로 방향을 굳히고 있다. 그는 6일 워크숍에서 친고건파를 향해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우리 것이 아니면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영양가 없어도 먹어야 한다면, 영양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 대표는 고 전 총리 세력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건 생각 안 하고 있다. 고건 신당은 실체도 없지 않느냐”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정균환 부 대표는 12일 CBS 라디오 ‘뉴스레이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도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자생존’이라는 용어가 국민에게 전달됨으로써 아마 민주당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 아닌가하는 오해를 받는데 그건 아닐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 대표는 고건 전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원탁회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민주당 내에도 중도개혁세력이 있고, 열린당 내에도 중도세력이 있고, 또 국민중심당을 비롯한 그 외의 정치권에서는 이런 중도개혁세력이 포진하고 있다”며 “이런 분들이 중심이 돼 가지고 고건 전 총리와 함께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환 전 의원은 11일 북촌포럼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고건 전 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 김종인 의원, 이낙연 의원, 김성순 전 의원 등 민주당 전 현직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서는 북촌포럼은 고건 전 총리의 정치조직이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는 12일 기자들에게 보낸 자료를 통해 “‘헤쳐모여식’이나 ‘제 3지대론 방식’은 정당의 해체가 어려울 수 있고, 민주당의 헌신적 당원들이 포괄적으로 신당에 자동가입이 안되므로 좋은 방법이 못 된다고 본다”며 “선거 때는 의원숫자보다 헌신적 당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국민들은 열린우리당 계승정당인 '통합신당'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므로 대선승리가 어렵다”면서 “나아가, ‘사이비중도정당’을 등장시킴으로써 진정한 중도정당이 양대 정당으로 부상하는 길을 막아 한국의 양당제도가 지금과 같은 ‘좌우 이념대립형 양당구도’로 남게 해 국민통합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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