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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유력…조명시설 누전 가능성 등도 조사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국보 1호인 숭례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누각이 전소되고 지붕을 포함한 석조물 전체가 붕괴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5시간 넘게 진행된 진화 작업에도 숭례문 붕괴를 막지 못했고, 방화 용의자에 대한 경찰의 수사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 화재 발생 = 10일 오후 8시48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 4가 숭례문 누각 2층 지붕에서 흰 연기와 함께 빨간색 불길이 솟아올랐다.
소방 당국은 신고를 받고 펌프차와 고가 사다리차 등 소방차 32대와 소방관 128명을 곧장 현장에 출동시켰다.
이들은 불씨를 제거하기 위해 숭례문 현판 일부를 잘라내고 물과 소화 약제 등을 뿌리며 진화 작업에 나섰다.
소방 당국은 오후 9시55분에 화재 비상 2호, 10시32분에 비상 3호를 각각 발령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지붕 안쪽에서 붙은 불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11일 0시25분께 2층 누각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숭례문은 화재 발생 4시간여 만인 0시58분께 지붕 뒷면이 붕괴하기 시작해 1시5분께 2층 지붕의 3분의 1 가량이 무너졌다.
이어 새벽 1시55분께는 누각을 받치고 있는 석반만 남긴 채 지붕을 포함한 석조물 전체가 완전히 붕괴됐다.
◇ 피해 규모는 = 국보 1호로 지정될 정도로 명실상부한 대표 문화재인 숭례문은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존하는 국내 성문 건물 중 가장 규모가 크다.
1398년(태조7년)에 완성된 숭례문은 2층 구조에 연 면적 177㎡로 이날 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5시간 이상 계속되는 바람에 오전 1시55분께 2층부터 건물 전체가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또 `崇禮門'이라고 세로로 적힌 현판도 이날 진화 과정에서 귀퉁이가 일부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현판은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하여 양녕대군이 썼다고 전해지며, 세종의 셋째 아들로서 조선의 명필이었던 안평대군의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 왜 피해가 컸나 = 이날 화재가 막대한 피해로 번진 이유는 기와 안쪽에서 불이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숭례문 지붕은 맨 위에 기와가, 바로 아래쪽에 흙이 있으며 그 아래에 `강화다짐'과 `적심', `회벽바름'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다.
강화다짐과 회벽바름은 전통 목조건물에 흔히 사용되는 방수 공법으로 그 사이에 있는 적심에서 불이 발생해 아무리 물을 뿌려도 발화 지점까지 물이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목재가 한번 불이 붙으면 연소가 될 때까지 쉽게 불이 꺼지지 않는 자재라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또 소방당국이 문화재 훼손을 우려해 화재 초기 지나치게 신중하게 대응하려다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한 10일밤 서울소방본부측이 대전 문화재청과 연락해 화재 진압방식을 논의했으나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문화재가 손실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불을 꺼달라'고 당부하는 바람에 초기에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화재 발생 40여분만에 `훈소상태'(연기만 나는 상태)가 되자 불이 잡힌 것으로 오판한 것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 화재 원인은 = 목격자 진술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누군가의 방화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고자인 택시 기사 이모(44)씨는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떤 남성이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 옆 계단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불꽃놀이를 하듯이 빨간 불꽃이 퍼져나왔고 신고를 하고 보니 그 남자가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항공점퍼와 검은색 등산바지를 입고 있었고 불이 난 뒤 계단을 내려와 유유히 걸어서 도망갔다고 이씨는 전했다.
경찰은 이씨가 진술한 50대 방화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A(55)씨를 현장 부근에서 붙잡아 조사를 벌였으나 알리바이가 확인돼 귀가조치했다.
숭례문에 설치된 전기 조명시설에서 누전이나 전기합선으로 불이 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조명시설이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2층 지붕이 아닌 1층 지붕에 있으며 불이 난 이후에도 한 동안 켜져 있었다는 점에서 누전 가능성이 낮다는 것.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지붕 2층에는 전기시설이 아예 없고 1층에는 조명이 있지만 누전차단기가 설치돼 있어 누전시 바로 차단이 된다"며 누전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일단 방화와 누전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화재 당시 상황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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