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의 공천 문제가 점차 친노와 반노의 노선 투쟁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노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는 문제로 4배수 공천에서 탈락한 김경재 전 의원이 “박재승 위원장은 노무현식 좌익 정권의 부활을 꿰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경재 전 의원은 빅뉴스, 프리존뉴스, 데일리안 등 인터넷매체 3사와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민주당 공심위의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의 이름은 ‘공천심사위원회 추가 기준’이었으며, ‘보수성’을 배제하겠다는 문장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었다. 김경재 전 의원은 이 문건을 통합민주당 당직자로부터 팩스를 통해 받았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통합민주당의 팩스번호가 찍혀 있었다.
이 문건에 나온 공천 배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보안법을 유지한 의원
둘째, 종부세 인하에 동의한 의원
셋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 의원
넷째, 이라크 파병 동의안 연장에 찬성한 의원
다섯째, 선진당으로의 입당을 타진한 충청권 의원
김경재 전 의원은 “종부세 인하나 분양원가 공개 등은 매우 전문적이고도 섬세한 경제 정책이다. 박재승 등 외부 공심위원 중 경제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이런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섬세한 정책적 판단 문제를 좌익적 이념의 잣대로 건드리는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다음은 김경재 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공심위의 면접 진행 상황은 어땠는가?
- 나에게는 질문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아 2분만에 끝났다. 그 당시는 대충 나를 잘 알기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처음부터 탄핵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배제시켰던 것이다.
질문은 무엇이었나?
- 노무현 후보 홍보본부장할 때, 선거자금을 받았는데, 당시 이상수 사무총장이 영수증 처리를 해주지 않다가, 분당이 되면서, 마지막까지 영수증 처리를 못해, 벌금 300만원을 받은 부분을 질문했다. 나는 “모든 것이 분당 때문이다”고 답했는데, 노빠들로 구성된 공심위에서 매우 불편하게 들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2004년 총선에서 서울 출마 문제인데, 당시 위기에 몰린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순천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답했다. 이 답 역시 노빠 공심위원들을 자극했을 것이다.
공심위가 탄핵 문제를 주요 공천 배제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나?
- 나와 마찬가지로 4배수 공천에서 배제된 장복심 의원이 재심 청구하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탄핵 주역 김경재는 공천 배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박경철 공심위 대변인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찬성자들은 감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공천배제 기준 문건에는 탄핵은 없었는데
- 자신들도 이것이 공개될 경우 논란이 커질 거란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즉 박경철 공심위 대변인의 인터뷰 발언은 어찌보면 실수이다. 그러나 의정평가에서 늘 최우수의원상을 받고 순천 여론조사에서 2위 밖으로 밀려본 적이 없는 나의 탈락으로 이미 탄핵 주도자의 공천 배제 건은 입증되었다고 본다.
문건의 공천배제 기준을 보면, 노무현 정권보다도 더 좌편향적으로 보인다
- 이미 문건 자체에 ‘보수성’ 배제라는 말이 들어있다. 이는 보수를 척결해야하는 대상으로 삼는 노무현식 투쟁법이다. 특히 정권을 한나라당에 넘겨준 국정실패 세력에 대한 배제 기준과 같은 것은 단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 박재승과 공심위원들은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다는 점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공천 기준도 자신들의 친노 패거리들에는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의원평가에서 낙제수준을 받은 사람도, 공천이 되고 있다. 명분을 내세워서 반대파를 숙청하고 자기 세력을 지키는 전형적인 노무현식 수법이다.
국민들은 그래도 박재승의 공천 과정을 지지하고 있는데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에서 개혁공천한다 하며, 얼마나 많은 쇼를 해서, 결국 국민을 속이고 승리했다. 그뒤 3년간 국민들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실정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가. 박재승이 그때와 똑같은 수법을 쓰고 있지만, 이미 노무현이라면 기겁을 하는 다수의 국민들 때문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서히 박재승의 주도하는 통합민주당의 친노 노선의 정체가 밝혀지면, 그 자체로 이 당은 무너질 것이다.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당의 노선이나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하자 한다면, 최소한 당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논의와 합의가 있었어야 하지 않나
-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이 문건조차 비공개로 돌려보고 있다. 당의 노선을 정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외부 공심위원들이 비밀로 결정하여, 반 노무현 세력을 숙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재승 위원장의 정치적 성향은 어떤가?
- 잘 몰랐는데, 이번에 그가 2004년 노대통령 탄핵 당시, 각 지부와의 합리적 동의 절차 없이 자신이 주도하여, 탄핵반대 성명서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알았다. 또한 박재승을 공심위원장으로 데려온 사람이 강금실 전 장관이고, 극렬 노사모 출신의 한 출판사 사장이다. 여러모로 보나 박재승은 대표적인 노빠 중의 노빠이다.
박재승 위원장과 소수의 노빠 공심위가 당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있다면, 손학규 대표와 박상천 대표는 어떤 입장인가?
- 입 하나 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손학규 대표의 경우, 10년 이상 한나라당에 몸담으면서,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거기다 유력 대선후보로까지 활동했다. 보수성 배제 기준에 손학규대표는 정책적으로 모두 걸린다. 특히 보수당에 입당을 타진했다는 이유로 배제한다면, 아예 보수당에서 몸을 담았던 손학규대표는 벌써 탈락시켰어야 했다. 박재승 위원장이 결정하고 있는 당의 정체성에 대해서, 손학규 대표는 입장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박상천 대표는 현재로서 자기 하나 호남에서 공천 받기 위해 민주당의 자산과 자존심을 내다 팔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 별로 기대할 게 없다.
이런 상황으로 통합민주당의 공천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총선 전망은 어떠한가
- 이미 열린우리당 시절 44:0 이라는 참담한 스코어가 보여주듯이, 노무현의 노선은 실패한 노선이다. 박재승이 이러한 실패한 노선을 당과 아무런 합의 없이, 당의 노선으로 채택해버렸다. 이 상태면, 당연히 수도권에서의 참패는 물론 호남에서도 무소속 후보들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다.
본인의 계획은 어떤가?
- 박상천 대표에게도 직접 이야기했듯이, 민주당 출신은 물론 당내의 중도세력이 나와서, 다시 새롭게 판을 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버림받은 친노노선으로 가는 통합민주당은 어차피 총선에서 어렵다. 중도 노선의 정치세력을 규합한다면, 얼마든지 해볼 만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남의 중도세력과 손을 잡아, 이념적으로나 지역적으로도 통합 중도노선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지금 심정은 정치를 다 그만두고, 라디오 진행자나, 객원논설위원 등,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 박재승이 문제가 아니라, 박재승의 폭거에 입 한 마디도 열지 못하는 구 민주당 출신들에 대한 환멸감 대문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거라 판단하는가?
- 현재로서는 친노노선으로 가는 통합민주당이 이명박 정권의 견제세력이 될 수 없으므로, 한나라당에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역시 허점이 너무나 많다. 특히 대운하 문제는 국론 분열을 초래할 만한 사안이다. 이런 불안한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중도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구 민주당 인사나 중도세력 중 얼마나 친노 정당에서 이탈할 것이라 보는가?
- 지금은 다들 어떻게 공천 한 자리라도 받으려고, 박재승에 끌려다니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의 노선과 다른 길을 걸은 세력은 결국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해, 탈락자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박재승과 친노세력이 고립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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