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국민위) 첫 회의를 마치고, 주간 미디어워치 편집을 마감한 뒤, 참으로 웃지 않을 수 없는 글을 발견했다. 매체비평 사이트 <미디어스>의 젊은 논객 노정태의 글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문제적 개념>이다.
이 글은 미디어국민위의 위상에 대해 도저히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수준으로 횡설수설하다가, “정치인의 참여를 막아서 변희재가 참여하는 비극이 발생했다”라는 황당무계한 결론을 내린다.
미디어국민위에 변희재 참여는 비극?
참고로 나는 노정태에 대해 일정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었다. 기존의 386패거리들이 언로를 장악한 상황에서, 좌파든 우파든 2030의 젊은 논객들이 함께 성장해주는 것이 세대 이익에 걸맞기 때문이다.
내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건, 기존에 그런 대로 나 스스로도 보고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 젊은 논객이 과연 ‘변희재’ 하나 때문에 글이 이렇게 망가질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노정태 스스로 본인의 글을 되돌아 읽어보고 저 글이 과연 공개적으로 발표할 만한 수준인지 스스로 성찰해보기를 권한다.
비단 노정태 하나 때문에 이 글을 적는 게 아니다. 최근 미디어국민위 출범을 앞두고 인터넷 진보좌파 3대 매체라 할 수 있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데일리서프에서 나를 맹공격하는 기사가 연속 게재되었다.
오마이뉴스는 나를 이헌 변호사, 강길모 미발연 공동대표와 함께 매파 3인방으로 분류했다. 근거는 없다. 그냥 다짜고짜 매파가 들어와서 회의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될 거라는 자의적인 기사이다. 그나마 오마이뉴스의 안기홍 기자와는 안면이 없다. 모르고 그냥 썼다고 넘어가자.
전향이라는 말을 함부로 써도 되나?
내가 특히 놀란 점은 프레시안의 김하영 기자와 데일리서프의 민일성 기자의 기사이다. 이 두 명의 기자는 나와 일정 정도의 친분이 있다. 친하니까 너무하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최소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는 같은 세대의 젊은 기자들이면서, 왜 이런 황당한 기사를 썼냐는 것이다.
“강길모, 변희재, 최홍재 등 세 인사는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인사들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변희재 회장은 2002년 대선까지만 해도 노무현 후보 지지 사이트인 '서프라이즈'에서 활동하는 등 '안티조선' 논객으로 활동했지만 이후 보수쪽에 가까워졌다”
프레시안 김하영 기자의 기사이다. 물론 김하영 기자가 근거로 제시한 “안티조선 논객으로 활동했지만 이후 보수쪽에 가까워졌다”라는 팩트는 맞다. 문제는 소제목으로 ‘한나라당 추천 전향 3인방 활약에 주목’을 뽑았다는 것과 “강길모, 변희재, 최홍재 등 세 인사는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한 인사들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라는 대목이다.
나는 이미 내 입장을 김하영 기자에게 메일로 보내놓았다. 누군가를 향해 전향을 했다는 표현을 쓰려면, 최소한 사상적 차원에서 원 사상이 무엇이었는데, 어떤 사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김하영 기자에게 물었던 것도 바로 이거다. 김하영 기자는 나의 원천 사상이 무엇이었는데 어떤 사상으로 바뀌었는지 알고 있는가? 그것도 모르면서 전향했다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 것인가?
김하영 기자는 쉽게 생각했을 것이다. 안티조선 논객으로 활동하다 조선일보에 글을 쓰니, 당연히 전향했겠지, 이런 추측이 아니었겠냐는 말이다. 나에 대해서 가장 먼저 젊은 보수논객이라 칭한 매체도 프레시안이었다. 나 스스로 보수라 칭한 적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귀찮아서 다 넘어갔지만, 이제부터는 사상과 관련한 용어들을 정확히 바로잡아야 되는 이유가 있다. 진보좌파와 보수우파 인사들이 공히 참여하는 소통포럼이 다시 시작된다. 3월 27일 오후 3시 동국대학교 문화관에서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와 한신대 윤평중 교수의 발제로 4차 세미나를 연다.
소통포럼의 기획위원들은 물론 외부 발제자들조차도 진보좌파니 보수우파와 같은 용어부터 정확히 바로잡자고 주장하고 있다. 소통포럼의 참여를 권했던 학자분도 나에게 “위악적으로 너희가 진보해라. 난 보수하겠다” 이렇게 넘어가지 말고 입장을 선명하게 해줄 것을 권하기도 했다.
운동권 패거리들 비판하면 보수인가
간단하게 정리하겠다. 나는 대학시절부터 마르크스와 같은 정통좌파, 알튀세르와 같은 신좌파 등의 이론에 빠져본 적이 없다. 나는 일찌감치 존스튜어트밀의 사회적 자유주의를 나의 원천 사상으로 삼았다. 당시 출판은 하지 못했지만 존스튜어트밀의 사상 관련한 책 한권 분량의 원고까지 작성하여, 대학에서 존스튜어트밀의 전도사로 활약했다.
또한 98년도 서울대 최초의 비운동권 학생회가 출범한 뒤, 나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며 이들 비운동권 학생회가 성공하도록 도왔다. 그리고 패거리주의에 빠져있는 대학 내 운동권 학생회를 시종일관 비판해왔다. 이것은 이 시기에 서울대를 다녔던 언론인들에게 한 번만 물어보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원래부터 보수였다고 주장하자는 게 아니다. 운동권 패거리들의 낡고 폐쇄적인 운영방식 및 대안제시 능력 부재 등을 비판하면 그게 바로 보수가 되어버리는 논리가 정당한지 따져보라는 것이다.
나를 놓고 진보냐 보수냐를 이야기하려면 존스튜어트밀이 진보냐 보수냐부터 정리하고 가야 한다. 존스튜어트밀의 <자유론>, <경제학원론>, <자서전> 등을 정독해본 진보좌파 진영의 사람들이 제대로 있기나 하나? 존스튜어트밀이 진보인지 보수인지는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 다만 유시민은 그의 저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에서 존스튜어트밀을 중도와 중용으로 분류했다는 점은 참고하라.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이른바 퇴행적 패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진보좌파 진영에서 상식적 기준에 입각하여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을 무조건 보수우파로 몰아내서 방어하는 낡은 386 운동권 수법들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수법들을 멀쩡한 젊은 기자와 논객들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도 짜증난다.
운동권 패거리들은 안티조선의 원칙부터 다시 공부하라
안티조선 문제도, 애초에 안티조선의 원칙을 세울 때, 강준만 교수가 조선일보에 진보좌파적 지식인이 추상적인 진보좌파적 주장을 하며 매명을 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비판한 것이었다. 강교수는 98년도 고려대 강연에서 강교수를 직접 초청한 장하성 교수를 거론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적인 내용이라면 조선일보에 기고하는 것은 관계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례로는 바로 장하성 교수의 삼성 비판 칼럼이었다.
나의 조선일보 기고는 삼성보다 더한 권력 포털 비판으로 시작하였고, 나는 단 한번도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 추상적인 진보좌파 담론을 이야기한 적 없다. 대부분 구체적인 정책 대안 칼럼이다. 기본적으로 안티조선의 원칙조차 모르면서, 대체 무슨 안티조선을 하겠다는 말인가? “조선일보에 기고하니 나쁘다”는 유치원생 수준의 니 편, 내 편 논리 이외에 쓸 글이 없다면 그냥 깨끗이 절필하라.
또한, 나는 노무현 개인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 노무현을 지지했고, 노무현이 민주당을 탈당했기 때문에, 정당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노무현 정권을 비판해왔다. 또한 그 이후에 2007년 대선 때까지도 심정적으로 또한 당파적 이유로 민주당에 우호적인 칼럼을 써왔다. 그렇게 남은 민주당이 다시 열린우리당과 합당했기 때문에 이제 나의 지지 정당은 사라졌다. 다만 민주당을 지키다가 지난 해 총선에서 친노무현파들로부터 또 다시 배척당해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있는 김경재 전 의원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고 있고, 여전히 내 역량 내에서 김경재 전 의원을 돕고 있다.
오히려 멀쩡한 정당을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하여 깨버리는데, 이를 찬양하고 예찬했던 진보좌파 언론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며, 어용언론들이다. 바로 여기서부터 진보좌파 진영의 재보선, 지자체, 대선, 총선에서 연전연패가 시작되었는데, 이를 반성하는 진보좌파 언론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던가?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자들이라면 역시 깨끗이 절필해야 한다.
다시 한번 프레시안과 김하영 기자에게 묻는다. 대체 무슨 근거로 내가 전향을 했다고 그러는 것인지 설명해달라. 설명할 자신이 없으면 다시는 나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지 말 것을 권한다.
이상돈 교수의 황당무계한 발언을 기사로 쓴 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이런 상황에서 데일리서프라이즈의 민일성 기자가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의 글을 인용하여 <이상돈 “노년층, 뉴라이트뿐” 한나라 인선에 ‘폭소’>라는 인신공격형 기사를 작성했다. 이상돈 교수의 글의 내용이다.
“자신이 80년대 대학가에서 좌파 학생운동을 했는데 반성하고 전향해서 좌파 척결 운동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과연 좌파 운동을 했는지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기야 좌파 운동 했다고 학위증 처럼 증명서를 떼 주는 것도 아니고, 학교를 자퇴했는지 미등록으로 제적당했는지도 일반인은 알 수가 없다”
이상돈 교수의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이 글을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삭제한 모양이다. 나는 94학번인데 80년대 좌파운동이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자퇴? 미등록 제적? 이것은 팩트 자체가 완전히 틀린 내용이고, 아마도 그래서 이상돈 교수가 글을 삭제했을 것이다. 정상적인 기자라면 잘못된 팩트가 확인되었을 때, 정정보도를 하던지 삭제해야할 것 아닌가? 그러나 민일성 기자의 기사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이상돈 교수야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치고, 대체 민일성 기자는 알만한 사람이 왜 명백한 팩트 오류를 그대로 인용해서 인신공격형 기사를 작성하냐는 말이다. 이상돈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교수나 박사 같은 것도 별로 가치가 없다면 없지만 그래도 그런 타이틀을 달기 위해선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며 “반면 몇 사람이 모여서 무슨 단체 만들어서 저마다 적당한 타이틀을 내고 행세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것이다”
결국 이상돈 교수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자신과 같은 박사나 교수가 아닌 내가 미디어국민위에 참여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이상돈 교수는 기억상실증에 걸렸나?
2006년 6월 29일 자유언론인협회 주체 <포털사이트의 권력남용 방지를 위한 입법 토론회>의 발제자가 변희재였고, 토론자가 이상돈 교수였다. 포털이나 인터넷 관련 정책과 입법 관련 토론회 중, 진보좌파 단체 주최를 제외하곤 나는 대부분 발제자나 토론자로 참여했다. 총합 80차례가 넘는다. 아마도 국내 최다일 것이다. 또한 포털을 포함한 신문법 개정안, 검색서비스사업자법은 직접 입법 청원하여 발의하였고, 정보통신망법에 대해서 정보통신윤리위 시절 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번 미디어국민위의 논의 사항 4대 법안 중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올랐다. 나는 오늘 첫 회의 때도 이야기했지만 바로 이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논의에 집중할 것이고, 이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이상돈 교수가 얼마든지 나에게 공개토론을 요구해보라. 다 들어주겠다.
아니, 공개토론도 필요없이, 어차피 나는 미디어국민위 회의 전체를 공개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토론도 다 공개하도록 할 테니, 그때 자연스럽게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상돈 교수가 황당한 발언을 해버리니, 젊은 논객 노정태조차도 그대로 이를 따라간다.
뉴라이트 국회의원 신지호는 그나마 ‘싱크탱크’를 운영해오기라도 했지, 변희재는 대체 뭘 했다고 국회에서 이 중요한 논의를 하게 된단 말인가.
나는 바로 포털피해자모임의 대표로서, 또한 상당수 인터넷기업이 참여하는 실크로드CEO포럼 회장으로서 이 중요한 정보통신망법 논의를 위해 참여했다. 물론 방송법과 관련해서는 방송, 인터넷, 뉴미디어 관련 기술 및 콘텐츠 회사들이 포함되어있는 실크로드CEO포럼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 젊은 논객이라면 그 사람의 전문적 실력을 확인할 생각을 해야지, 벌써부터 국회의원 찾고 싱크탱크 찾아서 어쩔 것인가?
이상돈 교수는 열외로 쳐도, 나는 미디어스의 노정태, 프레시안의 김하영, 데일리서프의 민일성 기자가 수준 이하의 기사를 쓰게 된 데에는 바로 386패거리들이 짜놓은 진영논리에 이성과 양심이 오염되어있기 때문이라 판단한다.
젊은 기자와 논객들은 386패거리들의 칼받이 노릇을 중단하라
세상에는 수많은 다른 삶과 다른 생각들이 있음에도, 양 진영에 가두어놓고, 자신들 진영의 밥그릇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배신자로 몰고, 사상전향자로 몰아서 집단 이지메를 가하는 방식이다. 386들은 그렇게 평생 살라고 쳐도, 젊은 기자나 논객은 그러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본인들의 장래에 치명적이다.
이제 점차 사회는 보다 전문적이고 섬세한 전문가들을 요구한다. 진영에 갇혀, 조금 다른 주장을 하면 “적이 나타났다”며 호들갑을 떠는 수준의 사람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나의 예상으로는 앞으로 1-2년도 안 걸릴 것 같다. 그 때문에 실력없는 자들이 진영을 만들어서 패거리들의 이익을 보존하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더구나 젊은 기자와 논객은 그런 패거리들에 붙어있어봐야 뭐 하나 제대로 얻어먹지도 못한다. 한번 보라. 진보좌파 진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세대가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자리 하나 생기면 모두 다 386들이 인맥으로 가져간다.
진보좌파 진영의 젊은 세대들은 이미 대부분 30을 넘었다. 당신들 나이 때 지금 패거리를 이끌고 있는 386들이 뭐 했는지 한번 조사해보라. 이들은 30대 초반에 이미 정계, 경제계, 문화계, 학계 등에서 온갖 지위를 다 차지했다. 이런 386들을 실력으로 압도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조용히 있을지언정, 칼받이나 총알받이들처럼 이들의 이익을 위한 꼭두각시 노릇은 그만했으면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을 위한 조언이다.
나의 반박에 동의할 수 없다면, 언제든지 지면이든 현장이든 토론에 응하겠다. 나는 최소한 진중권류의 386들처럼 정당한 비판을 했을 때, "뜨기 위한 수작이다"라며 도망다니는 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다양한 토론을 할 때 패거리들에 갇혀있는 젊은 지성과 양심이 조금씩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 변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