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7일, 오마이뉴스의 문동섭이라는 논객이 나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서 누구든지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면 나의 시간이 허락하는한 모든 답변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이번 답변글에도 포함되어있지만, 나의 진중권 비판에 대해 진중권은 “뜨기 위한 수작이다”, “내가 더 유명하다”며 모든 논점을 피해가는 전형적인 386 정치꾼의 행태를 보여줬던 당시에도 이미 약속했던 바 있다. 낡은 386을 세대교체하겠다는 입장에서 논쟁할 때도 386과는 다른 태도를 직접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소 인력으로 주간매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절대적인 시간부족으로인해 답변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 문동섭씨가 너그럽게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단 한 번도 피한 적 없이 여러차례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이다. 문동섭씨가 이를 보지 못했다면 검색사이트나 빅뉴스에서 ‘변희재’, ‘안티조선’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으면 한다.
문동섭씨가 워낙에 다양한 측면에서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가급적 모든 의문점을 포괄하여 답변을 하겠으나, 미쳐 놓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질문을 해주기 바란다.
아래는 문동섭의 첫째 질의이다.
“그동안 변희재가 거쳐 온 매체들을 살펴보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그는 <대자보>-<서프라이즈>-<브레이크뉴스>-<빅뉴스>-<미디어워치> 등을 거쳐 왔습니다. <대자보>는 진보를 지향하고 있는 매체이고, <서프라이즈>는 노무현 지지성향이 강한 정치웹진입니다.”, “그가 옮겨 다닌 매체들로 변희재의 정치적, 이념적 정체성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진보-중도보수-보수로 변신을 거듭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거쳐온 매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대자보는 1999년 PC통신 하이텔 시절 논객들이 모여서 만든 매체로서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써왔다. 장신기와 같은 김대중 중심의 구 민주당 지지자부터, 민노당 지지자, 또한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글을 써왔다. 그것은 일정한 방향성에 관계없이 다양한 논객이 참여한 대자보의 특성상 필연적이었다. 물론 이른바 진보좌파 성향의 논객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 정치글에 대해서라면 민주당 지지 성향의 글을 써왔다.
서프라이즈는 바로 이러한 대자보의 넓은 스펙트럼이 2002년 대선 당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한계가 있어, 공희준, 이름쟁이, 김동렬, 장신기 등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웹진이었다. 물론 개중 이름쟁이와 김동렬은 노무현에 방점을 찍었고, 나와 장신기는 민주당에 방점을 찍었다.
이 때문에 서프라이즈는 민주당을 탈당한 희대의 정당파괴범인 노무현을 지지하는 논객들은 남게 되고, 나와 장신기는 웹진 시대소리를 거쳐 브레이크뉴스라는 매체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브레이크뉴스는 이른바 열린우리당과 결별한 민주당 성향을 띄게 되었다.
자, 여기까지, 대자보, 서프라이즈, 브레이크뉴스에 걸쳐 나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성향은 변한 게 없다. 변했다면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뒤 권력투쟁을 위해 하루아침에 여당을 야당으로 만들며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한 노무현과, 이를 예찬해온 친노 어용 언론들의 태도였다. 변절한 건 내가 아니라 노무현 세력이란 말이다.
그뒤 2005년 1월 일본에서 윤석호 감독과 출판을 하는 문제로 브레이크뉴스 편집장을 그만두고 일본에 가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포털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2년 간 안티포털 운동에 전념하다 빅뉴스라는 매체를 창간하게 되었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으며, 조만간 여러 인력을 보강하여 본격적인 인터넷신문 시장에 뛰어들 참이다.
빅뉴스 창간 때부터 역시 민주당 중심의 편집방향에는 변화가 없었다. 지금은 그 민주당이 몇 차례에 걸쳐 당명을 바꾼 열린우리당에 흡수되면서 기본적으로 당파적 언론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지지 정당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무당파이며, 청년창업 정책, 포털규제 정책, 대중문화선진화 정책 등등 정책적 노선으로 편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책 노선에서 현재의 민주당은 나와 완전히 다른 노선으로 가고 있고 한나라당의 경우 70% 이상의 공감대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로서는 내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추구하는 정책의 노선이 올바르냐 그르냐, 이것만 따지면 되는 것이다. 그 누구라도 논쟁을 원한다면 포털, 대중문화, 청년창업 정책 관련 언제든지 공개토론 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정치논객으로서 꼭 정치적 노선을 밝히라면 현재 시점에서는 한화갑 대표가 신당을 만들게 되면 그 노선이 내 노선과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에는 전제가 따른다. 한 대표가 패권주의 노선으로 변질된 김대중과 완전히 결별을 하고, 진보와 보수와 별 관계가 없는 절대 다수의 국민을 바라보고 정당을 만들었을 때이다. 한 대표가 이런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면 내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가 없다.
아래는 문동섭의 둘째 질의이다.
“변희재는 미학분야에서 처절하게 실패한 진중권이 쓴 <미학 오디세이>를 자신의 전공 길라잡이로 삼은 셈이고, 언론노출증에 걸린 무능한 진중권의 삶을 한 때 동경해 온 것입니다”, “변희재가 진중권이 미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데 실패했기에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비판을 했는데, 정작 본인은 미학과 '학사' 출신이면서 대중문화, 사회, 언론, 미디어 전문가를 자처한다는 것입니다. 학(력)벌 중심적인 그의 논리대로라면 변희재 스스로 자신의 전문성을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미학과 출신들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미학 관련 가벼운 에세이를 읽을 것이다. 또 비단 진중권뿐만 아니라 유홍준 등도 미학 관련 에세이를 집필했다. 나 역시 대부분의 미학 관련 에세이를 읽었고, 진중권의 책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것은 마치 내가 정당정치 파괴의 주범으로 꼽고 있는 유시민의 경제서적을 읽은 것과도 유사하다. 한 사람을 어떤 사안으로 비판했다 해서 그 사람의 모든 활동을 부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진중권과 유시민 모두 자신들의 미학과 경제학 저서에 대해 표절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진중권의 경우는 내가 판단내리기 어려운 부분이고, 유시민의 경우는 내 지식으로 볼 때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유시민을 옹호해준 적도 있다. 분명한 것은 표절이든 아니든 그들의 저서는 미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읽어볼만은 하다는 것이다.
진중권의 박사학위 부분은 두 가지 차원의 문제이다.
하나, 진중권은 자신보다 아랫세대가 자신을 비판하면 자신이 TV에 많이 나왔다는 걸 무기삼아 비판을 무력화시킨다.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에 대해 열등감의 발로라는 정신착란 수준의 주장까지 한다.
이런 수준의 인물에 대해서 “남들 다 따오는 박사학위조차 실패하고, 자신의 전공분야도 깊이있게 공부하지 않고 방송사에서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며 기웃거리는 인물에게 무슨 열등감을 갖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즉 쓰레기 수준에 걸맞는 전문성 기준을 갖다 댄 것이다.
둘, 지금 진중권은 한예종의 30억대 부실사업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어있다. 진중권은 자신의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현대사상의 지평' 강의 하나 하고 연봉 4천만원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대한민국에 그 어려운 박사학위 받고 한달에 8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묵묵히 자기 전공을 심화시키는 학자들이 수도없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놔두고 전공 박사도 실패했으며, 현대사상을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은 진중권이 국립대학에서 연봉 4천만원을 받은 것은 감독기관의 감사를 받아야하는 일이다.
다행히 감사가 진행 중이고, 감사가 끝나면 총체적으로 386 운동권 패거리의 밥그릇으로 변질된 한예종에 대해서 아예 국민감사 청구를 하여, 전면 감사를 하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그리고 열등감이니 뭐니 하려면 나와 진중권의 길이 같아야 한다. 나는 시종일관 매체 창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 길을 갈 것이다. 기존 방송권력에 기생하는 진중권과 나의 길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나 프레시안의 박인규 대표와 비교하여 내가 그들에게 열등감을 가질 수는 있다.
문동섭의 셋째 질의이다.
“나는 앞으로도 친 노무현 논객의 입장에서 글을 써나갈 것이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다 해서 갑자기 그를 감시하기 위해 억지 비판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처음부터 그의 위치를 보고 글을 쓴 것이 아니라 그가 내세운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개혁성,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주는 그의 과거행적을 보고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희재는 친노무현 논객을 자처했지만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개혁세력 분열의 책임을 노무현에게 돌리며 아주 강한 비판을 해왔습니다.
이미 나는 노무현 세력에 대한 응징을 시작한 이유를 민주당 파괴라 설명했다. 그러나 위의 글은 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는 2002년에도 2007년에도, 후보 시절에는 지지하다가 집권을 하면 갑자기 감시를 시작하겠다는 낡은 방식에 대해서 반대해왔다. 후보 시절에도 검증해야하고 당선되어서도 검증해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후보시절에는 열렬히 예찬해대다가 집권한 다음날부터 갑자기 비판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것은 노무현 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나의 법칙이다. 즉 나중에 박근혜든, 정세균이든, 정동영이든, 노회찬이든 누구든지 집권했다고 해서 갑자기 그들을 비판하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고, 정책적 사안에 대해서 비판하겠다는 것이다.
문동섭의 넷째 질의이다.
“7년 전 변희재는 <조선일보>를 수구, 엽기, 기형적, 지배욕 등의 단어를 써가며 비판한 것은 물론 일부 진보언론에게 진보적 성향을 더욱 선명히 하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디지털조선과 제휴를 맺고, <조선일보>에 진보언론을 비판하는 칼럼을 심심치 않게 쓰고 있습니다. 과연 그동안 <조선일보>가 수구적, 엽기적, 기형적 면모를 극복하고 소통에 대한 지배욕도 버렸는지 아니면 진보언론이 타락해 버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7년 전에 내가 조선일보에 대해서 비판한 내용과 진보언론에 주문한 내용이 언어의 과격함을 제외하곤 지금 시점에서 검토해봐도 그리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문동섭씨가 밝췌한 내가 쓴 글은 다음과 같다.
“한겨레나 오마이뉴스라면 한국의 정치 지형도상 일정 기간까지 진보정당을 대변하는 역할까지 해야함은 물론이다. 편향되었다는 비판에 겁먹지 말고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에 맞게 편집방향도 선명하게 하라는 말이다”
이 글은 2002년 12월 27일 대자보 칼럼 내용이다. 앞서와 똑같은 내용이다. 노무현이 집권했다고 해서 갑자기 권력 감시해야한다느니 이렇게 나가지 말고 일정 정도의 기간 동안은 그대로 편집방향을 유지하라는 주문이었다.
문제는 그 일정 정도가 넘어가도 너무 넘어갔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는 집권 여당을 파괴해버리는 반민주 작태까지도 옹호하고, 정당한 법절차인 탄핵을 무슨 쿠테타로 몰아붙이며 완전히 친노세력 계보지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일정 정도’란 노무현이 분당을 획책할 때까지였고, 최소한 2004년 12월 신문법 통과 이후에는 안티조선의 실천방법도 바꿨어야 했다. 이를 제 때 하지 않고 노무현의 권력과 함께 놀아난 진보좌파 매체들이 내 주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의원수 150명이라는 비정상적인 거대 야당 한나라당이 해체되어야 하듯이 기형적으로 비대한 조중동의 독자들도 헤쳐모여야 할 때이다. 최소 600만의 신문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헤쳐모여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 나로서는 각기 다른 정치색을 갖고 있는 언론들이 조중동과 맞짱을 뜨면서 그들의 색깔을 더 강하게 드러내주는 것 말고는 없어 보인다”
이 대목도 같은 칼럼에 나와있다. 나는 지금도 이 생각에 별다른 변함이 없다. 조중동의 600만명의 독자는 신문시장 전체로 볼 때 기형적으로 많다. 한겨레든 경향이든 한국일보든 문화일보든 당연히 조중동과 시장에서 경쟁하여 독자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 방법이 뭐냐는 것이다.
맞다. 한겨레와 경향 등은 조중동과 맞짱을 뜨면서 그들의 색깔을 더 강하게 드러내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고, 지금 봐도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2004년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고 같은 해 12월 신문법 통과된 이후부터는 조중동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과 함께, 조중동의 독자를 끌어올 수 있는 긍정적 방법도 함께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한겨레와 경향은 아예 조중동에 대한 네거티브를 넘어 신문시장 전체를 파괴하는 포털을 옹호하는 미친 짓을 하기 시작했다. 정치 투쟁을 위해 자기들 몸까지 불살랐고, 지금 한겨레와 경향은 그 부메랑 효과를 맞고 있는 것이다.
안티조선은 신문시장을 다양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었다. 이는 절대 이념이 아니다. 그러나 안티조선 세력이 노무현의 권력에 취하면서 오히려 조중동만 남고 다른 매체들 전체가 죽게 되는 상황까지 몰려왔다. 이에 대해서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나는 2003년도에 한겨레의 여론매체 위원을 하면서 6차례에 걸쳐서 한겨레신문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칼럼을 쓴 바 있다. 그때 주문한 내용도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한겨레나 경향이 이를 실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고, 역시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고 본다.
그렇지만 신문시장 활성화를 위해 그 누구든지 조중동의 독자를 뺏는 것을 넘어 새로운 독자층을 유입시키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한겨레와 경향이 안 한다고 이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 아마도 그 누구라도 앞으로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조선일보에 대해서 평가하자면, 조선일보가 그렇게 크게 변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는 조선일보 자체 평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의 방향이 있다. 조선일보의 인사 중 몇몇이 포털 정책과 청년창업정책에서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포털의 문제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했던 신문사도 조선일보였다.
반면 조선일보를 악의 축으로 규정해온 한겨레신문 등등의 수준은 노무현 정권 이후 급격하게 추락했다. 이른바 언론의 하향 평준화이다. 조선일보보다 훨씬 더 심한 수준의 왜곡보도와 편향보도를 지금 이 시간에도 일삼고 있다. 그래서 조선일보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갔다.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조선일보가 한겨레나 경향신문보다 훨씬 더 좋은 신문이라 평가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조선일보가 좋아졌다기 보다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무너진 것이다. 요즘은 한겨레와 경향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소유의 방송인 MBC가 친노무현 웹진 수준으로 전락해버려 더 걱정이다.
문동섭의 다섯째 질의이다.
“ 변희재는 자신의 전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없었습니다. 또한 많은 글을 통해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고, FTA를 반대하고, 햇볕정책을 찬성하고, 한나라당은 척결해야 될 수구세력으로 공격했던 좌파적 행보에 대해서도 별다른 해명 없이 보수진영에 서 있습니다. 마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진보에서 보수로 똬리를 틀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그의 행보는 자신의 말과 글을 주목해주는 곳으로 계속 이동하며 영향력을 키워가는 기회주의자처럼 보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나는 여러차례 입장 표명을 했다. 진보좌파 언론에서 내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서 배신자로 몰아붙였을 뿐이다. 그리고 FTA는 절대적 찬성자였고, 햇볕 정책은 지금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쓸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언제는 세계평화를 전세낸 것처럼 주장하는 친노좌파들이 노무현이 파병하니 이를 두둔해대는 기회주의 문제를 비판했을 뿐이다.
또한 좌파에서 보수로 대충 넘어간 게 아니라 2005년 포털과의 싸움을 시작하면서, 이미 그때부터 좌파로부터 배척당했으며 내 포털 정책을 받아주는 우파진영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조선일보에 글을 썼기 때문에 좌파에서 비판한다는 것은 내 경험상으로는 핑계이다. 이미 포털을 비판하는 순간부터 나는 진보좌파와는 완전히 연이 끊어졌고, 벌써 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좌파들은 재벌 포털을 비호하기 바쁘며, 입법을 방해하고 있다.
문동섭씨가 연배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느 진영에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귀찮다. 거의 초등학생 수준의 조폭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천박한 사고는 386세대에서 종지부를 찍자.
진정으로 생산적 논의를 하려면 나의 포털 정책, 나의 청년창업정책, 나의 대중문화정책이 좌우를 떠나 현실적으로 타당한가 이런 토론을 하면 된다.
놀랍게도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이런 구체적 정책 논쟁을 하지 않는다. 포털 토론회에서 무려 90여번을 참여한 나이지만, 진보좌파 진영에 주최하는 포털 토론회에서는 단 한번도 나가지 못했다.
나로서는 구체적 정책 토론에 자신이 없으니 배신자로 찍어서 확인사살 하겠다는 조폭이 떠오를 뿐이고, 이런 조폭들에 대해서는 나도 똑같은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논쟁도 좋고 비판도 좋지만 새로운 세대를 위해 우리 일단 수준을 높이자.
그리고 이런 수준의 진영 패거리 논리로 점철된 비판에 대해서 답을 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