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의 이원진 사장과 조원규 연구개발 부문 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대화를 하고 있지만, 실명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구글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구글은 항상 사용자의 입장에서 결정을 해왔는데 실명제는 사용자에게 혜택을 주지도, 인터넷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한겨레신문 등 진보좌파 언론과, 학자들은 연일 “구글이 표현의 자유를 지켜냈다”며 예찬하기 바쁘다. 그러나 과연 구글은 표현의 자유의 수호신이 맞을까? 진보좌파 매체들이 미국 기업 구글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일까?
구글의 슬로건은 ‘Don'be evil', 즉 ’악해지지 말자‘였다. 대개 유해성 광고 등을 받지 않으면서 돈보다는 인터넷 철학을 강조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의 여파로 구글은 독한 술 광고와 영국 구글의 경우 도박 광고까지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결국 구글은 자신들을 규정했던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대체할 새로운 기업 모토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악해지지 말자” 슬로건을 내버린 구글
4월 1일(현지시간) 지디넷닷컴이 실리콘밸리와처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구글은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 일환으로 '악해지지 말자'란 슬로건을 적극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CEO 슈미트는 '악해지지 말자'에 대해 "내부 토론을 위한 것이지만 외부에서 쉽게 오해되고 있다"면서 "악의 측정할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구글이 조금이라도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 곧바로 구글의 모토로 공격을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구글이 전 세계 네티즌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계기는 중국 시장에서의 검열 때문이었다. 물론 중국 이전에도 구글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나치 혐오 사이트를 걸러내오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인권 탄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혀 다르게 인식되었다.
중국 당국은 2002년부터 구글을 비롯한 여타의 검색엔진을 검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국 학자들이 반발하자 2주만에 구글 서비스를 복구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복구 소동 중에 중국당국과 구글이 어떠한 밀약을 맺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글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요구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 내 구글 사용자들이 금지된 텍스트를 검색하면 링크를 클릭했을 때 중국 당국이 허가한 다른 사이트로 이동되고 있었다. 구글의 해명은 거짓이었던 것이다.
2004년 중국 당국은 구글에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2004년 2월 구글은 구글 뉴스의 중국어 버전을 출시했지만 중국이 이를 즉각 금지한 것이다. 구글 뉴스가 중국 정부가 경계하는 몇몇 뉴스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중국 당국과 협상을 시작 서비스는 다시 재개되엇다. 하지만 구글은 중국 당국이 요구한 뉴스를 모두 제거해야 했다.
중국 반 체제 뉴스 검열한 구글의 계속되는 거짓 해명
구글은 공식적으로 “구글 중국어 뉴스에 금지된 사이트에 들어 있는 내용이 사용자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경험을 창출할 것”이라 해명했다. 이러한 구글의 변명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오히려 구글이 중국 당국과 손을 잡고 특정 사이트와 뉴스를 제거하면서 구글이 악의 부속품이 되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더욱이 구글은 제거된 사이트의 모든 링크를 삭제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사실조차 은폐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블로그 등에서 계속 비난이 쏟아지자 다음과 같은 공식 성명을 발표한다.
“지난주 구글 뉴스의 중국어판 출시를 위해 우리는 중국 내 구글 뉴스 사용자들을 위해 중국에서 볼 수 없는 뉴스 제공업체들을 구글 뉴스 중국어판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당연히 우리는 가능한 한 다양한 뉴스 제공업체를 포함하기를 원한다. 모든 언어로 된 구글 뉴스의 모든 버전을 위해 우리는 정치적인 입장이나 사상에 관계없이 뉴스제공업체를 선정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을 위해 우리는 일부 업체가 완전히 차단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했다.(중략)
결국 제대로 작동하느 것을 링크하고 적은 수를 제거하는 서비스를 갖는 것이,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를 갖는 것보다는 낫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는 우리에게는 매우 힘든 교환협정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에 위치한 우리의 사용자들에게 최선이라고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역시 거짓해명이라는 논란에 휘말렸다. 온갖 현란한 수사를 늘어놓았지만 실제로 구글이 중국 당국이 불편해하는 뉴스사이트의 검색을 차단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네티즌들은 구글이 중국 당국의 입맛에 맞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이유에 주목했다.
중국의 검색 2위 업체 바이두닷컴에 비밀리에 투자 시작한 구글
2004년 6월 구글은 중국 내 검색엔진 2위업체인 바이두닷컴에 비밀리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미 1위 업체인 3721닷컴은 경쟁사 야후가 인수했다. 구글이 바이두닷컴을 인수하려면 중국 당국의 허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더구나 중국 시장은 모든 닷컴 기업이 탐낼 정도로 거대하다. 구글코리아의 이원진 대표는 기자감담회에서 “중국은 10억의 시장이므로 장기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언급하여, 마치 한국은 시장이 작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대립할 수 있었다는 뉘앙스를 주어 일부 기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구글은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닷컴에서 티벳 관련 동영상을 일제히 삭제했다. 2002년부터 구글이 중국 당국에 적극 협조했으면서도 이를 은폐해왔다는 점이 티벳 동영상 삭제로 드러난 것이다.
구글이 개인정보를 절대적으로 보호한다는 것도 크게 과장되었다. 미국에서 9.11 테러 이후 미국애국법안이 논란이 되었을 때, 구글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 구글은 결국 프라이버시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발표한다.
“우리는 법의 명령을 받거나, 이러한 정보의 접근, 보호 혹은 공개가 구글의 권리나 소유권 혹은 안전 및 구글의 사용자나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하다는 선의의 신념이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 구글이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를 요구자와 공유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법의 명령 이전에 구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선의의 신념’과 ‘대중의 권리보호’였다. 구글이 최선의 이익이라 판단된다면 구글은 언제든지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의 주관적 판단으로 이용되는 개인정보
실제로 구글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험하기 위해, 혹은 단순히 구글이 임의대로 쓸 수 있는 정보가 어디까지인지를 시험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신분확인이 가능한 정보를 추적하기도 한다는 주장도 있다. 더구나 구글은 정책적으로 법의 집행기관과의 관계나 방대한 개인정보 데이터의 자체 사용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를 꺼려한다. 구글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사실 아무도 모르는 셈이다.
또한 구글은 이미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7년 5월 22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구글은 5년 후 사람들이 검색엔진 구글에 '내일 뭐하지', '무슨 직업을 갖는게 좋지' 등을 물을 날이 올 수 있도록 개인 신상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것이 목표"라며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많은 개인 신상정보를 수집해 검색 결과를 그 개인에 맞춰 최적화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는 '전세계 정보구축'이라는 구글의 임무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슈미트 회장은 "만약 누군가 '내가 무슨 직업을 갖는게 좋지'라고 구글 검색엔진에 물었다면 구글이 수집된 그 질문자의 개인정보를 검색해 '의사, 디자이너, 신문기자' 등의 대답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며 개인정보 구축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슈미트 회장은 또 "개인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검색 결과를 그 개인에 맞춰 최적화하는 신기술이 향후 검색엔진 산업의 성패가 될 것"이라며 "서로 더욱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검색엔진들이 싸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영국 언론은 발칵 뒤집혔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전적으로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들을 극대화시키려는 구글의 야망은 너무도 대단하여 검색엔진이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휴일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의 파이낸셜뉴스는 '구글의 캘린더'에서 '은행'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국민은행 748301-01-259××× 임윤영, 신한은행 239-11-003××× 이지현, 농협 100810-52-078××× 백승춘 3명의 은행명, 계좌번호, 실명이 공개되는 등 개인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구글은 검색조작의 혐의도 짙게 받고 있다. 2004년 9월 구글은 상표법 문제로 아메리칸 블라인즈 앤 월페이퍼 팩토리에 소송을 당한 바 있다. 법원의 심리가 있기 하루 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지방법원의 출두를 앞둔 고소인 측 변호사는 구글을 검색한 뒤 깜짝 놀랐다. 상표법 위반 업체들의 검색이 모두 삭제된 것이다. 이에 변호사는 구글이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새너제이 지역에서만 검색 결과를 조작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공개했다. 그는 “구글 측 변호인단의 입이 떡 벌어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미국 기업 구글 예찬하기 바쁜 한국 진보좌파 언론과 학자들
구글은 한국의 네이버에 비하면 악하지 않은 기업이다. 구글은 닷컴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었을 때도 일체의 배너광고를 붙이지 않았다. 유저에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모든 검색 결과를 아웃링크화하여 인터넷 중소기업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모든 콘텐츠를 자사 서버로 불법적으로 빨아들이는 네이버에 비하면 구글은 그야말로 천사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구글이 완전무결한 기업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부의 언론탄압에 맞서 싸우는 시민단체도 아니다. 구글은 자신만의 사업방향을 택해 사업을 하는 기업일 뿐이다. 이러한 구글에 대해 한국 진보좌파 언론이 보낸 찬사는 낯이 뜨거울 정도이다. 가장 선두에 선 언론이 한겨레신문이다.
한겨레는 ‘09.4.10.자 신문 1면과 17면 기사에서 “MB 인터넷통제 ‘국제망신’”,“‘유튜브 차단국 목록’에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이 올랐다. (중략) 청와대도 6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부터 동영상을 영어자막서비스와 함께 유튜브에 올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실명제 조치로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유튜브에 연설을 올리려면 외국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유투브 블로그는 유투브닷컴을 통해 서비스되고, 아이디 지역설정도 여전히 서울로 되어있다. 지금도 청와대는 언제라도 유투브에 지역설정 한국으로 택하면서도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한겨레는 구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통제를 비판하려다 대형 오보를 터뜨린 것이다.
한겨레는 이에 대한 정정보도를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구글 예찬에 나선다. 한겨레는 주로 미국 IT 관련 매체들의 보도를 인용하여 “유튜브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나타내는 상징적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이번 일로 한국은 정보기술 강국이면서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서는 후진국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주게 돼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까지 훼손된 셈’이라고 말했다”며 또 다시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법질서를 강화하려는 쪽은 프랑스와 독일 등 EU 국가들과 호주의 경우로서 대부분 선진국들이다. 단지 일개 미국 기업인 구글의 사업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작정 인터넷 후진국이라 공격하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의 전경웅 사무국장은 “언제부터 한겨레가 미국 자본에 우호적이었는지 의문”, “미국계 자동차 기업이 들어와서 한국법을 지키지 않아도 그때도 예찬해댈지 지켜볼 것”이라며 한겨레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미국 기업 구글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난 한국언론은 세계적인 수치
구글은 중국과 같은 거대한 시장에서는 철저히 협조하는 반면 한국이나 터어키 같은 작은 시장에서는 정부에 반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 기업의 언론플레이에 좌파들이 적극 협조하며 유착했다는 점이다.
구글을 비롯하여 국내 포털 역시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불법 게시글을 방치하여 클릭수를 확보, 사업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정부의 정책은 실명제가 아니라 단지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점에서 구글의 언론플레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구글코리아의 이원진 사장은 법적 명칭인 본인확인제를 구태여 실명제라 바꿔 부르며 기자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시중 위원장은 구글에 대해 “아예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는 본인확인제, 아이핀제도조차 구글이 반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구글에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아이핀제도는 치명적이다. 한국의 본인확인제는 아이핀 제도의 100% 보급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침해의 주범 구글과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한국 정부와의 또 다른 대립각이 형성되는 것이다.
구글의 조치가 화제가 되면서 여야 동수로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민주당 측 위원들이 “세계적으로 부끄럽다”고 정부를 공격했다. 그러나 구글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정부의 조치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구글이라는 기업의 행태도 모르고, 무작정 구글의 언론플레이에 이용당하는 한국의 언론과 학자들의 정치적 선동이야말로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 자조하고 있다. / 변희재
* 이 글은 존 바텔의 ‘구글스토리(램덤하우스)의 내용을 상당 부분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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