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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찬성했던 한나라당 추천 위원"

미디어 실태조사가 국민의 의견 수렴하는 최적의 방법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민주당 측 위원들이 한나라당 측 추천위원들의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 반대 입장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이 국회 기자회견 과정에서 "한나라당 측 미디어위원 중 일부는 여론조사에 찬성하는 위원도 있었지만 엊그제 한나라당측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모두 묵살됐다"며 "혹시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한나라당의 지침이 국민위원회 한나라당 측 위원 앞으로 전달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추천 위원 중 민주당 측의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가 아니라면 여론을 듣는 다양한 방법들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필자를 비롯, 강길모 위원, 최홍재 위원, 최선규 위원, 그리고 자유선진당 추천의 문재완 위원 등이었다.

찬반 형태 여론조라도 섬세하게 하면 한나라당 측에 불리할 게 없었다

이중에서도 민주당 측 위원들이 주장하는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아마도 필자밖에 없었다고 기억한다. 물론 공개발언을 한 적은 없었지만, 사석에서 민주당 측 위원과 만나 그런 이야기를 했었고, 내 의견을 여러차례, 걸쳐 한나라당 측 간사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므로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 절대 불가라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지침이 한나라당 측 위원 앞으로 전달되었을 거라는 의심에 대해서는 필자가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의심할 것도 없이 한나라당 측은 시종일관 공개적으로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 실시를 반대해왔다. 또 다른 지침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 필자가 민주당 측 위원들의 의견을 수용해보자고 한나라당 측 간사들에게 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차피 MBC, 언론노조 등에서 미디어위의 여론조사가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여론조사를 하여 발표할 수 있다. 특히 MBC의 경우 지난 번 조사 때 질의 항목을 왜곡하여 반대여론을 68%까지 올렸는데, 마음만 먹으면 70%는 못 올리겠는가. 그랬을 때 여론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니까 한나라당 측이 여론조사를 피한다는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어차피 바깥에서 무차별 여론조사를 발표할 것이니, 한번 정확하고 과학적인 여론조사 안을 구상해보자”

이러한 내 생각은 민주당 측 위원들에게도 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춘천 공청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시하여 “신문이 방송을 소유 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88%까지 올라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에 대한 접근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여론조사 결과의 유불리 문제, 그리고 과연 여론조사 결과가 법안에 참고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있느냐의 원칙적인 문제였다.

MBC 등의 선동적인 여론조사 방식이 아니라, 법안의 세부조항까지 따져묻는 방법이라면 아마도 내 판단으로는 개정안 찬성자에게 크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었다. 불리할 것이 없는데 자꾸 외부에 여론조사를 피하는 태도로 비춰지는 게 답답했기에 유불리만을 따진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적 법안 내용을 어떻게 찬반 형태의 질의로 소화할 것인가

특히 여론조사를 실시하게 되면 아마도 인터넷 관계법 질의 조항은 한나라당 측을 대표하여 필자가 깊이 참여하게 될 상황이었다. 신문법 상의 포털뉴스 포함, 정보통신망법 등등의 개정 및 논란이 되는 조항을 모두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 질의로 소화하게 되면 이것만 40여가지의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포털뉴스를 포함하는 신문법 개정안에 첨가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5. “인터넷뉴스서비스”란 신문, 인터넷신문,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뉴스통신, 「방송법」에 따른 방송 및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잡지 등의 기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계속적으로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전자간행물을 말한다. 다만, 제2호의 인터넷신문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제외한다.

이 조항을 한번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찬반 형태의 여론을 묻는 질의문 방식으로 풀어보자. 아주 단순하게 “포털을 신문법에 포함시키는 것을 찬성하십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외부의 언론사와 언론단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 문항을 어떻게 여론조사 질의로 풀어낼지 아직도 막막하다. 또한 포털뉴스의 책임을 명문화한 신문법 9조를 보자.

제9조(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준수사항) ①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기사 배열의 기본방침이 독자의 이익에 충실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그 기본방침과 기사배열의 책임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하여야 한다.
②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독자적으로 생산하지 아니한 기사의 제목․내용 등을 수정하려는 경우 해당 기사를 공급한 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③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제공 또는 매개하는 기사와 독자가 생산한 의견 등을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분하여 표시하여야 한다.
④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제공 또는 매개하는 기사의 제목․내용 등의 변경이 발생하여 이를 재전송 받은 경우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인터넷홈페이지에 재전송 받은 기사로 즉시 대체하여야 한다.

이런 수준의 법안 조항을 잘게 쪼개서 찬반 형태로 묻는 여론조사는 내 판단으로 참고자료로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화상으로 이런 조항을 불러주고 찬반을 묻게 되면 응답률이 아무리 높이 잡아도 한자리수에 머문다. 이렇게 되면 이런 조사는 참고의 의미조차 없다. 의미가 없으니 한나라당 측에 불리할 것도 없고 그래서 못할 것도 없다는 주장을 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한나라당 측 추천의 최홍재, 최선규 위원, 그리고 민주당 측 강혜란, 최영묵 위원 등이 미디어실태 및 수용자 이용행태 조사를 제안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무의미한 조사보다는 법안 논의에 충분히 참고가 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보자고 한나라당 측 위원들이 의견을 모으게 된 것이다.

미디어 이용자 실태조사야말로 가장 정확히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

포털을 신문법 상에 인터넷뉴스서비스 조항으로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보다는 네티즌들이 포털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고,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즉 포털뉴스를 인터넷신문사의 뉴스와 같은 인식을 갖고 이용하는지의 여부, 또한 포털사의 뉴스편집 기준에 대한 인식 등등을 조사한다면, 법안 논의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공미디어연구소에서는 “인터넷 실명제 (본인확인제)를 찬성하십니까“라는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 항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인터넷 정책 전문가인 필자의 눈으로는 이 질문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라는 것은 그 어떤 법 개정안에도 없고, 본인확인제는 워낙에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렇게 통으로 묶어서 물어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묻는 것보다는 대한민국의 네티즌들이 포털에서 익명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실명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에 관한 이용자 실태 조사, 그리고 오직 실명으로만 글을 쓰게 하고 있는 싸이월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여부 의식조사, 가장 명확한 본인확인제인 아이핀 이용자들에 대한 행태 조사, 이런 걸 정리해놓는 것이 바로 본인확인제 입법 논의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내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방송법 역시 신문과 대기업이 방송채널 하나를 운영했을 때, 과연 민주당 위원들이 우려하는 여론독과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가가 논의 최대 핵심사안이었다. 그렇다면 찬반 여론조사보다는 대체 현재 한국의 미디어시장에서 조선, 중앙, 동아 등 메이저 신문사들이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지, 또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여론독과점 현실은 어떠한지, 거대 포털의 인터넷 여론지배력 정도 등등, 이런 매체 지배력 조사를 하게 되면, 신문사가 방송시장에 진입했을 때, 과연 여론독과점 현상이 가능한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의 여론을 듣는 것이 오직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여론조사는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 어차피 6월 입법을 앞두고 여러 기관에서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입법에 자문역할을 하는 미디어국민위원회에서 국민 여론을 듣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입법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해야지, 아무 의미가 없을 게 뻔한 방식의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를 강행하자는 것은 처음부터 혈세 낭비라는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국회와 똑같이 패거리지어 싸움하다 끝냈다는 비판, 모두가 두려워해야

필자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측 위원들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라는 비난공세를 막기 위해서, 또한 어차피 국회 상황에서 소수자인 민주당 측 추천의 위원들이 원하는 형식적인 문제는 웬만하면 다 들어주자는 입장에서, 찬반 여론조사도 진지하게 논의해보자고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측 추천위원들 중에서는 실효성 여부를 떠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성격과 다른 조사를 하는 것에 맞지 않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분들도 많았다. 미디어실태조사와 수용자의식 조사 등을 하자는데 한나라당 측 위원들이 합의하게 된 것도 이들의 양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시민사회 단체에 일을 함께 해온 민주당 측 위원들과 달리 한나라당 측 위원들은 거의 대부분 모르는 사이이다. 필자만 해도 절반은 처음 뵌 분들이다. 그러다보니 한나라당 측 위원들의 의견을 간사들이 모으는데 애를 먹는 측면도 있었지만, 반대로 한나라당 측 위원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장점도 있다. 이러한 양 측 위원들의 구성 성격과, 민주당 측 위원들과 다양한 일을 해봤던 필자의 경력 상 자연스럽게 간사회의와 별도로 민주당 측 위원들의 생각을 한나라당 측 간사들에게 전하는 역을 맡게 되었다. 이러한 역할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잘 모르는 사이들로 구성된 한나라당 위원들의 성격, 그리고 위원 개개인의 독립적인 생각과 활동을 존중해온 한나라당 측 위원들의 배려, 또한 조금이라도 공감대를 넓혀보려는 민주당 측 위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필자는 그 역할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한나라당 측 위원들 내에서 회의 공개, 홈페이지 개설 등등의 다양한 의견을 내왔고, 최대한 민주당 측 위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선의의 노력를 이해한다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지침에 따라 태도를 바꿨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찌감치 민주당 측 일부 위원들과는 서로의 생각을 지나치게 관철시킬 생각을 하지 말고 최대한 충실한 보고서를 제출하자고 뜻을 모은 바도 있다. 이번 한나라당 측 위원들의 찬반 형태의 여론조사 거부와 미디어 실태 및 수용자 의식 조사 제안은, 이러한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 도저히 찬반 여론조사 거부를 수용할 수 없는 민주당 측 위원들은 각자 소속 단체에서 시행을 하되, 최소한 남은 25일 정도 기간 동안 서로 노력하여 충실한 보고서 작성에 주력했으면 한다.

양 진영의 시민사회, 학계인사들조차도 국회와 똑같이 패거리지어 싸움이나 하다가 끝냈다는 기록을 역사에 남길 수는 없지 않은가.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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