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위원회 운영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KBS 측은 시청자위원회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 전혀 협조를 해주고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시청자위원회 활동으로 KBS를 개혁하는 일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이병순 사장의 KBS 운영 방식, 편법 난무
KBS는 지난 18일 이사회에 ‘생방송 시사360’ 폐지, ‘아침 뉴스타임’ 시간 단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09 가을 개편안’을 보고했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공정·공익을 바탕으로 수신료 가치 실현, 프로그램 완성도 및 경쟁력 제고”가 가을개편의 큰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관련 보도가 쏟아져나오고 있고, 한겨레신문사와 경향신문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생방송 시사360’폐지를 강하게 비판하며 KBS를 통제하려 나서고 있다.
KBS 시청자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본지 이문원 편집장은 이에 KBS 시청자센터 측에 “KBS가 9월 18일 이사회에 보고한 방송개편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KBS 편성본부 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문원 편집장이 요청한 것은 확정된 개편안이 아니라 전 언론이 보도를 쏟아낸 9월 18일 이사회에 보고한 개편안이다. 언론이 KBS를 비판하는 내용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따져보려면 개편 보고안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 결국 편성본부와 시청자센터 측과 수차례 통화했지만, KBS 측은 끝내 이를 보내주지 않았다.
미디어워치 측이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KBS 측의 불성실과 편법이다. KBS 측은 이사회에 개편안을 보고했다. 그러나 KBS 이사회는 KBS의 경영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프로그램 개편안까지 개입해야할 근거가 없다. KBS 이사회가 개편안을 심의한다면 원칙적인 의미에서 방송 편성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 측면에서 오히려 KBS 방송개편안은 이사회보다는 시청자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게 합당하다. 그러나 KBS 측은 이사회에 이미 보고가 된 문서조차 시청자위원회에 보내주지 않고 있는 것.
KBS 측은 시청자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구성해야할 위원들의 분과활동마저 자의적으로 결정하였고, 위원들이 결정해야할 위원장 역시 손봉호 위원장이 참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했다. 위원들의 전문적 활동을 보장했던 보도, 시사교양, 예능드라마의 전문분과 구분도 없앴다. 애초에 미디어 전문단체 인사들을 위원 선임 때부터 배제시켰으니, 역시 당연한 결과.
현재 좌파언론단체에서는 KBS 이병순 사장이 시청자위원회를 수신료 인상의 들러리로 세우려 한다는 비판을 퍼붓고 있다. 방통위 규칙 제17조에 따르면 KBS가 방송법(제65조)에 따라 수신료 승인을 얻고자 할 땐 수신료 산출내역·여론수렴결과·이사회 의결 내역과 함께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을 첨부해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중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이 부정적이면 방통위와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의 명분이 크게 상실된다. KBS 측에서 시청자위원회에 미디어 전문가나 활동가를 배제시키고, 위원회 운영에까지 개입하며, 프로그램 개편안조차 제출하지 않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해볼 만하다. 시청자위원들이 수신료 인상의 전제로 프로그램의 전면 개혁을 주장하고 나섰을 때, 수신료 인상안이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정연주 사장 당시에도 KBS 시청자위원회가 수신료 인상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동의서를 작성해주는 등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정연주 사장의 경우 강력한 친위정치세력을 배치하여 정면으로 돌파했던 반면, 이병순 사장은 우파의 활동가들을 전면 배제, 시청자위원회를 무력화시키며 넘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점.
애국우파진영, "KBS 기득권주의자 이병순에 좌파보다 더 강하게 반대해야"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원칙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시민사회의 상식과 어긋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좌우를 떠나 KBS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위치를 갖는다. 그렇다면 역시 좌우를 떠나 KBS를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감시는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KBS의 처신을 보면 합법적인 감시와 비판마저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의 강길모 대표는 “우파인사들이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배제당하는 등, KBS는 결국 자사의 기득권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것이지, 애국우파세력은 아니다”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파시민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국 목소리 큰 좌파들이 여전히 KBS 등 방송권력을 좌지우지 하는 것”, “KBS가 자사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어있으므로, 수신료 인상은 좌파보다 우파시민사회가 더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며 우파시민사회의 반성을 촉구했다. / 허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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