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의 노사 간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판결을 앞두고 있는 ‘해고 무효 소송’ 외에도 이미 기각처리가 된 ‘해직자 출입방해금지가처분’, 인용처리 된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정까지 번진 노사갈등은 어느 언론사보다 깊다.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에서 시작된 이 갈등은 노 위원장의 구속, 구본홍 사장 퇴진, 배석규 신임사장 불신임투표 등으로 이어져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구본홍 사장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노사가 항상 대립각을 세웠던 것은 아니다. 4.1 합의, 6.10 공정방송협약 등 일정부분 합의를 도출하며 관계 복구의 틀을 다지기도 했다. 문제는 합의 뒤 번번이 원상태로 다시 복귀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노조 측의 무리한 행동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사측의 노조에 대한 고소취하와 노조파업종료, 사측에 대한 적대 행위 종료 등이 포함된 ‘YTN 노사 4.1 합의’ 결과 사측의 탄원서 제출로 석방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출소 후 합의문이 졸렬하다며 일방적으로 해석 및 파기, 투쟁을 지속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노조 측의 ‘공정방송 쟁취’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사측과 맺은 ‘공정방송협약’이 ‘노영방송협약’이 아니냐는 언론계의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조의 편성권개입을 노골적으로 합리화한 조항들은 정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의 편성권 개입 성문화한 공정방송협약
다음은 YTN 공정방송협악 중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들이다.
제2장 공정방송위원회 운영 규정
4조(목적과 기능) 2. 공방위는 제작 중에 있거나 방송이 계획된 기획물과 녹화대담물이 방송강령과 윤리강령에 어긋나거나 외압, 청탁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사전 심의할 수 있다.
4. 편성책임자는 편성개편이나 임시 편성이 있을 경우 공방위에 알려야 하며 공방위는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 할 수 있다.
5조(구성) 6. 공추위 간사는 필요할 경우 편집회의와 확대간부회의, 편성개편을 위한 회의에 참석해 공정방송보도와 관련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9조(회의 개최) 3항 사측의 무성의로 정례회의가 2회 이상 열리지 않거나 위 2항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요구된 임시회의가 3회 이상 열리지 않을 경우 보도국 사원들을 대상으로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하고 보도국장과 사장은 그 결과를 수용한다.
12조(문책요구권) 1. 공방위는 심의대상자에 대해 인사위원회에 징계 심사를 요구하거나 사장에 보직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1-1. 징계나 보직변경 등의 심사 요구는 반드시 공방위 합의에 의해 할 수 있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기명 투표로 결정한다.
1-2. 무기명 투표에서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 것으로 본다. 가부동수가 나오면 부결된 것으로 본다.
1-3. 가부동수로 부결된 안건과 관련된 당사자가 6개월 안에 다시 공방위에 회부돼 표결이 이뤄진 결과 가부동수 결정이 나오면 가결된 것으로 본다.
1-4. 공방위는 표결 결과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해당자에 대한 징계 심사를 요구하거나 사장에 보직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인사위원회와 사장은 이를 존중한다.
제3장 외부감시
제15조 2. 시청자위원회 구성은 관련법이 정하는 바에 따르되 노사 양측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한다.
먼저 4조 2, 4조 4, 5조 6의 경우 한마디로 ‘드러내놓고 노조의 편성권 간섭’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공정방송보도라는 명분으로 공추위(공정방송추진위)의 노조 측 간사가 상근하며, 편집회의, 확대간부회의, 편성개편회의에 참여뿐 아니라 의견까지 개진할 수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노조가 편성에 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 그동안 노영방송이라 비판받던 MBC의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을 보더라도 MBC 노조는 이 정도의 권한을 보유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데스크’ ‘PD수첩’ ‘100분토론’ 등의 왜곡과 편파성으로 숱한 지적을 받아왔는데, 아예 편성권 개입을 합의한 YTN의 경우 그 위험성은 불 보듯 뻔하다. 또 9조 회의 개최와 관련, 공방위가 열리지 않을 경우 보도국장 신임투표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 노조가 보도국장에 대해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놨다.
가부동수까지 가결로 규정
12조 문책요구권의 경우는 헌법마저 위배하고 작성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조항을 살펴보면 같은 사안이 6개월 안에 공방위에 회부될 경우 가부동수를 ‘가결’로 했다. 노사 동수인 공추위 특성상 노조의 뜻대로 문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노조가 공정방송을 빌미로 어떤 간부든 보직변경이나 인사위에 회부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얻게 되는 셈이다. 특히 세칭 ‘사사오입 사건’ 이후 헌법에서 국회의 의결 시 가부동수는 부결로 규정하고 있고, 법리상 가부동수를 부결로 보는 경향에도 불구, YTN 공영방송협약에서는 가부동수를 가결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이헌 공동대표 변호사는 “의결방법은 기업별로 따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 있다. 헌법에서 가부동수는 부결로 본다는 대 원칙에도 반한다”고 규정하고,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잘못된 규정이 삽입된 거 같다. 바람직한 조항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또 “법이나 협약은 소수자를 고려한 차원으로 규정되는데 (공정방송협약의 경우)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규정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노조 측 목소리만 높아져 잘못된 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15조 2의 경우 미디어워치 29호에서 이미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다. 현행 방송법 제87조 2항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각계의 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자중에서 방송통신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단체의 추천을 받아 시청자위원회의 위원을 위촉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단체의 추천을 받아 심사해야 함에도 불구, YTN의 경우 노사 양측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을 설정, 방송을 심의할 시청자위원회에까지 노조의 영향력 안에 둘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이처럼 노골적인 노조의 편성권․경영권 침해가 담긴 공정방송협약에 대해 노조 측은 “현존 사례 중 가장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공정보도 보장제도”라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YTN 사측 한 간부는 “전 세계에 이런 식으로 노조가 방송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한 군데라도 있다면 꼭 알려 달라”며 개탄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강길모 공동대표는 “YTN 노조의 힘이 이토록 강력한 줄은 몰랐다. 구 전 사장이 무슨 생각으로 이 협약을 작성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MBC의 공영방송 원상복귀에 힘 쏟는 사이 YTN의 노영화가 이정도로 진행된 줄 몰랐다. 어떤 의미에서는 MBC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YTN 문제에 대해 확실히 인지해 비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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