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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콘텐츠 시장 왜곡, 씨네21이 주도

불법 웹하드업체들과 협력한 뒤, 절대 강자 군림

한국의 콘텐츠 시장은 공식적인 시장과 비공식적인 시장으로 나뉜다. 공식적인 시장은 방송, 영화 및 DVD, 수출과 같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시장이다. 비공식적인 시장은 흔히 포털, 웹하드-P2P라 불리는 OSP 업체들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무단 유통되는 콘텐츠 시장이다. 공식적인 시장의 규모는 방송과 영화를 합쳐 대략 2조5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방송의 수입은 광고 및 수출을 통한 것이고 영화는 영화관 수입이 대부분이다. 반면 비공식적인 시장의 규모는 지금까지 집계된 바가 없다. 업계의 추정에 따라 7000~8000억 원 가량이라고 하지만, 이 금액은 OSP들의 마케팅 비용, 스토리지, 회선비 등을 포함한 총매출일 뿐 시장 규모는 아니다. 다만 OSP의 수입으로 미뤄 그 규모가 적지 않다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 골머리를 앓아온 주요 저작권자들은 2008년 3월, ‘콘텐츠 무단유통에 대한 방조 및 조장혐의’로 포털을 제외한 대형 OSP를 고발했다. 법원은 이들에 대해 혐의를 인정했고 OSP 대표들은 징역형, 업체는 벌금형을 받았다. 이 일로 국내 대형 OSP들은 협회를 구성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바로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이하 DCNA)’다.

DCNA 성장의 숨은 일꾼 ‘씨네21’

2008년 11월, 대형 OSP들은 DCNA를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업체들끼리만 모여서는 저작권자들의 견제와 고소를 피하기 어려웠다. 이에 일부 OSP가 나서 저작권자들과 합의를 시도했지만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저작권 시장에서 그동안 콘텐츠 무단유통으로 거액의 수익을 올린 OSP들을 신뢰할 기업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차인 2009년 초, DCNA는 원군을 만나게 됐다. 바로 한국의 대표적 영화주간지 ‘씨네21’이다. 2009년 1월15일, 영화제작가협회(이하 영제협)와 DCNA는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합법적 콘텐츠 유통시장 만들기에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9년 5월13일, 영제협과 DCNA는 콘텐츠 공정유통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DNA 필터링 기술 적용’ 및 3단계 대응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10월 DCNA 소속 회원사들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겉으로만 보면 이때 영제협 소속 모든 저작권자들이 DCNA와 콘텐츠 공정유통을 합의한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협의에 따라 유통되는 콘텐츠 대부분이 씨네21이 저작권을 가진 콘텐츠라는 걸 알 수 있다.

씨네21은 알려진 대로 한겨레의 계열사다. 1995년 한겨레의 영화 전문주간지로 창간됐다. 때는 영화전문지가 월간에서 주간으로 트렌드가 바뀌던 시점이었고, 영화해금 효과, 예술영화 붐 등 호재가 이어져 씨네21은 영화주간지 시장의 선점지이자 대표지로 명성을 쌓게 된다. 결국 씨네21은 2003년 8월 한겨레로부터 분사해 ‘주식회사 씨네21’이 된다.

이후 씨네21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주간지 판매가 성장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무료 뉴스와 아침 무가지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종이매체인 주간지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씨네21은 2004년 방송채널사업자(PP)등록,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영화정보 서비스 개시, CJ케이블넷 영화정보 데이터방송 개시 등 주간지 외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그 세를 키워왔다.

이렇게 영화-방송계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키운 씨네21은 2007년 10월 온라인 영화전송 사업을 전담하는 ‘씨네21i’를 설립한다. DCNA와 손을 잡고 일을 하는 곳이 바로 이 씨네21i다. 씨네21i는 씨네21의 명성을 바탕으로 성인물 1520편, 영화 370여 편, 방송 760여 편 등 국내외 콘텐츠 2500여 편의 저작권을 가진 대형 저작물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씨네21i가 본격적으로 성장세가 오른 것은 바로 DCNA 회원사들에 콘텐츠를 제휴유통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OSP 업계 종사자들은 말한다. 2500여개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씨네21i가 벌어들이는 돈은 OSP 업체 당 평균 수천만 원 선. 70여 개 회원사를 거느린 DCNA의 규모를 생각하면 그 수익규모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씨네21i와 제휴를 맺지 않은 OSP 업체들은 바로 저작권 고소를 당하게 된다. DCNA-씨네21i가 지닌 막강한 권력의 핵심이다.

가장 큰 부정 저질러온 집단 옹호하는 씨네21

DCNA와 씨네21i가 이렇게 상부상조하며 세력을 키워갈 때 CJ그룹 등 대형 저작권 업체의 반발은 극심했다. 앞서 언급한 2008년 3월 OSP 업체들을 상대로 한 고소 사건에는 모두 35개 저작권자가 참여했다. 하지만 이후 DCNA와 영제협 간 협력 발표에는 이 중 20개 저작권자만 참여했다. CJ그룹, 롯데 쇼박스 등 대형투자배급사들 대부분은 여기서 빠졌다.

이 같은 대형 저작권자들의 행동에 씨네21i의 모회사인 씨네21은 칼럼까지 게재하며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은 CJ 등을 비난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논리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는 게 문제다. DCNA를 주도하고 구성한 OSP들은 대부분 설립한 지 4~5년 이상 된 OSP 업계의 기득권층이다. 이미 콘텐츠 무단유통으로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이들이 이제와서 콘텐츠 공정유통이니 DNA 필터링 기술 등을 언급하니, 그들을 과연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DCNA를 주도하는 OSP 업체들의 사이트를 보면 음란물 및 국내외 다양한 콘텐츠들이 무단 유통되는 것은 물론, 인터넷 검색만 해보면 이들 사이트의 필터링을 무력화시키는 프로그램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CJ나 롯데 등은 이런 행태를 알기에 DCNA와 손잡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대형 저작권자와 씨네21, 그리고 DCNA 간 갈등 구조를 보면 저작권 유통시장의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이 구도 자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장질서가 모두 ‘유통업체’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저작권 분쟁이 생길 때마다 큰 소리를 내는 건 CJ나 롯데 등과 같은 거대 투자배급사나 대형 영화사들, 각종 협회일 뿐 원저작자들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법무법인들의 저작권 침해사냥이 사회적 논란이 됐을 때도 원저작자들이 이들에게 저작권을 위임을 했다거나 큰 수익을 얻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즉 지금 한국의 저작권 유통시장에서 일어나는 논란은 소비자와 제작자보다는 유통업체들끼리의 싸움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이 콘텐츠 유통가격에 문제를 제기해도, 원저작자가 새로운 창작활동을 하고 싶어도, 신생 OSP가 ‘합법적인 사업체’로 변신하려 해도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인터넷 콘텐츠 유통 왜곡 상황의 중심에 씨네21이 있다. 주간지 시장이 하락세에 놓이자 좌편향 정치문화 주간지로 성향을 바꾸고, 인터넷 콘텐츠 유통 등 각종 부가사업을 통해 수익을 채우는, 다분히 기형적 사업형태를 지닌 매체가 가장 큰 저작권 침해를 저질러온 집단을 옹호하고 시장에 긍정적 변화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저하시키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콘텐츠 유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처럼 시장 왜곡의 중심에 과연 누가 있는지부터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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