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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들의 '죽음의 굿판' 카니발리즘

선동집단을 잠재우는 것은 엄밀한 사실과 치밀한 논리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최근 모습이 화제다. 2009년 언론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100킬로그램에 육박하던 거구였다. 엉뚱하긴 하지만 외모만큼이나 낙천적이었을 법한 그는 몰라보게 야위어 있었다. 스스로 밝힌 이유가 놀랍다. 감옥에 있는 동안 응원부대로 남아있을 줄 알았던 좌파진영에서 순교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낯선 이들로부터 죽음을 재촉 받고, 이제는 그 정체성마저 의심받는 처지에 몰리자 끼니를 거의 잇지 못한다고 한다. 한때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받던 그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미네르바가 보여주는 모습은 좌파들의 선동에 대처하는 자세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교훈을 준다. 그들이 쳐주는 박수소리에 취하는 것이야말로 더 없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순교에 대한 좌파들의 열망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김지하 역시도 옛 동지들에게 동일한 경우를 겪었다. 그의 부인 김영주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지하의 수감기간에 대한 증언을 했다. 박정희 체제 하에서 7년을 옥살이하는 동안 그를 괴롭힌 것은 동지들로부터 받는 순교에의 종용이었다. 그 배신감에 김지하는 출옥 후 정신병원을 전전했는데, 그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케 한다. 1991년 분신정국 당시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던 그의 일성은 이런 체험에서 비롯됐던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 돌이켜 보면 한국 역사에서 1991년은 정말 생뚱맞은 시기다. 도대체 그 시점에 무슨 연유로 그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가야 했단 말인가. 곧이어 소련이 해체되고 문민정부가 출범하면 더 이상 운동권은 대학가에서 발도 붙이지 못하게 된다. 박종철, 이한열은 역사에 이름이나 남겼지만 그 시절 죽어간 젊은이들은 아무도 기억조차 못한다. 1987년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의 이유와 목적이 도치되었다. 진보를 위해 죽음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자체가 목적이 된 세상이 온 것이다.

최근에는 정치의 축제화 현상을 선진국적 현상으로 긍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이 발견된다. 순교자를 원하는 행태가 정치적 유희와 결합이 되면서 현대판 카니발리즘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2년 촛불시위는 이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 경우다. 이미 군중들은 월드컵 거리응원을 경험한 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마치 그 뒤풀이라도 하듯이 저녁이면 몰려나와 어린 소녀들의 죽음을 매개로 또 다른 축제가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 고인의 명예나 유가족의 슬픔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누군가의 죽음에 또 다른 이들은 축제를 벌이고, 그 뒷전에서 약삭빠른 이들은 잇속을 챙긴다.

카니발리즘으로 접근하면 저 유명한 386정치인들의 광주 술판 사건도 새롭게 해석된다. 그들에게 있어 광주는 정신적 고향 이상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순례자들은 음주가무를 즐겼다. 많은 이들이 배신감에 치를 떨었겠지만 그들의 성향으로 볼 때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피를 보면 흥분하는 카니발리즘이 무덤을 방문한 후 발동했던 것이다. 그 후 술과 여자를 찾아 풍류를 즐겼다 한들 누가 그들을 탓하겠는가? 하지만 젊은 세대는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사실상 분신정국 당시 후배들을 죽음으로 떠밀었던 선동집단이다. 그들의 희생을 대가로 자신들은 젊은 나이에 금배지 달고 룸살롱을 들락거렸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죽여야 산다는 점에서 그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뱀파이어들이다.

좌파 내부의 파시즘

보수정권 출범 이후 좌파진영은 곧잘 ‘파시즘’이라는 단어를 공격에 활용한다. 주로 공권력의 과잉진압을 비판할 때다. 하지만 진정으로 파시즘에 근접한 집단이 누구인지는 잘 따져보아야 한다. 죽음에 대한 미화야말로 파시즘의 중요한 속성이기 때문이다. 운동권 진영에서도 곧잘 쓰이는 ‘산화’ ‘옥쇄’ 등의 단어는 실상 일본군국주의가 병사들의 희생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낸 단어다.

‘산화(散華)’란 원래 불교용어로 말 그대로 꽃잎이 흩어지는 것을 뜻하지만 일본은 국화인 벚꽃이 눈꽃처럼 흩날리는 이미지를 병사들의 죽음에 대한 은유로 사용했다. ‘옥쇄(玉碎)’ 역시도 원래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문장에서 따온 말인데, 구슬이 깨어지는 미학적 의미를 집단자살을 부추기는 용도로 활용했다. 전쟁 말기에 이르면 옥쇄는 오키나와와 사이판의 민간인에게까지 강요되었다. 이미 그 무렵에 이르면 일본은 이기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죽음 자체가 목적인 집단광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군국주의적 잔재가 진보진영에서 아무런 비판 없이 사용된다. 지난 2월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민생을 지키지 못하고 반민생 법안을 막지 못한다면 옥쇄를 각오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런 파시즘적 언어습관이 사소한 일에도 배수진을 치는 독특한 정치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데도 기껏 노인네들이나 흥분시키는 보수정권을 향해 파시즘이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소리다. 지금 죽음의 굿판을 벌이는 집단은 누가 뭐래도 좌파진영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최근 이들이 새로운 희생자 집단을 포섭한 징후가 발견되는 것이다. 2008년 광우병 시위는 과거와 많은 면에서 구별되는데, 그중 하나가 여성들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긍정적 측면만을 언급하지만 그 요란한 박수소리 뒤에는 또 다른 계산이 숨어 있다. 다음번 축제의 희생양으로 여성들이 낙점된 것이다. 특히 유모차 부대는 어린 아이들을 방패로 활용함으로서 이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제단위에 오를 동물을 살찌우고 꽃단장을 하듯이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자가 다음번 희생양이 되는 것은 이들 세계의 법칙이다.

현재도 좌파진영은 한 여성의 죽음을 통해 축제를 벌이고 있다. 바로 장자연 사건이다. 2년 전 세상을 뜨겁게 달구다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일이 한 방송사의 농간에 의해 새삼 달아오르고 있다. 한동안 잊고 잘 지내던 이들이 또 다시 정의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바탕 제의를 펼친다.

지난 3월12일 한 케이블 방송 토론프로그램에서는 이를 주제로 다뤄 이목을 집중시켰다. 패널 중에는 특정 신문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했던 문성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백만 민란을 선동하는 인물답게 사자후를 토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더 없이 맥 빠진 장면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이날 문성근은 토론 프로그램 사상 가장 과묵한 패널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불과 며칠 전 일인 시위를 벌일 만큼 자기 확신에 차 있고, 백만 민란을 선동한다는 자가 사자후는커녕 도대체 방송에 왜 나왔나 싶을 만큼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상대편 패널로 나왔던 변희재, 김용호는 시종일관 사실에 근거한 치밀한 논리로 선동가의 입에 자물쇠를 채워 버렸다. 문성근은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사고를 거쳐 일인시위를 벌였는지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못했다.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는 선동가가 아니라 역으로 누군가에게 선동당한 채 앞으로 떠밀려 온 자에 불과했다. 자신들이 만든 미신에 자기최면에 걸리고, 누군가에게 동일한 바이러스를 끊임없이 퍼뜨리는 것이다.

이날 토론은 죽음의 광기를 부추기는 선동집단에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어둠에 서식하는 뱀파이어들은 밝은 태양 아래로 끌어낼 때 사라질 수 있다. 선동집단을 잠재우는 것은 엄밀한 사실과 치밀한 논리의 힘이다. 두 젊은 패널은 우리사회의 건강한 항체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저들의 출세도구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진보진영에서 젊은 세대를 핍박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적당한 때에 한 명씩 죽어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희생을 동력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혁명, 혹은 진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오늘날 우리는 뚜렷이 목도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희생을 부추긴 자들이 자신들은 정작 강남에 둥지 틀고 앉아서 자식 입시에 전력하고 있다. 그들만의 천국을 위해 희생해야 할 생명은 없다. 젊은 세대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저들의 최후를 지켜보아야 한다. 광기어린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우고 광명천지처럼 환한 세상, 성숙한 민주주의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그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젊은 세대의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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