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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월세는 서울시 전 노숙자들의 밥값

공직자의 투명성은 신뢰사회의 기본이다


【서울=빅뉴스】김휘영의 시사평론= 약자들의 삶 월세

내 집 마련을 못한 사람들의 주거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대세가 굳어지고 있다. 물가상률을 밑도는 은행이자로는 수지가 맞지 않자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해온 일이 오래다. 강남 대치동 같은 중심가는 전세매물이 나오면 그 즉시 계약된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한다. 말이 월세(rent)이지 실제로는 엄청난 고금리의 사채다. 1억을 은행에 예금했을 때, 통상의 4.5% 금리로 보면 월 30만 4,560원의 이자수익을 얻는다. 저축은행처럼 금리가 높은 제 2금융권은 원금보장이 안된다. 하지만 이를 세입자를 통한 월세로 받으면 1억으로 매월 100만원~1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보통 월세 2년 치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그것도 현금으로 미리 확보해 두고 계약을 맺기에 매우 안전하고도 고금리인 사채놀이라고 볼 수 있다. 세입자 을(乙)은 쌀 한 톨 사지 못하면서 매월 빠져나가는 무서운 월세를 줄이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보증금을 올리려고 하고 집주인 갑(甲)은 가능한 월세를 많이 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약자인 세입자가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자는 자신이 내세우는 조건으로 세상과 협상하고 약자는 세상이 내거는 조건에 타협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필자는 7년도 넘게 전월세에 대한 좀 더 공정한 룰이 적용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담당 정부기관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한 소위 월전세 관리사 제도의 신설도 주장해 왔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사회적 약자에 좀 더 공정한 룰이 적용되게 하고 ▲세수도 늘어나고 ▲직업도 창출되는 3 가지 이익이 있음도 밝힌 바 있다.

“성공은 강자에게 주어지며, 실패는 약자에게 강요된다.” -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보증금을 내리고 월세를 더 내라는 주인의 협박(?)에 밀려 서울 시민들은 점점 교외로 쫓겨 나가고 있다. 오로지 소비역할만 하는 월세를 많이 내고는 생활비가 간당간당해지기 때문이다.

“월세 사는 사람은 아파서도 안 됩니다. 누구 하나 크게 아프면 가계가 파산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69㎡(21평형)에서 월세를 사는 최모(41)씨의 하소연이다. 월급 300여만원을 받아서 월세 60만원을 내고 생활비와 자녀들 교육비 대기도 빠듯한데 행여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 신세라도 지게 되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 ('40세 월세시대… 어느 40대 가장의 눈물' - 2011.9.24. 서울신문)

아름다운 재단 이사의 이상한 월세 생활

최근 안철수 원장의 양보로 주가가 치솟은 박원순 변호사의 주거형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다 헤진 신발로 검소한 이미지가 대중에게 어필되었던 박변호사는 서울 강남 방배동의 신동아 럭스빌 61평 초호화 아파트에서 생활을 해왔다는 게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곧 이 집을 팔아서 기부하고 1억의 전세로 살고 있다는 해명이 나왔다. 그러자 더 큰 논란이 일어났다. 다음은 네티즌 사이에 불붙은 논란인데 한국 사회의 많은 모순점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문맥으로 본 순서상 아래에서 위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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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 20년 동안 무사했던 건 박원순 변호사가 옳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가 공직자가 되기 위해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바르다. 10년 전이라도 장·차관직 후보에라도 올랐더라면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다루어졌을 것으로 보면 된다.



보다시피 아이디 <정신차리세요>님은 낮은(?) 1억의 전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인 <답답해서...>님은 높은 월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마치 걱정 없이 온실에서 자란 귀족 출신과 현실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를 직접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는 서민 사이의 상반된 시각이 잘 반영된 논쟁같다. <정신차리세요>님은 박원순 변호사의 실정을 잘 아는지 ‘1억 전세에 나머지 월세‘라는 매우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세우며 상당히 신경질적인 공격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답답해서...>님은 세상 물정에 기준한 상식을 논거로 오히려 이 분 더러 '정신차리라'고 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호소력이 있는 주장일까? 그건 독자가 선택할 문제다.

기준

우리는 조폭 인사의 인물됨을 논할 때, 그의 싸움기술이나 조직원들에 대한 의리를 잣대로 삼지 그들의 도덕성을 대상으로 검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명한 사회사업가가 패거리의 이익을 보장해주며 조직의 의리에 강하지만 그의 도덕성에 의문이 든다면, 이는 심각하게 검증해 보아야 할 문제임은 확실하다. 또 도덕적인 우월성을 주장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세력을 확장해온 사람일수록 그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지는 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로 유명한 클린턴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이 있었음에도 무사했다. 최고의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에다 더구나 그 추문의 장소가 백안관 집무실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는 클린턴은 평소 도덕성을 주장하기보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주장해 왔던 인물이었던 점과 관계가 깊다. 클린턴이 한 말 중에서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건 "바보야, 중요한 건 경제야(It's economy, stupid!"였다. 하지만 평상시에 도덕성을 강조해 온 줄리아니 뉴욕시장 등의 여러 인물은 클린턴에 비하면 작은 성추문에도 물러나야 했다. 클린턴의 경우와는 다르게 시민들이 전혀 용서하지 않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평소에 도덕적이고 진보적인 발언을 많이 해 온 인사들일수록 시민들은 그들의 작은 언행불일치에도 더 심한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사실 이들이 도덕성을 무기로 삼지 않았다면 그 지위와 명성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기에 이는 억울한 게 아니라 당연히 치러야 할 하나의 기회비용이라 할 만하다. 헐리우드 스타들도 흔히 '명성의 대가(prime of the fame)'를 지불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덕성을 내세우며 많은 편익을 취해왔던 사람들 역시 이에 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며 살아야 하는 건 사회가 요구하는 공정과 공평, 즉 정의 관념에 맞는 일이다. 이런 일로 각종 이익을 편취하면서 자기 영향력을 확대해 온 사람이 유독 자신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갖대 대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건 그 사람이 심각한 위선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증거하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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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문제, 투명성

민주당 박영선 의원 등이 방배동 초호화 아파트 거주 문제를 제기하자,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는 1억 전세에 250만원의 월세에 살고 있다고 직접 해명한다. 사실 월세는 상품 거래가 아니고 신용카드 결재도 아니라서 투명성이 보장되기 힘든다. 실제로는 1500만원을 내면서도 500만원이라고 말해도 그 진위를 검증하기 어렵다. 덧글 논쟁의 심도로 보아 아마도 이런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게 전달 되었을 것이고, 그 이후 전략적 차원으로 250만원의 월세를 공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수증 같은 투명한 증거가 없기에 확인불가다. 곧이 곧대로 1억에 월세가 250만 원이면 총 전세로 3억 5천 짜리 아파트라는 말인데 시가로 따져 전세 7억이었던 게 반토막 나 없어진 셈이라 더 이상하다. 지금까지 나온 확실한 팩트는 월세가 250만원 이상이지 그 이하는 아니라는 점이다. 박변호사가 직접 밝힌 250만원이 사실이라 해도 그게 생산이 아니라 소비 지출임을 감안하면 보통 서민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액수다. 초호화 대형 아파트에 사는 이유로, 미국 유학시에 모은 자료가 너무 많아서 대형아파트에 살 수 밖에 없다는 해명은 더 아리송하게 한다. 유학생이 그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면서 챙겨와야 할 책이나 자료가 그렇게 많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고, 진정으로 그런 자료를 보관하는 게 절실하다면 그 일 때문에 관리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61평 호화아파트가 아니라, 지하에 조촐하게 서재를 갖출 수 있는 단독 주택을 선택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필자의 친구들 중 책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고, 책 소장가로 유명했던 김대중 전대통령도 지하에 서재를 갖추고 거기서 손님들 접대까지 했다는 건 유명하다. 물론 지하 서재가 청렴을 보장하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책과 자료를 보관하기 위해 강남 중심가의 61평형 초호화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말은 어딘지 억지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서울시 전체 노숙자의 식사가 월세로

병원 환자가 먹는 한끼 식사의 원가가 3000원이다. 이에 비해 반찬 가짓수도 적은 노숙자의 무료급식비는 원가가 1500원 부근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전 모 국회의원이 TV 1일 체험 프로에 나와 초구두쇠 전략으로 하루 견디기를 했는데 990원으로 나왔다. 서울시 노숙자가 가장 많았던 년도가 IMF 직후인 1998년으로 3000명 선이었다. 이를 따져 원가 1500원 짜리 식단을 짜 보면 수백만원의 월세는 서울시 전체 노숙자들의 한끼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돈이다. 이쑤시개를 여덟 조각으로 나눠 쓰는 생활을 하면서 아끼며 모아 온 재산으로 카이스트에 총 350억원을 기부한 서전농원 대표 김병호(70)·김삼열(61)씨 부부의 아름다운 이야기( 2009.9.21. 동아일보,2011.9.23. 조선일보 )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시민운동가란 이름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온갖 존경을 다 받아 오신 분이 강남의 초호화 아파트에서 그것도 월세를 수백만원씩이나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형태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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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부문화를 심하게 왜곡시키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

필자도 사실 박원순 변호사가 200억 짜리 대저택에 산다고 하더라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있고 돈 많은 게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 얼마나 숨막히는 세상인가? 하지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박변호사가 차라리 비싼 전세를 내고 살더라도, 매월 나가는 엉첨난 월세를 줄여 진정으로 사회에 필요한 곳에 나누어 써 왔기를 희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김병호 부부는 저렇게 구두쇠 인생을 살면서 모은 재산을 기부하면서도 그걸로 남을 공격하는 오만을 보이지 않는다. 이분들이 시신을 기증하기로 한 약속에 감동해서 필자도 곧 장기를 기증할 생각이다. 한국의 기부문화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 온 필자가 보기에 박원순의 <아름다운 재단>에서 추구하는 방식의 기부문화는 결코 바람직 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심하게 왜곡시켜 나쁜 길로 끌고 가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밝힌다.

안철수 원장은 이 사실을 알았을까?

사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비생산적인 고정비용으로 매월 250만원이나 나가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안다. 초창기 "직원들 월급 날이 돌아오는 게 가장 무서웠다"는 안철수 원장도 이 점은 충분히 알 것으로 생각한다. 가장 궁금한 건 안철수 원장이 최근에야 대중 앞에 드러난 박원순 변호사의 이런 생활 형태를 사전에 알았더라도 흔쾌히 양보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 동안 안원장이 보여 준 순수성으로 볼 때, 필자는 부정적으로 판단한다. '순진한 안철수가 사회사업가의 탈을 쓴 노회한 정치꾼들의 포위공작에 넘어갔다'는 세간의 우려가 사실이 아니길 빈다. 현재 민주당을 중심으로 박원순 후보에 대한 검증 작업에 기치를 올렸다. 다른 당과 한국의 언론도 이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박원수 희망제작소 소장이 서울 시장에 당선된 후에라도 서민들의 애닯은 셋방살이 설움을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 김휘영 시사평론가(wep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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