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간부진의 만남을 둘러싼 도청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한겨레는 당초 12일 인터넷판 보도에서 “<한겨레>가 얻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 등의 10월 8일 ‘극비회동’ 녹취록을 보면, 정수장학회는 현재 갖고 있는 언론사 주식에 대한 처분 및 활용 계획을 최근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겨레신문 13일 토요판 커버스토리에선 이 대목이 “<한겨레> 취재 결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지난 8일 문화방송의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언론사 주식에 대한 처분 및 활용 계획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고 수정돼 실렸다.
즉, “한겨레가 얻은~ ‘극비회동’ 녹취록을 보면”을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로 정정한 것. 당초 한겨레는 기사에서 “녹취록을 얻었다”는 표현을 써, 누군가로부터 녹취록을 전달받은 뉘앙스처럼 보도했지만, MBC측의 녹취록 입수 경위 질문을 받은 후 기사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MBC측은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한겨레신문의 첫 인터넷 보도에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돼 있어 한겨레신문 측에 '(녹취록의) 입수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니까 후속 기사에서 녹취록이란 표현을 지웠다"며 "반드시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측은 또 13일 뉴스데스크 방송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기사에는 양측의 대화 내용과 다른 부분도 있으나 현장에 있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 들어있어 도청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MBC는 주주인 정수장학회와의 정상적인 업무협의내용이 도청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MBC는 최필립 이사장의 사무실에서 이뤄진 면담 내용이 어떻게 외부로 유출되었는지, <한겨레>가 '녹취록'을 누구로부터 어떤 방법으로 입수했는지 등 의혹에 대해 수사의뢰 등을 포함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졌다면 계획 단계에서부터 이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가담한 이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하며, 녹취록이 어떤 절차로 <한겨레>로 보내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도청 의혹 제기에 대해 15일 인터넷판 기사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대화 취재 ‘도청’ 아니다>에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취재 과정을 공개할 수 있음을 밝힌다”며 도청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했다.
한겨레는 “<한겨레>는 지난 8일 오후 5시께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있었던,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문화방송 전략기획부장 간의 비밀회동 대화록을 싣는다”면서 “총 1시간 분량의 대화록 가운데 사적인 내용을 제외하고, 현안인 문화방송·부산일보 매각과 관련한 부분만 공개한다. 이날 대화에서 오간 내용의 중대성과 사안의 공공성에 비춰 보면, 대화 내용 공개가 공익적 가치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화방송은 <한겨레>의 비밀회동 보도에 대해 ‘도청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도청에 의한 것은 아니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취재 과정을 공개할 수 있음을 밝힌다”고 했다.
이 같은 한겨레 보도와 관련 이헌 변호사는 “내부적으로 협의한 정도의 수준에서 오고간 대화를 마치 특정 대선 후보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 짓듯 보도하는 건 문제”라며 “한겨레의 보도가 정당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보도로 인해 얻은 가치가 사생활 보호 및 타인간의 대화 녹음, 청취에 관한 통신비밀보호 침해에 우선하느냐에 있어서 따져볼 문제”라고 말해 공익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한겨레 보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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