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청문회가 새누리당과 MBC사측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통합당 등 야당과 MBC노조측 참고인들만의 반쪽청문회로 끝나고 말았다. 노사문제, 환경문제를 다루기보다 개인 사생활을 들추고 폭로하는 식의 ‘흥신소’ 역할을 자처해, 국회 스스로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문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파행으로 시작해 파행으로 끝났다. MBC 청문회는 당초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서 언론관련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노력한다는 여야합의를 깨고 야당이 다수를 점하는 환노위를 통해 변칙적으로 개최됐다.
문방위에서 MBC 청문회 개최가 여의치 않자 민주통합당이 국회 상임위중 유일하게 ‘여소야대’(새누리당 7인, 민주통합당 7인, 통합진보당 1인)인 환노위 청문회를 다수의 힘으로 일방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날치기를 비난하던 민주당이 날치기를 자행한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문재인 후보 아들의 특혜채용 청문회와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했던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MBC 청문회 문제는 19대 국회 개원협상을 통해 문방위에서 다루기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이라며 "굳이 환노위가 다루지 않아도 될 문제를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단독 날치기를 했다"고 비판한 뒤 자리를 떴다.
김 의원이 자리를 떠난 뒤 야당의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청문회는 무용가J씨 남편 동영상 공개 등 사생활 폭로 분위기로 흘러간 듯 보인다.
MBC 청문회는 증인선정과 참고인 채택부터 처음부터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증인으로는 김재철 사장과 안광한 부사장,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MBC 노조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 등이 결정됐다. 참고인으로는 최일구 앵커, 최승호 PD, 무용가J씨 남편 우치노 시게루 등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청문회를 “정치적 목적으로 일으킨 파업의 완결판”이라고 비판한 MBC 공정방송노동조합 이상로 위원장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김재철 사장, 이진숙 본부장, 최필립 이사장은 정치적 희생양으로 겨냥한 사람들이고, 정영하 노조위원장, 최승호 PD수첩 PD, 무용가J씨 남편 등은 증인들에게 불리하게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증인과 참고인만 봐도 이 청문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 성격이 추론 가능하다”며 환노위 청문회의 편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노사간 문제와 환경문제를 다루어야 할 환노위가 엉뚱하게도 ‘가정파괴범’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여성복지실장은 “경영자에 대한 평가를 할 자리에서 일방적인 주장만 담긴 불확실한 증거들로 노사문제와 무관한 남의 가정사에 국회의원들이 개입해 불륜이니 아니니 따지는 것 자체가 비이성적”이라며 “더군다나 쌍방간 얘기도 듣지 않고 J씨 남편이 일방적으로 의심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틀고 남의 가정사를 들먹이며 가정사에 개입하는 건 가정파괴범과 같다. 그로 인해 J씨 자녀가 당할 고통이나 미래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은 것 아니냐. 정치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청문회이자 한 가정을 죽이려는 청문회”라고 비판했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은 “일본인 남편을 출석시키지 않고 가서 동영상을 찍어올 정도로 성의가 대단한 사람들이 왜 증인, 참고인에 반대편 사람들은 완전히 배제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애당초 노조가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야권과 결탁한 청문회였다”고 지적했다.
박 편집국장은 또 민통당측이 제시한 일본 호텔 종업원 동영상과 관련해서도 “그동안 노조가 해온 짓들을 보면 동영상이 조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J씨 남편 우치노가 만든 동영상인지, 민통당 국회의원이 만든 동영상인지, 그 동영상을 촬영하고 제작한 사람이 누군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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