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보도국을 정년퇴직한 전직 언론인이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 “압력을 넣었다면 해임 반대쪽으로 더 가야하는데 오히려 여권 이사가 판단을 유보 해임 찬성쪽으로 한발 다가서는 형국을 조성했는데 이게 무슨 압력이냐”며 후배들의 주장을 반박한 글을 MBC측에 보냈다.
14일 MBC특보에 따르면 이 퇴직자는 시청자의견으로 보내온 글에서 "압력을 넣었다면 해임찬성 3표 대 해임반대 6표가 돼야 하는데 여권추천 이사 1명이 기권표를 던짐으로써 찬성3, 반대5, 기권1로 부결이 결의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야당을 향해서도 “회생 진력중인 MBC를 다시 파업으로 끌어들여 시끄럽게 함으로써 그 책임을 김재철 사장과 정부, 여당에 떠넘겨 대선득표 전략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고 대부분의 MBC 출신 인사들, 지각 있는 국민들은 그렇게 짐작하고 있을 것”이라며 “애당초 파업 초기 정치권과 각본을 짰다는 얘기들이 없지 않았고 지난 5월엔 원구성마저 기피한 채 개원마저 못해 국회를 공전시킴으로써 국민의 지탄을 받던 야당이 MBC노조를 돕겠다고 수십명이 여의도로 쏟아져 나와 김 사장 퇴임촉구 전단지를 뿌리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런 그들이 4월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후 무엇을 기획했겠냐”며 “그들은 대선에 대비해 잠시 숨고르기 끝에 MBC 분규를 다시 불 지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MBC퇴직자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김재철 정리’발언도 비판했다. 그는 “안철수씨가 11월 9일 MBC 현관 노조집행부 농성장을 찾은 건 그야말로 이전에 같은 장소를 방문했던 민주당 의원들을 빼닮은 행태였다”면서 “문재인씨와 단일화 경쟁에 돌입한 그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야성 보강을 위해 경선후보자격으로 대한민국 대표언론사인 MBC에 들이닥쳐 대통령되면 김재철 사장을 정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정책비판을 이유로 정부가 언론을 고소 고발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등 언론을 존중하겠다고 한 공약과는 전혀 다른 생뚱한 행태요, 집권하면 언론을 지배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노조를 향해서도 “또한 그런 그에게 MBC노조 집행부가 노조를 격려하고 사장퇴진을 약속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언론사 노조가 취할 태도가 아닌 것”이라며 “언론의 독립과 자긍심을 생각할 때 참으로 개탄할 망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MBC 출신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 등을 겨냥한 듯 “대한민국 최고 지성집단인 MBC가 만천하에 분규해결의 모범답안을 국민 앞에 제시함으로써 온 사업장의 귀감이 되지는 못할망정 정치권에 목을 매고 늘상 기웃거리며 겉으로는 경원하는 척 하면서도 퇴직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치권에 읍소하고 끼어들고, 그 연후에 뱃지 달고 나면 수십년 몸담았던 MBC를 흔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파업을 부채질하며 MBC의 몰락을 즐기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 퇴직자는 “MBC 출신으로 감히 고언하고자 한다”며 “뉴스데스크, 기사회생의 험난한 길 들어섰다. 드라마, 예능, 교양도 마찬가지다. MBC를 짓밟고 폄훼하는 부당한 세력에 맞서 모두가 제정신 차려야 산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장 해임안은 부결됐다. 동일한 안건으로 재심은 없다”면서 “일사부재리원칙을 따라야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이자, 민주국가 노동조합의 모습”이라고 충고했다.
아울러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노동조합의 투쟁노선이 바뀌고 잦은 파업으로 시청률은 곤두박칠해왔다”면서 “국민들은 파업채널 MBC를 외면하고 시청을 포기하는 바람에 경영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MBC를 공들여 키운 선배들도 냉가슴 앓기는 마찬가지”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파업의 깃발을 내리라”며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다시 파업에 들어간다면 더 큰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기사회생중인 회사를 생각하라. 여러분이 겪은 고통과 지금도 계속되는 시련을 잘 알고 있으나 지금은 식어가는 애사심에 불을 되지펴야 할 때이지 파업의 깃발을 들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 기회에 MBC 노동운동의 본질도 바꿔야 한다. 묵은 피를 모두 뽑아내고 새로운 피로 투석해야 한다”면서 “대화에 진전이 없다 싶으면 일방적으로 파업에 돌입해 회사가 망가지는 악순환은 이제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맞는 노선을 찾아야 한다”며 “수십년 써먹은 무조건 강성체질 노동운동은 종말을 고해야 한다. 강성이라는 수식어가 칭찬받는 시대는 갔다. 이제는 유연해져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잘라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머리를 맞대고 그 연구를 하라. 그것이 성취될 때 여러분을 수십년 올가매온 밧줄이 끊어진다”면서 “이제 노사가 부둥켜안고 앙금을 풀라. 평화롭고 강한 통통(通通)하는 MBC를 기대한다”고 글을 맺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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