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8일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된 데 대해 외압설을 제기하며 사퇴의사를 밝혔던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한 달 만에 복귀했다. 일각의 예상대로 ‘사퇴쇼’로 끝난 셈이다.
양 위원은 12일 오후 방통위 기자실에서 "부끄럽지만 다시 돌아왔다. 사퇴 약속을 지키려했지만 저를 추천한 민주당과 시민사회, 방통위 사무국의 복귀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저널리즘의 원칙을 일탈한 편파방송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안위와 미래를 생각하면 `약속을 지킨 양문석'으로 남는 것이 좋았겠지만 제 욕심만 채우기에는 지금 상황이 만만치 않다"며 "대선 편파 방송과 김재철 사장의 언론인 탄압이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굴욕적이지만 이 자리에 다시 설 수밖에 없었다"고 사퇴의사를 번복한 이유를 설명했다.
양 위원은 사퇴의사를 밝힌 이후 그동안 일방적으로 무단결근해 왔다. 방통위는 이달 7일까지 무단결근을 휴가·병가로 처리하면서 사퇴를 만류했지만, 양 위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휴가일수가 모두 소진된 지난 달 28일 이후부터는 무단결근으로 이어지면서 방통위는 방송·통신 등 주요 정책현안에 대한 처리를 하지 못해 행정공백 사태를 빚어왔다.
당초 방통위는 3년여를 끌어온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의 경우 지난달까지 논의체를 구성해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었지만 양 위원의 부재로 파행을 겪으면서 첫 회의조차 진행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단결근 후 “편파방송을 바로 잡겠다”며 느닷없이 복귀선언한 양 위원에 대해 일부 IT전문매체도 비판기사를 실으며 무책임한 태도를 꼬집었다.
IT뉴스 ‘디지털타임스’는 12일자 <사퇴 큰소리 치더니…`쇼`로 끝낸 양문석>제목의 기사에서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의원의 사태파동은 예상대로 `쇼'로 끝났다.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쇼를 연출하는 그의 이번 사태행보 역시 없었던 일로 하며 12일 복귀했다”며 “방송문회진흥회의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 부결에 반발하며 지난달 8일 사의를 표명했던 그는 한달여 넘게 방통위 행정공백을 연출한 채 없었던 일로 막을 내렸다. 그의 변명 역시 무책임의 연속이었다”고 비판했다.
박한명 자유언론인협회 사무총장은 “국가의 중요한 방송통신 정책 현안은 내팽개치고 MBC 사태에 개입해 무책임한 의혹이나 제기하다가 대선 코앞에서 복귀하다니 의도가 너무 뻔뻔하다”며 “자기 멋대로 무단결근을 반복하다가 국가 행정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저렇게 복귀하는 것이 말이나 되나. 일반회사 같으면 양 위원의 저런 이기적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양 위원과 같은 무책임의 극치인 인사에게 다시 국가의 막중한 업무를 맡겨선 안 된다”며 “양 위원은 뻔뻔하게 복귀할 게 아니라 당장 대국민사과와 함께 깨끗하게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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