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일이라는 사상 최악의 장기파업을 이끈 MBC 정영하 노조위원장이 내달 노조위원장 이임을 앞두고 이뤄진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 임기 기간 자신들이 겪은 소감에 대해, 6.25전쟁과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비유하고 나서는 등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불법 정치파업으로 비롯된 MBC 추락에 대한 반성은 하나도 없이 자신들 징계 문제와 관련해 지나치게 엄살을 떠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PD저널 보도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먼저 노조집행부에 대한 사측의 가압류 신청에 대해 “돈 없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전형적인 횡포”라고 주장했다.
“집행부는 재산이 가압류된 상황이라 이사도 못가고 있다. 재산권 행사를 못하니까 사생활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근 아나운서(MBC노조 교육문화국장)도 결국 이사를 못 갔다고 하더라”라며 “백번 양보해 노조의 파업이 불법 점거 행위라고 치더라도 가압류는 돈 없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전형적인 횡포이다. 사측이 꺼내선 안 되는 카드다. 바꿔 말하면 노조가 파업으로 사장 퇴진을 못 시켰다고 해서 사장을 테러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노조가 김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결과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그는 “허탈했다. 이미 (김 사장은) 직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인데 ‘큰 문제가 없다’, ‘증거가 안 나온다’며 경찰이 덮었다”면서 “이명박 정권이기에 더 그럴 수 있지 않나 싶다. 이 대통령이 특별 사면한 최시중씨도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사람 아닌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한심하다.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정 위원장은 파업 이후 징계를 당한 노조원들의 처지를 과거 6.25전쟁과 군사정권 시절과 비유하면서, MBC 노조에 대한 동정여론을 불러일으키려 애쓰는 모양새였다.
“6.25 전쟁 겪은 부모, 군사정권 탄압 받았던 세대 가해자 못 잊듯, 김재철 못 잊어”
그는 “파업하면서 민주노총 산하 이른바 강성노조의 위원장들과 많이 이야기했다. (MBC 사측의 행태를 두고) 그들조차 ‘일반 기업체의 오너들도 잘 안하는 일을 MBC가 한다’며 혀를 내두르더라. 무능력한 사장을 용서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그를 잊지 못할 것 같다”며 “6·25 전쟁을 겪은 부모세대, 군사정권에 탄압을 받았던 세대들은 가해자를 용서 못하는 게 아니라 잊지 못한다고 하지 않나. 이게 비극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처음 겪는 경험이다 보니까 상처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무용가J씨 등에 관련한 각종 허위주장에 대한 것들도 전혀 반성이나 사과의 기미조차 없었다. 그는 “파업의 시작은 공정방송에서 문제가 불거져서다. 당시 사측은 대화 의지가 없었다. 파업 돌입 이후에도 김 사장은 노조를 계속 피했다. 김 사장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려받았다”면서 “구성원들이 전단지를 뿌리며 사장을 찾아다니다 호텔 투숙 제보를 받았는데 그것이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단초가 되었다. 이후 제보가 쏟아졌다. 무용인 J씨를 둘러싼 문제도 공연 관계자들이 제보했다. 비리가 나오면 자정해야하는데 김 사장은 전혀 그렇질 않았다. 그래서 김재철 사장 비리 국면으로 넘어갔다. 또 MBC노조가 잘할 수 있는 건 감시와 비판인데 이에 대해 집행부가 방향을 제시하면 구성원들이 자율과 창의를 발휘해 자발적으로 참여해줬다.”고 주장했다.
박한명 사무총장 “일용직 전전한 쌍용차, 한진중공업 해고자 공감 운운, 6.25전쟁 세대 고통 운운한 뻔뻔한 정영하는 당장 사과해야”
정 위원장은 또 MBC 파업을 계기로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등 노동계 현안에 대한 시각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취재대상이었다. 그러나 파업 이후에 그들을 바라보는 각도가 훨씬 달라졌다. 전에는 제 3자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지금은 본질적인 고통, 손해배상 소송에 걸리고, 트라우마를 겪는 등 힘겨운 상황들에 대해 공감하는 정도가 커졌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조합원들의 취재력으로 나타나지 않을까”면서 “그동안 겪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함 대신 내가 겪었기 때문에 어느 부분을 좀 더 정확히 취재해야 할지를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KBS, YTN, 연합뉴스 노조 등도 그럴 것이다. 머리로 배운 건 잘 잊게 되지만, 몸과 마음으로 배운 건 잘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아무리 노조가 뻔뻔한 집단이라곤 하지만 돈 없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횡포 운운하는 건 지나친 것 아닌가”라며 “쉽게 말해 일용직 전전하던 쌍용차나 한진중공업 등 해고 노동자에 대해 재산가압류를 한 것과, 별로 하는 일도 없이 평균 연봉 1억 가까운 고액을 받아가며 한가롭게 사장 갈아치우는 불법정치파업이나 몰두하면서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노조에 대해 가압류를 거는 것과 똑같은 것인가? 어이없는 비유다. 정영하가 마지막까지 국민을 웃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사무총장은 “정영하의 엄살 인터뷰는, 고작해야 아카데미에서 브런치 교육좀 받았다고 나치의 아우슈비츠 운운하며 고통스럽다고 꼴깝을 떨어대던 귀족노조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6.25전쟁, 군사정권 시절 운운하며 마치 자신들이 그 시절 고통당했던 민주화 인사라도 되는 양 비유한 것은 6.25와, 군사정권 시절에 억울한 고통을 당했던 모든 이들을 모독하는 발언이다. MBC 귀족노조가 파업 중 자신들이 저지른 온갖 파렴치한 짓들에 대한 당연한 징계 때문에 겪는 것을 그 엄혹한 시절을 언급하며 비유하려 드는 것은 인간 말종들이나 할 수 있는 짓이다. 정영하는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철민 기자 rapter7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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