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뉴스=서울】 김휘영의 문화칼럼=바바라 월터스가 내년 5월 현역에서 은퇴한다는 소식이 3월 30일, 전 세계에 화제가 되었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건강 때문이라 하니 섭섭하고 아쉽지만 그녀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녀는 올초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당시 뇌진탕을 겪은 데 이어 수두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녀는 아직도 전문앵커로서 활동하면서 세계 및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내년 5월 은퇴하기까지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할 것이다. 한때 백지연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앵커라고 피력한 적이 있고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도 바바라 월터스가 쓴 자서전 <내 인생의 오디션>을 감명깊게 읽은 적이 있다고 소회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앵커계의 전설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바로 위에서 말한 바바라 월터스다. 어떤 이는 그녀를 두고 ‘앵커계의 전설’이 아니라 ‘언론계의 전설’ 아니, 아예 ‘TV의 전설’이라고 까지 한다. 그녀는 1939년생이니 만 84세, 한국 나이로 무려 85세라는 사실에 놀라지만 말고 이제 한번 한국의 현실을 생각해보자. 한국에서는 여성 아나운서가 현역으로 활동하기로는 50세를 넘기기 힘들었을 것임은 한국의 방송계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다 안다. 왜냐하면 한국 방송국에서 50세 이상의 전문여성앵커는 브라운관에서 찾아보기도 힘드니까.
MBC의 명백한 여성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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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바바라 웰터스의 활약을 감동깊게 본 건 몇 년 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인터뷰였다. 70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녀의 아우라는 젊음과 건강미의 심볼이라는 40대의 푸틴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녀의 후광을 빌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푸틴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바바라 월터스 같은 유명인의 인터뷰어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광고효과를 전 세계에 누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바바라 월터스, 그녀에겐 이 분야에서 누구보다 오래 커리어를 쌓으면서 함축한 전문성이라는 무기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MBC 문화방송에도 바바라 월터스 같이 전문 커리어를 쌓은 여성 아나운서가 있는가? 찾을 길이 없다. 왜 그런가? 확실한 건 MBC는 구조적으로 바바라 월터즈같은 여성 앵커가 나올 수 없는 정책을 펼쳐왔다는 점이다.
MBC 여성 아나운서들
한국에는 여성 아나운서가 50세가 넘어서 간판 아나운서로 활동한다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든다. 아예 여성 앵커는 아름다와야 하고 또 젊어야 한다는 건 하나의 불문율이 된 것 같다. 이렇게 만든 선두 주자격의 방송국 또한 MBC다. MBC의 경우는 9시 뉴스에 50대의 중년 남성과 20대 여성을 간판 앵커로 매치시켜 온 것이 오래되었다. 왜 20대 남성에 50대 여성의 조합은 이루어지지 않고 거꾸로인가? 이걸 두고 오랫동안 한국 미디어계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한국 중년 남성의 로망'이라는 식으로 질타해 왔다. 타당한 지적이고 너무나 중요한 지적이다. 사실 전 한국 여성에 대한 심각한 성차별이 다른 곳도 아닌 국민 혈세를 받아 국민 전체의 복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공영방송국에서 자행되어 온 것이다. MBC 사장 응모에 나선 변희재 대표는 당선된다면 40대 여성 아나운서를 간판 앵커로 내세우겠다고 공약했다. 한국 사회 전체를 위해 참 좋고 옳은 공약이다. 한국의 문화가 한층 발전하기 위해 필자는 그가 당선되었으면 하고 희망한다. 사실 변희재 대표만큼 한국 언론 미디어의 문제점, 특히 MBC가 개혁되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자세히 아는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변희재도 간판 여성 앵커에 적절한 연령대에서는 틀렸다. 40대 여성이 아니라 50대 여성이 되어야 한다. 요즘은 건강 100세 시대다. 50대면 한참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인생의 중반인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국 여성들의 행복감도 한층 올라갈 것이다.
여성에 대한 명백한 성차별이기도 하지만 알고 더 깊게 따져보면 연령차별이기도 하다. 남녀 성차별을 공영방송국에서 앞장서 세뇌시키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건강 백세 시대에 접어들어 이런 식의 연령차별도 심각한 사회적 폭력임에 틀림없다. ‘나이 든 장년층 이상은 뒤로 물렀거라! 특히 여성은 더 그래, 눈치 없이 스스로 물러설 줄 모르고 말이야!‘ 라고 방송에서 외치는 것 같다. 한국에 진정한 페미니스트들이 있다면 MBC를 성차별 문화를 대중에 세뇌하는 '나쁜 방송국'으로 지정하여 대대적인 시청거부운동을 해야 할 일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남성우월주의와 한국 특유의 외모차별문화도 한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MBC 문화방송에 공채로 입사했던 여성 아나운서들의 의식 수준에도 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과연 방송국 내에서 구조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여성의 성차별 문화를 척결하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자기 권리를 스스로 확보하지 못하고 모두들 눈치 보면서 ‘제 살 깍아먹기’에 일제히 동조해 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MBC에 입사한 여성 아나운서들 스스로가 ‘회사 윗선에 고분고분 잘 보여서 젊고 이쁠 때 얼굴 좀 팔아 유명세 얻은 후, 적당한 시기에 재력 있는 남자 만나 시집이나 잘 가지 뭐!’라는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이런 생각이라면 한국에서 바바라 월터스 같은 인물이 나오기 힘들다.
MBC는 공영방송인가 노영방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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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영방송사 MBC가 과연 공영방송의 기능을 다 하고 있을까? 라는 설문조사를 국민들에게 하면 아마 피설문자의 절반 이상이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MBC가 이념 편향의 강성 노조에 발목이 잡혀 공영방송 본연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은 거의 다 안다. 어떤 이들은 MBC 임원 간부들이 특정지역으로 편중되어 있기에 그렇다고도 한다. 어느 쪽이 원인이든지 간에 공영방송에 걸맞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 이런 이야기가 마치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 리가 없다.
필자의 시각에는 MBC는 공영방송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이념과 정치색이 강한 정당(政黨)의 기관 방송처럼 보인다. 노조가 워낙 강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기에 손석희, 백지연 등 모든 아나운서들까지 이들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아야 하는 실정이라는 건 알 사람은 다 안다. 예를 들면, 필자는 2007년 '100분 토론 –디워 편'에서 너무나 어색했던 손석희의 오프닝 멘트를 기억한다. 그의 오프닝 멘트를 유심히 시청했다면 “이런 것까지 <100분 토론>에서 다루어야 하나?“ 라는 식으로 난감한 입장에 처한 손석희의 속마음을 변명하고 있는 심정을 읽어냈을 사람들은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필자는 그때만큼 손석희 아나운서가 줏대도 소신도 없이 비굴하게 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손석희라도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MBC 방송국 윗선에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MBC노조’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들 노조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주는 <미디어 오늘>이라는 인터넷 신문 또한 특정 정당의 기관지로 보이지 공정한 언론매체로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 오늘>이 가진 <책 소개 섹션 기사>를 빼고는 거의 읽을 거리가 없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보다는 마치 독자들의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듯이 온통 기자 자신의 이념편향적 색채를 가미한 조미료가 많아서 정신 건강에 안좋은 걸 피부로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토해내게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거부반응이다.
MBC의 중년 커리어 여성기피 성향
한국의 공영방송 중에서 젊고 이쁜 여자를 앵커로 전면에 내세우는 걸 선호하기로 MBC이상 없다. 이는 젊고 예쁜 여자여야 시청률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건 정말 단견에 불과하다. 공영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각종 뉴스는 단순히 즐기는 연예 오락프로가 아니다. 오히려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에 대한 신뢰성이 생명이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이런 걸 무의식에 전제하고 뉴스를 접한다. 오죽하면 어린 학생들이 ‘TV에도 나왔던 사실이다‘라는 표현을 쓸까? 이는 'TV에도 나왔으니 사실로 인정하라'는 뜻이다. 이럴 때 젊고 이쁜 여자가 전달하는 게 유리할까? 아니면 40세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여성이 전달하는 게 유리할까? 누가 보아도 후자가 유리하리라고 생각한다. 즉 뉴스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 훨씬 어필할 수 있다. 이건 바바라 웰터스가 중년이 넘어 노년이 된 여성 간판 앵커로 활동하면서도 높은 시청율을 가질 수 있었던 기반이다. 세계 미디어계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보자. 바바라 월터스만 고령인 게 아니다. 유현진이 활동하고 있는 LA 다저스 전담 캐스터 빈 스컬리의 나이가 무려 86세, 한국 나이로 87세다. 이런 걸 비교해 보면 한국의 방송국들이 얼마나 성차별과 연령차별을 공공연하게 일삼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젊고 이쁜 여성 아나운서들과 선동
혹자는 MBC가 지나치게 정치편향적이라 다른 이유로 젊고 이쁜 여자를 선호한다는 말도 한다. 즉 국민을 상대로 한 선전·선동의 목적에 유리하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솔직히 45세 정도를 넘어선 전문 여성 앵커를 선전선동의 앞 자리에 내세우는 건 쉽지 않다. 이 나이 즈음에도 간판 앵커로 활동할 정도면 부장이나 국장 등으로 자신의 위치가 견고해진 상황에 있을 것이다. 이에 비례하여 자신의 전문직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고 나름의 인생관이 확고해지는 시기라 고분고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 일으켜 노조 등 MBC의 실제 권력자들에게 위해가 되는 역풍을 불러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내부 속사정이 어찌되었던 간에 MBC의 여성 성차별 문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따지자면 젊고 실력 있는 여성 아나운서들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밀어 넣고 있는 일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는 각고의 노력으로 공채시험에 합격한 여성 아나운서들의 전문성을 제약하고 대중 이미지를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그들이 현역에서 남성 동료보다 승진에 불리해지고 전반적으로 직업적인 활동 기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최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MBC사장직에 도전하며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변희재 대표가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일 자체가 대한민국 여성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매우 큰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런 일에는 가급적 김여진, 공지영 등의 여성 소셜테이너들이 앞장 서서 타파하고 척결해 가야 할 일이다. 그러면 그들이 진정 의식 있는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한국의 남성우월주의 문화, 외모지상주의 문화에 경종을 울리며 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왜 이렇게 이 문제에 침묵하는 것일까? 아예 문제의식 자체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괜히 나섰다 찍히지 말고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공생하기를 의도하는 것일까?
다음 칼럼으로 <대한민국은 ‘미모’ 공화국? -한국 포털언론들의 여성 외모차별 심각하다‘>편이 이어집니다.
글 : 김휘영 문화평론가, 행복문화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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