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뉴스=서울】김휘영의 문화칼럼 = 독특한 직렬 5기통춤으로 한국 사회 구석구석까지 누비고 있는 크레용팝(Crayon Pop) 빠빠빠(Bar Bar Bar)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김구라의 구라용팝을 위시해서 온갖 패러디를 양산하고 그 반응 또한 뜨겁다. JYP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 이후 최고의 인기인 것 같다.
이번 크레용팝이 선보이는 직렬 5기통춤의 폭발력이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추진될 건지 필자는 참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한국 가요계를 위해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다.
기존 걸그룹의 획일성에 대한 반발
그동안 한국 가요계에서 걸그룹 과점 상태에 대한 우려를 낳은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방송국들이 가요계 헤게모니를 기획사들에게 넘겨준 후, 기획사들이 한국 사회에 내놓은 건 걸그룹 일색이었다. 아무리 남성 아이돌 가수에 군복무 딜레마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걸그룹의 과도한 공급은 심했다. 이는 비단 공급의 양적 측면만이 아니었다. 이들이 내보이는 컨셉 또한 너무나 천편일률적이었다. 콘텐츠는 남녀간의 애정타령 일색에다 안무는 과도한 노출 컨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적당한 시장성이 있는 콘셉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도껏이다. 이런 경향이 너무 심하다 보니, 아예 한국 가요계에 장르의 다양성이 질식된 상황이다. 바야흐로 한국 가요계에 최고의 암흑기가 도래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낳을 지경이었다.
이에 비하면 마치 호두까기 인형들을 연상시키듯 깜찍한 초아, 소율, 금미, 엘린, 웨이(무순)로 구성된 크레용팝이 대중앞에 내 건 컨텐츠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하다. 우선 이들의 컨셉은 애정타령과 노출지상주의와는 최대한 반대방향으로 갔다. 노출을 자제했다 하면 으레 연상할 수 있는 복고풍이 아니다. 복고풍이라면 이정현의 소매까지 오는 검은 색 긴 장갑,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에서 보여준 우아한 레이스 등으로 노출은 줄이되 오히려 여성미는 한껏 내세운다. 한데 크레용팝의 경우 여성미와 노출이 뭔가? 이들은 아예 작업용 흰 면장갑을 꼈다. 여성미의 상징이랄 수 있는 치렁치렁한 머리카락까지 감춘 헬멧을 쓰고 나타났다. 이뿐인가? 의상은 여성의 S라인을 최대한 가릴 수 밖에 없는 츄리닝복이다. 츄리닝은 그야말로 '민낯'의 의상 아닌가? 한국 가요계 역사상 츄리닝을 입은 여가수가 공중파 방송무대에 등장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날이 올 줄 누가 상상했겠는가? 하지만 2013년 7월 말 경 이런 경이로운 일이 정말 일어났다.
대중의 갈망을 포착해낸 기획사의 승리
대중이 여성 걸그룹들의 노출지상주의에 대해 식상함을 느끼고 그 심리적 임계치가 반발의 극점에 이르렀다는 걸 잘 포착한 후 이를 대중성있게 구현해낸 기획사의 치밀한 준비가 돋보인다. 츄리닝이라도 산뜻한 색상들의 절묘한 배열로 시각적 단조로움을 피했다. 뮤비에서는 어린 시절 즐겨 보았을 스카이 콩콩을 연상시키는 직렬5기통 춤이 나오는데 이때도 높낮이를 잘 고려해서 공간감각을 충분히 살렸다.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깜찍한 가사로 연장자들도 동심의 세계로 쉽게 뛰어들게 한다. 점핑! 점핑! 뛰어! 뛰어! 가 저절로 율동을 부추긴다.
기대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과거 원더걸스에 의해서 전국적인 선풍을 일으켰던 '텔미'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유일한 약점이라면 노랫말(lyrics)에 영어가 제법 많아 연장자들이 알아듣기에 어려움이 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기에 자막처리 등을 잘 활용하면 이의 단점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을 듯 하다.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한국 가요계에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하게 던져 주었다. 지나친 섹시컨셉과 노출지상주의 말고도 대중의 시선을 확실히 잡고 격한 호응을 이끌어낼 컨셉이 많다는 것이다. 기획사 크롬 엔터와 크레용팝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빠빠빠'가 단 한번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계속 좋은 곡과 안무로 우리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한다.
글 : 김휘영 문화평론가 wep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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