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 특종을 KBS가 인용 보도했다는 이유로 KBS기자협회가 김시곤 보도국장에 대해 신임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 당사자인 김 보도국장이 4일 “물을 먹었으면(낙종) 부끄러워하고 상사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면 반박했다.
김 보도국장은 그러면서 사규에도 없는 기자협회의 여론몰이식 신임 투표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국장은 4일 KBS 사내게시판(코비스)에 “기자협회는 지난 9월 30일 ‘뉴스9’ 편집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등 편집진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국장은 기자들이 ‘왜 종편 보도를 검증 없이 받았느냐’라며 비난한 데 대해 “종편 보도라고 해도 뉴스가치가 있고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라고 판단되면 받을 수 있다”며 “당일 공중파 3사는 물론 익일 모든 신문, 심지어 채동욱에 극도로 우호적인 이른바 진보매체인 <한겨레>와 <경향신문>까지도 받았다. 해당 아이템의 뉴스가치가 객관적으로 매우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뉴스가치가 매우 높다는 이유에 따라 다른 매체의 취재나 보도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서 보도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며 “심지어 KBS뉴스를 타도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뉴스타파>의 취재 내용을 그대로 받은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편 보도를 받았다고 문제 삼는 것은 진보 매체의 보도는 받아도 되지만 보수우파 매체의 보도는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전형적인 정치적 프레임이 작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낙종했으면 부끄러워하고 다음 엔 특종하겠다고 얘기하는 게 정상적 조직 아닌가“
'TV조선' 특종을 톱뉴스로 전한 것에 대해 김 국장은 뉴스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누가 취재했든 시청자 입장에서는 뉴스가치는 같다. 뉴스가치를 이기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보지 말고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되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원칙에 따라 실제로 <뉴스타파>의 취재내용을 이번 경우처럼 메인뉴스에서 톱과 세컨 아이템으로 받았던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채 전 총장 보도와 관련, 김 국장은 두 꼭지에 걸쳐 인용 보도한 것 역시 뉴스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다른 매체가 취재하거나 보도한 것을 받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마치 자신들이 취재한 것처럼 포장하거나 소스매체는 언급하지 않는 꼼수보도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며 받는 정직한 보도”라며 “우리는 바로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꼼수보도를 한다고 세상이 속아 넘어가겠나? 정직하고 당당하게 인용 보도해야만 시청자들은 우리를 신뢰한다”며 “KBS의 신뢰도 1위는 이러한 정직한 보도 태도에도 상당히 힘입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낙종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보수언론 특종을 인용·보도했다고 비판한 KBS 후배 기자들을 향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국장은 “이번처럼 뉴스가치가 높은 아이템일 경우 물먹은 해당 부서장과 해당 기자를 나무라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기자들이 보도국장을 탓하고 있다”며 “물먹었으면 부끄러워하고 상사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다음에는 이번 건을 능가하는 특종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이 정상적인 조직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자들이 이번에 처참하게 물을 먹은 것과 관련해 보도국장에게 포괄적인 지휘책임을 묻는다면 저는 얼마든지 수긍하겠지만 왜 적극적으로 받았냐고 보도국장을 탓하면서 신임을 묻겠다한다면 이것은 심히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규 어디에도 평기자들이 보도국장을 평가 하거나 불신임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며 “어떠한 근거도 없이 보도국장을 평가함으로써 조직의 근간을 흔든다면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뉴스타파>는 되고 'TV조선'은 안 된다는 식의 기자협회의 정치적 편향성 드러났다”
이처럼 김시곤 국장이 명쾌한 논리로 반박글을 내놓자 KBS전국기자협회는 같은 날 코비스에 ‘KBS뉴스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김 국장을 비롯한 보도본부 간부들을 비판했다.
KBS전국기자협회는 “물론 뉴스가치가 있고 시청자가 궁금한 사항이라면 그 소스가 어디에서 나왔든 간에 그걸 인용해 보도는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것이 너무 지나쳤다는데 있다”며 “‘현 정권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조선일보>의 이중대’ 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는 비난의 소지가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KBS전국기자협회는 “MBC나 SBS 모두 ‘가정부 폭로’ 아이템을 톱이 아닌 5번째 순서로 채동욱 전 총장의 반론을 포함해 한 꼭지만을 다룬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지금이라도 보도본부 수뇌부는 기자적 양심을 걸고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김 국장은 ‘기자협회는 임의단체이고 보도국장인 나를 평가할 수 없다’고 겁박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일선 기자들과 소통을 하고 KBS뉴스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길 후배들은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시곤 국장은 다시 반박 글을 코비스에 올리고 “협박이 아니라 사규에 따른 보도국장의 정당한 지휘권”이라며 “협박은 오히려 신임투표라는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기자협회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이번 사안을 통해 <뉴스타파>는 되고 TV조선은 안 된다는 식의 기자협회의 정치적 편향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보도국장 직선제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명확히 밝혀졌다”면서 “시청자들과 국민들은 노조나 기자협회에 우리 뉴스는 물론 보직 간부를 평가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절대 인기투표 방식으로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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