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오후 낮 시간대를 주목하고 나섰다. KBS와 SBS가 오후 3시대에 시사프로그램을 연달아 편성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이미 이 시간대에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시청률 면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SBS는 지난 10일부터 '이슈 인사이드'를 수·목 주 2회 방송한다. 최영범 논설위원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슈 대담과 SNS 등 여론 분석을 통해 깊이 있는 시사 토크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일 방송에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출연해 대담을 벌였다.
KBS 1TV도 오는 21일부터 이 시간대에 대담과 이슈 분석을 겸한 'KBS 뉴스토크'를 새로 편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뉴스가 생산되는 취재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는 것과 함께 쟁점에 대한 집중 인터뷰, 토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형식과 편성 시간대의 프로그램은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에 해당한다. 오후 3시대는 주로 재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내던 시간으로 주요 시간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작년 종편이 이 시간대에 시사 프로그램을 배치해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등 오후 3시대에 편성된 프로그램이 주요 이슈와 긴박한 사건 사고를 전달하면서 낮 시간대 여론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KBS 편성 관계자는 PD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지상파에서는 오후 시간대에 재방송을 내보내던 시간이었는데 종편이 들어선 이후 이 시간대의 수요가 창출된 측면이 있다”며 “통합진보당 사태가 터졌을 때 '돌아온 저격수다'의 경우 시청률이 7%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후 시간대를 파고든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선전이 이 시간대에 소홀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새로운 시청 수요에 대한 재발견을 유도한 셈이다.
그러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려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러한 시도에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보수적 시각이 주를 이루는 종편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아무래도 좌편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종편이 오후 시간대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해 상당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밋밋하거나 기계적 균형을 맞춰서는 현실적으로 종편보다 우위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종편과는 상대적으로 반대로, 좌로 더 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종편에 이어 지상파방송까지 정치적 논란과 잦은 시비에 휩싸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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