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서울역 앞 고가 차도에서 분신한 고 이남종씨에 대해 일각에서 타살의혹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1월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이 치러졌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5일 ‘‘제주 토종마 경쟁력’이 ‘이남종 장례식’보다 중요한가’ 제하의 기사에서 “서울역 광장에서 2천여 명의 추모객들과 함께 이남종 열사의 영결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김동한 장로(이명박 구속과 박근혜 사퇴를 촉구하는 개신교평신도시국대책위원장)는 영결기도문에서 “정의를 위해 고난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의 위협을 무서워하지 말며, 흔들리지 말라신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내어 놓으면서까지 실천한 고 이남종 열사는 예수살기를 몸 바쳐 실천한 ‘작은 예수’” 라고 추모했다고 전하면서, 이남종씨를 예수와 비교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종교인의 자살 미화 발언을 거들고 나섰다.
이어 미디어오늘은 방송3사가 이 같은 이남종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매체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는 이남종 씨 영결식을 메인뉴스에서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방송3사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국정원 사건 특검 도입’을 외치며 이남종 씨가 분신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뉴스9> <뉴스데스크> <8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마치 3사 보도국장들이 ‘공동회의’를 통해 ‘이남종 씨 분신사건을 보도하지 않기로’ 암묵적 담합이라도 한 듯 한 모양새이다.” 등으로 방송 3사를 비판하는 내용을 기사에 담았다.
하지만 방송 3사가 이남종씨 사건 관련 단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미디어오늘’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KBS ‘뉴스9’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KBS는 이 사건을 1월 2일 ‘뉴스9’에서 간추린 단신뉴스로 ‘경찰, ‘서울역 앞 분신사건’ 동기 수사 착수’ 제목으로 고 이남종씨의 분신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현주 앵커는 “이틀 전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해 숨진 이모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이씨 수첩에서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담긴 유서가 발견됐지만 이씨가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라며 “이에 대해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왜곡하지 말라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의 “이남종 씨가 분신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뉴스9> <뉴스데스크> <8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대목은 허위보도인 셈이다. KBS는 단신뉴스이지만 분명히 ‘뉴스9’에서 관련 보도를 했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메인 뉴스 정식 꼭지로 다루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하지만 뉴스가치의 판단에서 KBS 측은 메인 꼭지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에 살아갈 희망줘야 할 언론이...” 지상파 방송더러 분신자살 미화보도 요구하는 미디어오늘
이남종씨 분신을 미화하는 일부를 제외한 많은 여론은 이남종씨의 죽음을 미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공영방송이 이남종씨를 열사로 치켜세우고, ‘예수와 같은 죽음’이라고 극도로 미화하는 일부 극단의 발언을 메인 뉴스에서 정식 꼭지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미디어오늘 측의 주장을 바꾸어 말하면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지상파 방송 3사가 메인뉴스에서 수시로 분신자살 사건을 다뤄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뉴스 보도에서 이 사건을 여러 차례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슈화 시키는 건 정치권에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방송을 통해 이 사건을 계속 보도하라는 것은 제2의 이남종 분신 자살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평균 45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 혹은 가정불화 등 여러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는데 이 사건이 미화되고 ‘열사’니 ‘민족의 영웅’이니 하는 이름으로 미화된다면 앞으로 이러한 사건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면서 “국민에게 살아갈 희망을 줘야할 종교계나 야당 정치권, 언론이 이런 식으로 국민의 자살을 부추기는 듯한 선동을 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민희 기자 smh1775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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