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이 4일 “임금 피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길 사장은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수신료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이 답했다. 최근 KBS 직원 절반 이상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논란이 일자 자구노력 차원에서 ‘임금 피크제’ 등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길 사장은 “일률적인 인건비 삭감은 노사합의나 노동법의 문제 등이 걸려있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기 힘들다”면서도 “임금 문제는 경쟁사로의 이직 등의 문제가 있어 일반 경비처럼 다룰 수 없다. 다만 임금 피크제 등을 통해 임금 부분에서도 삭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방통위는 수신료를 현 2천500원에서 4천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KBS의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의견을 결정하기에 앞서 KBS 측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고, 길 사장은 여러 현안에 대해 답변했다.
길 사장은 수신료 수입과 광고 수입을 분리하는 ‘회계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길 사장은 “수신료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본 도리”라며 “다만 광고 수익과 수신료 수익이 합해져서 여러 분야에 쓰이기 때문에 명확히 갈라서 설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회계사 여러 명의 자문을 받을 것을 주문한 상태”라며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그대로 하고 안 된다면 설명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길 사장은 ‘2019년까지 광고 없는 완전 공영방송을 이루겠다는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는 “수신료를 다시 책정하는 사회적인 합의기구인 '수신료 산정위원회' 등이 마련되면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연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에 완전 공영을 하려면 2017년쯤에는 뭔가 가시적인 제도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사장은 완전 공영방송을 위한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이라고 할 경우, 광고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서 방송법에서도 주 재원은 수신료로 운영하고 그것이 부족할 때 보조 재원으로 광고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것”이라면서 “세계적 공영방송 BBC와 NHK도 광고를 전혀 하지 않고 수신료와 기타 수입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에 30년 이상 몸을 담고 있으면서 제작과 편성을 맡아왔는데, 광고를 한다는 것이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대단히 훼손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가능하면 광고 없이 완전 공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공영방송으로서 공적책무를 수행하고 완전 독립을 이루는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수신료 현실화와 함께 광고액을 2012년 대비 약 2천100억원 감축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광고판매대행사인 코바코와 협의해 구체적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회 승인을 받은 직후에 중장기 계획 마련에 착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측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KBS가 줄인 광고를 종편 등이 가져가게 된다며 힐난했다. 양 상임위원은 “수신료의 비중을 37%에서 50%로 올린다고 방송의 공정성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굳이 50%라는 상징성 때문에 광고를 줄인다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KBS가 줄인 2100억원의 광고는 종편이나 다른 미디어가 가져가는 데 왜 국민들이 세금을 통해 민영 방송사까지 먹여살려야 하냐”고 비판했다.
이에 길환영 사장은 “광고가 나쁘다는 표현은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광고를 얻기 위해 막장 드라마를 만든다거나 시청률을 높여 광고를 따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만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광고 비중을 줄여야된다고 한 것”이라면서 “광고를 하지 않고도 재정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공영방송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광고액 삭감 의지가 있다면 1천500원이 아닌 500원만 인상해도 될 것” 등 지적이 잇따랐고, 길 사장은 “시청자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목표”라며 방법상의 문제는 추후 실무선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민희 기자 smh1775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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