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송된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의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과 신동호 아나운서와의 설전이 세간의 큰 화제가 된 가운데 같은 인물을 인터뷰한 손석희 앵커의 작년 11월 5일자 JTBC <뉴스9> 방송도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각각 김재연 의원과 인터뷰한 손 앵커와 신 아나운서의 극명한 태도 차이 때문이다.
작년 11월 5일 김 의원은 JTBC <뉴스9>에 직접 출연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손 앵커는 김 의원에게 “정부의 해산 심판 청구 사유를 납득할 수 있냐?”고 묻자 김 의원은 “박근혜 정권하에 이미 유신독재로 회귀됐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부의 청구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로 유신독재, 긴급조치의 부활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정부 쪽에서 반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얘기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김 의원은 “아주 일방적인 법무부의 주장이며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 그런 주장을 담고 있는 것들이 아직 공판도 시작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라고 하면서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재판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당을 해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손 앵커는 바로 이어 “형평성에서도 어긋난다는 그런 말씀이시군요”라고 말하며 일종의 추임새를 넣는 모습을 보였다.
계속해서 손 앵커는 통진당과 북한과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정부에 대한 김 의원의 입장과 ‘RO’조직과 당과의 연관성, 헌재 판결에 대한 예상, 김일성이 쓴 단어 ‘진보적 민주주의’와 통진당 강령과의 연관성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근거 없다”, “관계없다”, “무관한 사항이다” 등의 답변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마치 손 앵커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준비된 듯한 답변을 차근차근 이어갔다. 마치 손 앵커가 통진당 측에게 해명의 장을 마련해준 듯하게 비춰졌다.
손 앵커 역시 김 의원이 답하기 곤란한 예리한 질문보다는 통진당이 그간 계속 밝혀 왔던 입장들을 최종 정리 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들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양새였다. JTBC가 종북 의혹을 받고 있는 통진당에 사실상 변론의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이런 내용으로 구성된 JTBC ‘뉴스9’ 통진당 해산 심판청구 관련 보도는 그러나 정부조치에 반대하는 인사들 중심으로만 구성돼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 제재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미디어오늘, 언론인답게 날카로운 질문 던진 신동호 칭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반면 MBC 라디오프로그램 <신동호의 시선집중>의 진행자인 신동호 아나운서는 손 앵커와 달리 지난 4일 출연한 김 의원에게 날카로운 질문들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날 출연한 김재연 의원은 손 앵커를 대하던 태도와 달리 이석기 의원이 사용한 ‘좌경동맹주의’를 묻는 질문에 다소 신경질적인 어투로 답변하는가 하면 장성택 처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곤란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는 등 JTBC 출연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본인이 예상하고 답하기 좋은 질문에만 임하고 불리하다 싶은 질문에는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으로서 입맛에 맞는 질문에만 응하는 김재연 의원의 태도도 문제지만, 이런 김 의원을 비판하지 않는 미디어오늘과 같은 언론비평 매체들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JTBC 손석희 앵커의 들어주기식 인터뷰와 MBC 신동호 아나운서의 날카롭고 예리한 인터뷰 중 어느 쪽이 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라며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이 예상 질문을 미리 받고 답하고 싶은 것만 답한다고, 언론과 기자들이 권력에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는다고 비판했던 미디어오늘과 같은 매체라면 신동호 아나운서는 잘했다 칭찬하고 들어주는 데 급급한 손석희 앵커는 비판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심민희 기자 smh1775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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