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무리한 인력 증원 문제를 비판하는 자사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한 대목을 뺐다는 이유로 사측을 비난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YTN 노조)가 보도국장 퇴진과 함께 이른바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투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앞서 YTN 사회1부 소속 사건팀 기자 9명은 지난 10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YTN의 성역’입니까?”라는 제목의 입장을 내고 <무대책 경찰 증원…불만 속출> 리포트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언급된 부분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삭제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기자들은 이홍렬 보도국장이 해당 리포트에 대해 수차례 수정 지시를 내렸다며 “YTN 고위층의 자기 검열과 권력 눈치 보기가 드러났다”며 비판했다.
이홍렬 보도국장은 논란이 계속되자 14일 내부 인트라넷망을 통해 “(해당 리포트에서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경찰의 교육시스템의 문제이지 공약의 문제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국장은 이어 “기사의 가치와 기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취재기자와 데스크, 국장 간에 다를 수 있는 만큼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기사의 완결성을 높여가는 아주 자연스러운 게이트키핑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비판을 위한 비판이거나 정파적 프레임에 갇힌 채 흠집내기식 기사, 또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야말로 우리가 지양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한 “사내 게시판을 통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의견이나 주장에 대해선 얼마든지 수용할 자세가 돼 있지만, 명예훼손과 다름없는 일방적인 조롱의 글은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적었다.
이에 12기 기자들은 성명을 내고 이 국장 반박에 대해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핵심은 ‘각하께 누를 끼치는 기사를 내보낼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13기 기자들은 “국장의 손을 거친 기사에는 기승전결의 ‘기’가 빠져 있다”며 “‘경찰이 준비 없이 인력을 뽑게 된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YTN 노조는 17일 긴급전체회의를 열고 “YTN의 공정성과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되살려 전체 구성원들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이홍렬 보도국장 사퇴와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며 “이미 기자협회로부터 불신임을 받았고 일선 보도국원들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홍렬 국장의 사퇴를 위해 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인력 증원에 따른 준비 부족을 박 대통령의 공약과 직접 연관 지어 비판하고 보도국장 퇴진을 요구하는 YTN 노조 역시 지나친 정치공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마다 강력범죄가 늘고 있는 현실과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경찰 인력의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박 대통령 공약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2012년 12월 17일에 동아일보에 실린 최해영 서울 서초구청장(당시)의 기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찰관 1인당 담당 인원은 501명으로, 미국(354명), 프랑스(300명), 독일(301명) 같은 국가와 비교해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은 1인당 담당 인원이 550명에 이를 만큼 국민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치안 서비스의 양과 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최 청장에 따르면 경찰청 통계로 2007년부터 2011년 5년간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와 112 신고 건수는 각각 18.5%, 59.8% 로 증가했다.
자유언론인협회 김승근 미디어위원장은 “갈수록 강력 범죄가 느는 상황에서 경찰이 인력을 증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 공약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실제 통계상 경찰이 인력을 늘려야만 하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냐”면서 “경찰의 준비 소홀, 준비 부족을 지적할 순 있지만 노조가 꼭 대통령 공약 문제와 연결 지어 비판하겠다는 프레임만 고집하는 것도, 그것으로 보도국장을 사퇴시키겠다고 투쟁까지 선포하는 것도 옳다고 보이지 않는다.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심민희 기자 smh1775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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