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 이후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발언에서 제기된 보도 통제' 의혹에 대해 "희대의 블랙 코미디 김시곤의 양심선언에 길환영 사장은 책임져야 한다. '윤창중 건은 메인 뉴스로 내보내지 마라, 보도와 편성에 사사건건 개입했다'는 것만으로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사퇴해야 한다"며 길환영 사장 퇴진을 강력하게 주장한 최민희 의원은 5월 14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언론노조)가 "kbs언론노조 공영방송을 정권에 헌납한 길환영 사장 몰아내자" 제하의 비대위특보를 발행하고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에 돌입함을 예고하자 같은 날 성명을 통해 "KBS 독립성 짓밟은 길환영·박준우 등 즉각 물러나라"며 KBS언론노조의 주장을 지지했다.
이어 "길환영 체제 KBS에게 국민은 없고, 대통령만 있었다"등의 비판을 통해 KBS노조의 길환영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에 힘을 보탠 최 의원은 6월 5일 KBS 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이 7:4로 가결되자 논평을 통해 "참으로 만시지탄이다. '길환영'을 그대로 두고는 KBS가 완전히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데 다수 이사들이 공감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 '길환영 해임' 결정은 국가기간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 확보의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심야토론>, <진품명품>, <추적60분>등의 프로그램에 길환영 사장이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파업 특보를 통해 제기한 KBS언론노조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KBS 사장 선임에 있어 정부여당이 KBS의 사장 인선을 독식하는 구조를 깨야한다는 주장 하에 전반기 국회에서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된 KBS 이사회 체제 및 과반 위주의 의결제도를 바꾸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 최 의원은 이후에도 6월 26일 KBS언론노조가 노보를 통해 요구한 '특별다수제 채택'과 뜻을 같이하여 사장 추천 등 중대사안을 결정할 때 재적위원 과반이 아닌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의결구조를 바꾸는 '특별다수제'도입을 주장, 여권 추천 KBS 사장 후보인 고대영 전 KBS보도본부장과 홍성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가장 부적격한 사장 후보'라며 '절대불가'를 외친 KBS언론노조에 우회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KBS언론노조의 상위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강령·규약에 명시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및 진보정당 활동 관련 교육선전'이 스스로의 특정 정치·이념 편향성을 인정하는 바,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진보의 정치세력화에서 찾는 언론노조와 뜻을 같이한 최 의원의 방송 '공정성'과 '공영성'은 그 뿌리부터 공정보도와 언론중립을 판단하고 협상하는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17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일어난 세월호 유족의 대리운전기사 폭행사건과 관련한 KBS의 축소보도 논란에 대해 언급조차 없이 오히려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현을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개제하며 김 의원 감싸기에 나선 최 의원의 모습이 이점을 증명하는 셈이다.
지난 24일 이인호 KBS 이사장의 외부 강연 발언과 관련해 "이인호 이사장, 교수로 돌아가라!" 제하의 성명을 발표하며 이인호 이사장 임명이 '박근혜 정권의 KBS 장악 시나리오'라는 KBS언론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한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곳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미방위) 소속 야당 위원인 최 의원과 스스로 정치 편향성을 인정한 단체인 KBS언론노조의 긴밀한 공조를 통한 움직임은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노조에 휘둘리는 조대현 사장의 '무능'
여권 추천 KBS 사장 후보였던 고대영 전 KBS보도본부장과 홍성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KBS언론노조의 극렬한 반대로 말미암아 야권 추천 사장 후보로서 최초의 KBS 사장으로 임명된 조대현 사장, 사장 선임 과정에서 자신을 '보수' 인사라고 홍보했지만 정작 길환영 사장 임명 당시부터 야당 추천 이사들의 몰표를 받으며 야권 성향임을 여실히 알린 '기회주의적' 인사임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지난 7월 24일 전국언론노조 기관지 미디어오늘에 게재된 "(조대현 사장은) 청와대에 빚진 게 없는 최초의 KBS 사장"이라 극찬한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의 칼럼으로 인해 "제2의 길환영"이 우려된다며 조대현 반대운동을 벌였던 KBS언론노조가 사실은 정권과 반대자들을 안심시키려는 기만전략을 펼쳤음이 드러남에 따라 조대현 사장은 KBS언론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다시 한 번 타의에 의해 증명한 셈이다.
이어 8월 14일 KBS공영노동조합(제3노조, 이하 공영노조)으로부터 '대참사'라는 지적을 받은 첫 임원, 국장, 부장단, 팀장의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조 사장은 보도와 심의 등 요직에 친언론노조 인사를 발령, 보도본부 과학·재난부 팀장에 그동안 보직에서 배제됐던 노조 집행부 출신인 엄경철 전 KBS본부 위원장을 발령하고 보도본부 북한부 팀장에는 지난 5월 길환영 전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거부를 벌인 KBS기자협회의 전 협회장을 발령했다. 이밖에도 KBS본부 라디오 중앙위원 출신과 KBS PD협회장 출신 인사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추적60분-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에서 간첩 혐의를 받던 중국인 유우성을 편들면서 일방적으로 그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의 편파성을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이자, KBS언론노조가 "사상초유의 검열 만행, 황우섭은 물러나라!" "교체돼야 할 사람은 황우섭 심의실장이다!" "추적60분 불방꼼수 중단하라!!"등의 성명을 통해 십여 차례에 걸쳐 '아웃'을 외친 황우섭 심의실장을 정말로 아웃시키고 KBS 모든 프로그램의 심의를 맡는 심의실장 자리에 언론노조가 '침묵'으로서 찬성하는 이선재 씨를 앉힌 점 등 사실상 KBS언론노조에 힘을 실어준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같이 끊임없는 친언론노조 성향을 보이며 언론노조의 중앙진출에 '도개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조 사장의 '무능'이야말로 지난 17일 세월호 유족의 대리운전기사 폭행사건과 관련해 핵심인물로 떠오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을 감싸며 축소보도에 급급했던 KBS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행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박한명 미디어평론가는 "최민희 의원의 행태는 놀라울 정도로 노조의 뜻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KBS언론노조는 내부에서 게임을 벌이고, 미방위에선 일부 무능하고 투지가 결여된 새누리당 의원들의 나태에 힘입어 최민희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것이 결국 조대현 사장이 KBS 사장으로 임명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이 급한 문제인지를 시급히 진단해봐야 한다. 민노총 소속 언론노조에 장악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못하면 영원한 불공정 보도의 늪에 빠질 것"이라 경고하며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심판을 바꾼다거나 몇몇 미방위원들을 바꾼다거나 노조 자리 몇 명 이동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무엇이 진짜 편중이 되었고 편파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논의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점에 대해 귀를 열고 눈을 뜨고 찾아야한다. 단순히 기간만 채워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 박 평론가는 "새누리당 미방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라며 언론노조의 방송장악 문제를 인식하고 지적하기에 앞장서고 있는 조 의원을 향해 큰 기대감을 비쳤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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