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정국이 매우 시끄럽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정교과서 국정화는 원천무효”라며 “이제 국민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불복종 운동에 나서달라”고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다. 그러니까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막아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한 것으로 알긴 알겠는데, 이 대목에서 갑자기 자유민주주의 수호 타령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교과서 국정화를 하자는 이야기가 어떻게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 놀랍다.
정치꾼들이야 과장된 언어들로 선동하는 게 체질이니 그러려니 이해하고 싶은 측면도 있다. 그런데 공영방송사 소속 직원들도 속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이라는 곳이 국정화를 반대한다면서 시국선언을 했다. 여기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KBS, MBC, SBS, EBS 등을 포함해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도 참여했다고 한다. 또 OBS, CBS, 불교방송, 아리랑국제방송, 스카이라이프, 한국경제TV, 경향신문, 한겨레, 국민일보, 한국일보, 경남도민일보, 금강일보, 인천일보, 불교신문, 옥천신문,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시사인과 같은 언론도 참여했다.
언론은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요즘은 여야가 극단적으로 싸우고 자연스럽게 세력이 갈려서 언론도 논조가 친여와 친야로 갈리지만 그래도 상식의 선은 지켜야하지 싶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검정화만이 옳다는 근거도 없는데 언론인들이 국민이 찬반으로 나뉜 정부의 시책을 가지고 시국선언이라는 어마어마한 행위를 해도 되는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언론인들 공정성 의심받을 수도
문재인 대표가 “국민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불복종 운동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는데, 시국선언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그럼 문 대표의 말에 동의한다는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기라도 했다는 말인지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공감이 가지 않는다. 국정화냐, 검정화냐 어떤 방법이 좋을까 선택하는 문제를 가지고 사생결단식으로 과장하는 건 옳지 않다. 과장도 지나치면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야당 정치인들도 아닌데 현역 언론인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도 모자라 시국선언을 한다는 것은 그 언론인들이 몸담고 있는 언론사와 보도나 기사가 과연 공정한 건지 보통의 국민들은 당연히 의문을 품게 된다. 연합뉴스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기자가 시국선언에 참가하는 것은 일반 국민을 비롯해서 대외적으로 연합뉴스의 보도 객관성에 심각한 우려를 줄 수 있다.”고 밝힌 대로 언론사들이 정치적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 MBC, EBS와 같은 방송사들 직원들은 MBC 제외하고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운영한다.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 중에는 좌편향된 교과서를 고쳐서 좌우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국정화 교과서를 갖고 싶은 국민도 많다. 그런데 그런 국민의 수신료를 받아 월급을 받는 공영방송 직원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한다면 국민은 화가 나지 않겠는가!
언론인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은 지나친 ‘오버’
국정화 반대를 무슨 민주주의 운동처럼 여기고 시국선언이나 열성으로 참여하는 언론인들은 공영방송사나 국가기간뉴스통신사와 같은 곳에서 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어디에 몸담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불편부당한 보도를 할 수 있다고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정 그렇게 시국선언을 하고 싶고 국정화 반대투쟁을 하고 싶다면 다른 민간언론사나, 기업으로 가서 해야 한다. 솔직히 민영언론이나 사기업에서도 교과서 투쟁이나 하는 기자들의 기사는 신뢰가 많이 가지 않기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정부의 정책일 뿐이지 민주화 운동이 아니다. 정부 시책이 마음에 안들 순 있어도 이걸 무슨 시국선언까지 하면서 오버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본다. 특히 언론인들의 시국선언 참여는 매우 유감이다. 자기 소신이 있어도 자제할 것은 자제하고 그래야지, 꼴뚜기처럼 튀고 현실을 과장해 오버하는 언론인은 우리 언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민주화 투사가 된 것처럼 스스로 생각할지 몰라도 많은 국민들이 보기엔 그냥 ‘꼴값’에 지나지 않는다.
미디어내일 대표 이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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