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여론조사에 갇힌 정치, 행동을 놓치고 있다

갤럽·NBS를 맹신하는 올드 미디어의 착시

인싸잇=심규진 |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론조사 수치가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소비된다. 갤럽이 얼마, NBS가 얼마인지가 하루가 멀다 인용되고, 정치권은 그 숫자에 일희일비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잘 던져지지 않는다. 그 숫자가 실제 투표 행동으로 이어지느냐는 문제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통용되는 여론조사의 대부분은 ‘의견 조사’에 가깝다. 지지 여부, 호감과 비호감, 선호 정당을 묻는다. 이는 유권자의 태도를 파악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행동을 예측하는 데는 결정적으로 부족하다. 선거는 감정이 아니라 행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문장 설계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쉽다. 그러나 “실제로 투표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 선거에서 실제로 투표했습니까” “불만이 있어도 결국 투표하실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다르다.

 

전자는 생각을 묻고, 후자는 선택의 비용을 묻는다. 정치가 알아야 할 것은 후자다.

 

특히 보수 정당이 반복적으로 놓치는 지점은 기존 지지층의 행동 강도 변화다. 여론조사 수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노선 이탈이나 중도 이동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상당수 경우는 ‘찍을 생각은 있으나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 혹은 ‘실망했지만 대안이 없어 관망하는 상태’로 이동했을 뿐이다. 이는 지지 철회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 임계점이 낮아진 상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정적인 여론조사가 아니라 행동 역학 조사다. 투표 의사의 강도, 조건부 선택, 행동을 멈추게 하는 임계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분노 때문인지, 체념 때문인지, 혹은 귀찮음 때문인지에 따라 대응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무응답’이라도 정치적 의미는 전혀 다르다.

 

더 나아가 반드시 구축해야 할 것은 시계열 추적 시스템이다. 과거에 우리 당이나 우리 후보를 실제로 찍었던 사람들을 패널로 구성해,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행동 의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한 시점의 지지율이 아니라, 동일한 개인이 어떤 계기로 이탈하고, 어떤 조건에서 복귀하는지를 봐야 한다. 그래야 “지지율 하락”이라는 막연한 진단이 아니라 “누가, 언제, 왜 빠져나갔는지”라는 정확한 처방이 가능해진다.

 

이 작업이 없는 상태에서 갤럽과 NBS 수치만 따라가면 정치에는 착시가 생긴다. 중도가 빠졌다고 판단해 메시지를 바꾸고, 확장성을 이유로 핵심 지지층의 언어를 희석하는 순간, 실제 투표 행동은 더 약해진다. 행동 강도가 낮아진 지지층은 설득의 대상이지, 포기의 대상이 아니다.

 

정치 여론조사는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여론을 묻는 도구를 넘어, 표가 언제, 어떻게, 어떤 이유로 움직이는지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되어야 한다.

 

숫자를 읽는 정치를 넘어서 행동을 이해하는 정치로 가지 않는 한, 여론조사는 계속 맞는 듯 틀릴 것이다.
선거는 말의 경쟁이 아니라, 결국 움직인 사람의 숫자로 결정된다. 정치가 그 단순한 사실을 다시 받아들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