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보수세력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 국회에 입성한 ‘보수여전사’ 전희경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표명을 흐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전희경 의원은 지난 23일 저녁 김무성 의원이 주선한 원내·외 비박계 모임에 참석해 논란을 자초했다. 대통령 탄핵과 개헌론을 주장하는 김 의원 측근들이 총 출동한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김 의원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탄핵 경고, 개헌 의지를 밝힌 상태였다.

실제 언론들은 이날 모임 성격을 두고 비박계가 대통령 탄핵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회동이었다고 해석했다.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언론에 “박 대통령 탄핵이 보수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일이라는 데 공감대를 가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본지는 24일 오전 “전희경, 김무성의 탄핵찬성파 모임 참여, 보수여전사 무색” 제하의 기사를 통해 전 의원의 부적절한 행보에 의문을 표하고, 탄핵에 관한 분명한 입장표명을 촉구했다.(관련기사 : 전희경, 김무성의 탄핵찬성파 모임 참여, 보수여전사 무색)

전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회동 참석 배경을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오늘 일부 보도를 보시고 걱정하시는 분들의 전화와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어제 모임은 대선불출마선언을 하신 김 전 대표님을 위로하는 식사 자리였으며, 탄핵을 주제로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규정한 것은 언론의 재단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언론의) 그런 재단이 두려워 어떤 모임에 갈까 말까 망설이고 주저앉고, 저는 그런 식으로 언론에 휘둘리는 정치인이고 싶지는 않다”며 “어제의 자리가 특검법 반대나 탄핵에 대한 제 입장에 변화를 줄 수는 없다”고 썼다.

문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특검에 대해선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힌데 반해, 탄핵에 관해선 모호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전 의원은 “뜻이 명확하고 가고자 하는 길이 간절할수록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은 더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혼돈과 광기의 시절을 관통하면서 저에게 뜻을 실어주시는 분들의 바램을 잊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실망하시는 일 없도록 스스로의 행보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제게 힘이 되어주시는 분들게 다시 한 번 걱정을 거두시라 드리는 것”이라고 글을 끝맺었다.

전희경 의원의 해명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은 범 전경련 세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자유경제원에 칼럼을 쓰고 있음은 물론 자신의 이름으로 된 문학상까지 헌정돼있는 복거일 작가는 한국경제신문에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칼럼을 썼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이 칼럼을 ‘정규재TV’에서 직접 낭독하며 동감을 표한 바 있다. 전 의원 역시 자유경제원 출신으로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김무성 전 대표가 주도하는 포럼에 참여, 범 김무성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전 의원은 일찌감치 탄핵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과 하태경 의원, 김영환, 최홍재 등 좌파로부터 전향해온 범시대정신 그룹과도 연결돼 있다.

사실, 전 의원은 최순실 사태 이후 ‘박근혜 정부 퇴진·하야’ 또는 ‘탄핵’에 관해선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한 적이 없다. 연일 이어지는 검찰과 언론의 ‘대통령 때리기’에도 대체로 침묵을 유지해왔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이른바 ‘골수 보수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아한 대목이다. 다만,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거국중립내각과 특검법에 반대입장을 밝힌 정도다. 전 의원은 입장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지만, 현 시국에 대한 원 입장 자체가 불분명하다고도 볼 수있는 대목이다.

전 의원은 24일 본지 취재에서도 끝내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전희경 의원실 관계자는 “(탄핵과 관련해) 드릴 의견이 없다”며 “앞으로 의원님이 직접 입장을 따로 밝히실 계획”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하며 “탄핵안 투표는 무기명 투표라는 게 헌법에 규정돼 있다”며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지는 전 의원 본인에게도 직접 문자를 보내 탄핵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탄핵표결은 무기명 투표인만큼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입장을 제한하자는 당론을 제안할 의사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대답하지 않았다.

전 의원 측이 입장 표명을 거절하고, 무기명 투표를 거론한 데 대해 일각에선 이른바 '스파이' 역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변희재 자유총연맹 사회특보는 “역대 모든 분당 사태 때는 당에 남아있는 쪽에 스파이들을 심어놓는다”며 “이미 김무성패들은 탄핵정족수 29명을 훨씬 넘는 60명 이상 확보, 한 20명 정도는 스파이노릇하며, 남아서 새누리당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역할을 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 사회특보는 “그래서 이들은 무기명 투표를 주장하며, 탈당하는 자들 이외에 입장을 밝히지 않으려 할 공산이 크다”며 “현재 새누리당의 최대 문제는 탄핵 찬반이 아니라, 명백히 김무성패에 줄서있으면서도 (당에) 남아서, 대중을 속이고, 스파이노릇하며 당을 무너뜨릴 수 있는 20명이다”고 경고했다.

한편, 23일 김무성 회동에는 김종석 김학용 김성태 이혜훈 홍일표 김종태 김성찬 황영철 김재경 김용태 정병국 김성원 경대수 김성태(비례) 전희경 김무성 장제원 권성동 이진복 주호영 박성중 이종구 강석호 김세연 이철규 나경원 이만희 강길부 윤한홍 송희경 이학재 이군현 이은재 정운천 박인숙 심재철 송석준 유의동 홍문표 권석창 함진규 등 총 41명의 의원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