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수 개월째 계류 중이던 ‘JTBC 태블릿PC 조작보도’ 건에 대하여 최근 졸속으로 의결, 무더기 면죄부를 주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를 열고, JTBC가 지난 2016~2017년 내보낸 ‘태블릿PC 보도’ 관련 4개 안건을 심의했다. 모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이 제기한 민원이다.
▲ 2016년 10월 30일자 <JTBC 뉴스룸> ‘
24시간 확보한 최순실, '또 다른 PC' 파기할 가능성도’에서, 마찬가지로 태블릿PC에 문서수정 기능이 없음에도 윤샘이나 기자가 “최순실 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제21차 수석비서관회의’라는 문건입니다”라며 “문서 곳곳에 급하게 수정한 흔적이 역력합니다”라고 보도한 건,
방송소위는 이 가운데 손석희가 직접 앵커멘트로 거짓말 한 건을 제외하고, 모두 ‘문제없음’ 의결했다. 손석희 앵커멘트 건도 ‘의견진술’에 그쳤다. 의견진술은 제재 조치가 아니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직접 방송사의 입장을 들어보자는 취지다. 사실상 변 대표고문이 제기한 모든 ‘JTBC 태블릿PC 조작보도’ 건에 방통심의위가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달 27일로 예정된 ‘태블릿PC’ 2차 공판을 코앞에 두고 나온 결정이다.
회의 발언으로 드러난 ‘졸속 심의’ 증거들
문제는 이들 4개 안건에 대하여 충분한 토의와 심의가 이뤄졌는지 여부다. 아직 방통심의위 홈페이지에는 이날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 다만, 미디어오늘이 자세한 기사를 통해 공개한 이날 소위에 참석한 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여당 위원들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오인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방통심의위, JTBC 태블릿PC 보도 ‘문제없음’)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2016년 10월 26일자 손석희 앵커멘트와 관련하여 윤정주 위원은 “온라인 편집기와 네이버 오피스, 구글 편집기, 넷피스24 등으로 편집 가능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석이 나왔다. 또한 박 전 대통령 판결문을 보면 태블릿PC가 최씨의 소유로 나와 있고 그걸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윤 위원의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윤 위원은 국과수 회보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는 회보서 17쪽에서 “(태블릿에서) 문서 작성 및 수정·저장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나아가서 “한편, 네이버오피스, 구글, 넷피스24 등과 같이 온라인 상에서 문서 작성 및 수정·저장이 가능하지만, 인터넷 접속기록을 살펴본 결과, 해당 서비스에 접속한 이력은 발견되지 았았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태블릿PC 기기 자체는 물론 외부 접속으로도 문건 수정은 없었다는 결론이다.
윤 위원은 이와 관련,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과수 회보서를 꼼꼼히 읽었다”면서 “당시 회의 현장에서 국과수 회보서의 해당 페이지를 짚어가면서 발언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국과수 보고서를 분명히 읽어 봤다는 것. 아마도 윤 위원은 국과수 회보서 33쪽(‘변호인 의뢰사항 (가)-2-3번’ 항목)만을 보고 이를 인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핵심적인 17쪽의 내용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국과수는 33쪽에서, 최순실 씨 변호인 측이 “태블릿PC에 저장기록을 수정하는 기능이 있는지 알려달라”고 의뢰한 데 대해 시스템기록, 문서, 사진, 이메일 등 항목별로 나눠 제한적으로 답변했다. 그 중 4번째로 문서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4) 문서 내용의 경우에는 감정물 태블릿PC에는 한글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별도록 설치되어 있지 않으나, 온라인 편집기(네이버 오피스, 구글 편집기, 넷피스24 등)로 편집이 가능함”
따라서, 이 부분만 읽으면 마치 국과수가 태블릿PC 문서의 온라인 편집 가능성을 열어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과수는 이미 17쪽에서, 변호인 측이 “태블릿PC에 설치된 문서 작성 및 수정·저장 프로그램은 어떠한지”에 대한 답변으로 ‘문서수정 어플도 없고 온라인 편집 사이트 접속 이력도 없다’고 분명히 답변했다.
윤 위원은 본지의 요청에도, 국과수의 결론을 정반대로 오인해 JTBC 보도가 ‘문제없음’이라고 의견을 낸 데 대해서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심영섭 위원도 국과수 회보서를 사실과 다르게 해석해, JTBC에 면죄부를 주는 데 일조했다. 심 위원은 2016년 10월 30일자 JTBC 뉴스룸 보도에 대해 “(민원인은) 태블릿PC가 문서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국과수 감정 결과 외부의 수정 가능성이 크다고 나와 있다”고 발언했다. 윤 위원처럼 국과수 회보서를 완전히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심 위원은 나아가 국과수 결론을 왜곡보도한 JTBC를 두둔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 27일 “최순실씨가 실제 사용자라고 못 박았던 검찰의 결론을 국과수가 최종적으로 확인해준 것입니다”라는 보도도 사실 왜곡이라는 민원이 제기됐지만 ‘문제 없음’으로 의견이 모였다.
특히, 심 위원은 “국과수 결과가 이미 태블릿PC 문서작성 가능 여부와 소유자가 최씨라는 걸 밝혔다”고 발언했다. 과연 심의에 참여한 위원들이 국과수 회보서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발언이다.
국과수는 1차, 2차 분 회보서 총 65쪽 어디에서도 ‘최순실이 사용했다’고 결론 내린 적이 없다. 오히려 “다수의 사용자에 의해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음. 다수의 구글 계정에 접근 가능한 단수의 사용자가 사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상기의 이유로 제시된 감정물 태블릿PC에 대한 분석 결과만으로는 사용자가 단수인지 다수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움(36쪽)”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러한 국과수의 객관적 결론을 왜곡해서 “국과수도 최순실의 태블릿PC라고 최종 확인했다”고 보도한 것은 JTBC의 악의적 허위보도로 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조차, 방송소위 위원들이 국과수 회보서조차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문제없음’ 의결한 것은 졸속심의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12일 방송소위가 열리기 하루전에야 안건을 상정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바탕으로, 회의 이틀 전에 안건을 통보해야 한다는 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보도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바로잡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