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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잠들지 못하는 조선인 영령들을 위한 책,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구천을 떠도는 조선인 영령들의 귀향은 우리안의 식민주의를 청산하는 마중물 ... 휴머니스트 구로다 후쿠미의 신념과 용기에 박수보내지 않을 수 없어

[정안기 ·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경제학 박사)]

일본의 국민배우이자, 대표적인 친한파 연예인으로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구로다 후쿠미(黑田福美). 그녀의 저서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도서출판 장수하늘소/타임라인)가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원제가 꿈의 전후, 귀향기원비와 나 (夢のあとさき, 帰郷祈願碑とわたし)’인 이 책은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를 사는 한국인들의 양심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지극한 휴머니즘의 기록이다. 참으로 근자에 보기드문 양서의 출간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책장을 넘기면서 산자와 죽은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 “사랑과 영혼(Ghost)”이라는 오래 전 대학 시절에 관람했던 영화를 추억하게 되었고,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 하나 때문에…’로 시작하는 국민가수 장윤정이 불렀던 ‘초혼(招魂)’과도 오버랩되는 각별한 감동과 울림을 체험하였다. 

한편으로, 이 책은 ‘한국인! 당신들은 누구인가’ 하는 가시와도 같은 질문과 함께 청산하지 못한 우리안의 식민주의에 대해 성찰을 촉구하는 착잡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현재 일본의 심장부 도쿄 한복판에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가 위치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야스쿠니에는 일본인만이 아니라 조선인(한국인) 군인·군속 2만 2,182명(군인 6,178명과 군속 1만 6,004명)의 혼령이 합사되어 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경남 사천에서 출생한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이었던 탁경현 씨와 저자와의 영적인 인연과 현실의 인연을 다루고 있다. 탁경현은 1945년 5월 오키나와 전장에서 빗발치는 미군의 함포사격에서도 가미가제(神風)의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조선인이었다.
 
저자는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된 일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 이름으로 죽는 것은 유감이며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다”는, 저자의 꿈에 나타난 탁경현의 하소연과 소망에 감응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장윤정의 명곡 초혼의 노랫말처럼 어쩌면 그냥 스치듯 지나칠 수 있는 인연이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한 조선인 영혼의 귀향을 위해 헌신했던 꿈밖에서의 지난날의 고군분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동안 야스쿠니의 조선인 혼령들은 민족을 배신하고 일본과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친 매국노, 친일파에 불과하다는 식, 황당한 이유가 들먹여지면서 유가족은 물론이고 동족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 그래서 저자는 영혼의 귀향마저 거부당한 채 이승과 저승을 떠도는 이 불쌍한 영혼들에 대한 절절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분명한 것은 탁경현과 같은 2만 2,182명의 조선인이 나서지 않았다면, 또 다른 조선인 청년들이 이들을 대신해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으리라는 것이다. 20세기 제국주의라는 구조적 강제성을 고려하면, 이들은 일본과 천황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는 부모 형제와 이웃을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적, 이념에 대해서 어떤 특별한 인식이 있었다기보다 단지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한 개인으로서 그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스물 갓 넘은 조선인 청년들의 선택을 두고 매국노와 친일파로 몰아세우고, 영혼의 귀향마저 거부하는 것은 오만함과 몰지각함으로 가득한 한국사회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당시 일본군 징병 1기였던 우수용 옹의 반론처럼 이 청년들은 어리석었을지는 몰라도 결코 사악하지는 않았다.




이 책의 메시지는 너무나 간단하다. 아시아태평양 전쟁기를 살아남아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 혹은 그 후손이 감당해야 하는 최소한 인간적 도리와 책무는 아직도 먼 이국 땅 야스쿠니에서 잠들지 못하는 불쌍한 조선인 영혼들의 유패를 회수해서 고향땅에 정중히 배향하고 진혼하는 일이다. 

구천을 떠도는 조선인 영령들의 귀향은 우리안의 식민주의를 청산하는 마중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일강박관념의 사회적 병리에 신음하는 사회 현실을 고려하면, 과연 한국사회에 그럴만한 용기, 양심, 의지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오늘의 한국인들은 ‘반일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양떼’와도 같다”는 저자의 지적은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다. 한국사회 일반적 통념과 달리 집단적 자기성찰을 결여한 역사청산은 단지 제삿밥이나 탐하는 탐욕에 찬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들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읽어가면서 한국인 우리들은 과연 누구이며, 어디를 향하는가를 자문하게 되었다. 이 같은 감상은 아마도 필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그래서 우리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저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원제 : 꿈의 전후, 귀향기원비와 나 (夢のあとさき, 帰郷祈願碑とわたし)


[ 목 차 ]


한국어판 서문 _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프롤로그 _ 반일反日의 표적이 된 위령비

조선인 병사를 떠올린다 / 이런 꿈을 꾸었다 / 묘한 꿈은 이어지고 있었다 / 왜 ‘자위대’라고 했을까?


01 _ 두 개의 이름, 미쓰야마 후미히로(光山文博)와 탁경현卓庚鉉

‘혐한嫌韓’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 처음 찾아간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 / ‘그 꿈’을 신문에 발표하다 / 일명 미쓰야마 후미히로, 탁경현은 누구인가? / ‘특공의 어머니’ 도리하마 도메를 다룬 텔레비전 프로그램 / 부산으로, 친척들과의 대면 / 예전에 있었던 ‘탁경현 현창비顯彰碑’ 건립 움직임 / 탁경현의 고향을 찾아가자!


02 _ 지란, 오키나와에 세워졌던 조선인 특공병 위령비

아카바 레이꼬(赤羽?子) 씨와의 대화① ― 꿈속의 청년 / 아카바 레이꼬 씨와의 대화② ― 청년의 참모습 / 아카바 레이꼬 씨와의 대화③ ― 청년의 최후 / 위령제와 ‘나데시코대隊’ / 나만이 아니었던 ‘꿈’ 이야기 / 해마다 열리는 지란 특공기지 전몰자 위령제 / 소녀들의 환영幻影 / 오키나와로① ― 첫 번째 목적, 평화의 초석 / 오키나와로② ― 두 번째 목적, 하얀 산호 조각


03 _ 한국에서 만난 탁씨 일족의 수수께끼

서울에서 살다① ―『서울의 달인』 최신판 / 서울에서 살다② ― H선생과의 만남 / 서울에서 살다③ ― 피부로 느끼는 한국 / 서울에서 사는 탁씨의 본가本家 사람 / 탁성룡 씨와의 대면 / 석비 건립 장소를 발견?


04 _ 학적부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이름 ‘다카다 현수(高田賢守)’

2천만 원의 땅값!? / 리쓰메이칸 중학 시절, 제3의 이름 / 교토 약학전문학교 시절, 조기 졸업 / 미쓰야마 일가가 살던 교토를 거닐다 /

마음에 스미는 메일


05 _ 석비 비문을 에워싼 갈등

부지敷地를 구하느라 벌인 행각 / ‘친일파’로 여겨지지 않도록 / 손자에게 이어진 레이꼬 씨의 꿈 / 제공받은 조그만 부지를 앞에 두고 / 꼬리를 물고 생겨나는 석비의 과제 / 장부 대신 은행 계좌를 개설 / 일본에서의 평가


06 _ 이야기가 거대해져 가는 한국판 ‘평화의 초석’

‘귀향 기념비’ 투어를 결정 / 사천시장의 등장 / 한국 미디어의 호의적인 보도 / 석비 디자인은 권위 있는 조각가의 손에 / 지란과 사천의 불가사의한 인연 / 팸플릿 준비도 완료 / 석비에 관심을 기울여 준 군인 출신 한국인들 / H선생의 허풍 / 「평화의 초석 건립 시안」이란?


07 _ ‘한일 우호의 가교’에 떠돌기 시작하는 먹구름

2백 평에서 3천 평, 그리고… / 비판의 목소리 / 팸플릿 배포 중지 / 단 세 글자 ‘위해서’로 인해 / 꽁무니를 빼는 한국관광공사 / 석비의 운명은 어떻게? / 수수께끼 같은 토목업자의 교란攪亂 / 격앙된 K교수와의 대결


08 _ 반일 단체의 함성으로 저지된 제막식

최악의 각오를 한 제막식 전야 / 백지철회를 선언한 당국 / ‘반일’ 딱지 붙이기의 위력 / 참석을 고사한 한국의 대학 교수 / 반대파와의 대치, 진보연대와 광복회 / 임시 모면의 사정 설명회 / “즉각 돌아가라!” / 우리만의 제막식 / ‘반일’은 ‘비단 깃발’? / 설마 했던 철거 / 시민 부재不在의 ‘시민 감정’ / 사천시내의 절에 드러누운 석비 / ‘반일’이라는 울타리 안의 슬픔을 보다


09 _ 철거된 석비를 재건할 땅을 찾아서

10엔짜리 동전 크기의 탈모를 발견? / 불구덩이 속의 밤을 주워준 법륜사法輪寺의 자애 / 사천시에 대한 마지막 주장 / 진심을 담아 새로운 비문을 썼다 / 엄숙하게 거행된 의식과 함께 재건이 이뤄지다 / H선생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다 / 뜻밖의 선물


10 _ 광복회 관계자를 상대로 흘린 뜨거운 눈물

씨알도 먹혀들지 않는 광복회 간부 / 빈손으로 발걸음 돌린 광복회 본부 방문 / 한층 두드러지지 않는 곳으로 / 또 다시 넘어진 석비 / 사욕私慾을 넘어서 / 번져가는 공감의 테두리 / 언젠가 석비가 세워질 그날까지


에필로그 _ ‘진실을 말해줄 사람’이 없어지기 전에

미래를 향한 생각① / 미래를 향한 생각② /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안타까움의 수기 / 우 옹과 귀향기원비 / 어느 조선인 병사의 유족과 야스쿠니신사


개정판 후일담 _ 법륜사와 더불어 걸어가련다

사천으로부터 10년째의 법요 / ‘전통 사찰’ 지정이라는 반가운 소식 / 손님으로 온 공군 병사들


후기 _ 지혜와 용기로 한일의 상극을 넘어서고 싶다


해설 _ 구로다 후쿠미는 왜 배신당했나? -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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