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당시, 박성현 이선본 대표와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 등이 강력하게 설파했던 ‘정규재·전경련 탄핵 책임론’에 최근 문갑식 전 월간조선 편집장도 참전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이에 반발하며 상당히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5일 문갑식, 전경련과 탄핵에 가담했다며 정규재 실명 비판
5일 방송에서 문 전 편집장은 탄핵 당시 김무성과 정규재, 전희경, 복거일, 이병태, 이승철 등의 관계를 근거를 들어 설명하면서 이들에게 일부 탄핵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두 전경련과 관련된 인사들이다.
문 전 편집장은 “그때 (전경련이 설립한) 자유경제원에서 강의하던 복거일 씨는 뚱딴지처럼 ‘명예로운 퇴진론’이라는 글을 한경 1면에 6단으로 썼다”며 “탄핵의 진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썼다. 찾아보시라”고 상기시켰다.
당시 방송과 관련, 문 전 편집장은 “그 글을 본 정 주필은 지금까지 읽은 것 중에 가장 감동적인 글 입니다 하고 칭찬했다”며 “정규재 복거일 이병태 이승철 이 라인이 김무성을 적극 지원하면서 탄핵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저녁, 정규재 격앙된 모습으로 즉각 반박
정 대표는 이례적으로 크게 반발했다. 정 대표는 5일 저녁, 펜앤드마이크에서 ‘
정규재 신상발언’이라는 제목으로 해명 방송을 했다. 옆에 앉은 아나운서가 끼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 대표는 문 전 편집장을 향한 비난과 반박을 쏟아냈다.
이 방송에서 정 대표는 “문갑식의 모든 말이 거짓말”이라며 “사실과 다른 정도가 아니고 아예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복거일의 글을 읽고 감동했다고 칭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복 작가의 글에 대해서 자신은 “감동했다”, “칭찬한다” 등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논점을 흐리는 비판이다. 정 대표는 당시 방송에서 복 작가의 글을 읽으며 “대통령은 통치가 불가능하다”, “질서정연한 퇴각이 필요하다”, “(하야를 권하는) 마지막 귀절을 보면서 울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방송 전반에 걸쳐 복 작가의 글에 강한 공감을 드러냈다는 점에는 오해의 여지가 없다.
정 대표는 문 전 편집장에게 몇가지 사소한 시비를 걸다가 본론으로 넘어갔다. 요지는 복 작가의 글은 박 대통령 하야를 선동한 글이 아니라는 것. 그러면서 정 대표는 문 전 편집장을 난독증 환자로 몰았다.
“만약에 문갑식 씨가 이 복거일의 글을 읽고, 지금 “문재인 하야하라”고 우리가 지금 주장하듯이 “박근혜 하야하라”고 주장하는 글이라고 읽는다면은 이것은 오독이에요...지금 여러 가지 제기된 것 중에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대해서 미리 사면을 완전하게 해 주는 조건이라면 하야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가 지켜지면서 퇴진할 수 는 있지 않을까. 혹시 그런 방법은 없을까 라고 눈물을 머금고 고뇌하는 글이지. “너는 하야해라!” 뭐 이런 글이 전혀 아니에요..근데 그거를 조선일보에서 아주 고위 간부까지 지낸 문갑식 씨가 “문재인은(박근혜를 잘못 말한 듯) 하야하라”라고 복거일이 주장했다 라고 얘기한다면, 참으로 유감스러운 것이죠. 복거일 씨의 글은 지금 읽어도 참 잘 쓴 글이고 그 당시 우리가 느끼던 당혹감, 그 박근혜 정부의 오류까지도 끌어안는 사랑과 연민에 가득찬, 참 피끓는 글이었어요. 지금 읽어도 가슴이 먹먹한 그 시대의 고뇌를 안고 잇는 글이지, 그것이 무슨 문재인은 퇴진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이게 아니었다 이겁니다...이렇게 읽었다면 이거는 난독증이다. 저는 이 글에서 문갑식씨가 글도 제대로 안읽고보고 제멋대로 정규재와 복거일의 명예를 제멋대로 난도질 했다고 생각합니다.”
6일, 문갑식 재반박 “우파승리 위해 사이비들 나가야”
문 전 편집장은 “이순신 장군이 모함에 빠졌을 때 ‘아이고 그동안 고생하셨으니까 모함에도 빠졌으니 그만 명예롭게 퇴진하세요’ 이럽니까”라며 “누가 그때 모함을 두고 진실이라는 가정법으로 글을 썼습니까”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게 진실이에요? 다 거짓이었잖아요”라고 덧붙였다.
문 전 편집장은 정 대표를 사이비 우파라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우파승리를 위해서는요 사이비들이 나가야 돼요”라며 “(탄핵을 선동했다는 증거를) 까? 까까? 망신 당하지 말고. 전승공기고(戰勝功旣高),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 이미 전투에서 공이 높으니 만족하고 그만 그치세요”라고 말했다. 문 전 편집장이 인용한 한시는 고구려 장수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문중에게 보낸 시다.
그는 다만 더 이상 탄핵책임론을 두고 정 대표와 싸우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전 편집장은 “제가 참겠습니다”라며 “이순신 장군이 모함에 걸렸을 때 진실을 밝힐 생각은 하지 않고 그 모함을 팩트로 여기고 그 가정법 하에서 글을 쓴 인간들. 그것을 보고 감격했다는 인간들. 그런 사람들은 우파가 아니에요. 그게 무슨 우파에요 사이비들이지”라고 쏘아붙였다.
변희재 “하야 선동 칼럼을 애정 가득한 칼럼이라는 정규재”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은 문 전 편집장의 논평을 환영했다. 변 고문은 “미디어워치에서는 늘 이야기했던 건데 문갑식 기자가 한 번 더 정리하는군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정 대표의 반박은 핵심을 다 피해가고 있다고 변 고문은 지적했다.
변 고문은 “정규재 대표가 복거일 하야 선동 칼럼을 완전히 거짓으로 설명했다”고 말하며, 방송 녹취록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변 고문은 “정규재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친중파로 몰아붙인 뒤 감옥 안 보내는 대신 하야하라는 협박 칼럼을, 우리 사회의 도덕적 권위를 바로세우기 위한 것이었고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칼럼이랍니다”라고 냉소했다.
변 고문은 또 정 대표에 대해 “자기 말을 뒤집고,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라며 “자기 이권을 위해서라면 사기꾼도 끌어다 쓰는 절대 공적 논객으로 활동하면 안 되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최근 학력위조와 경력사기가 밝혀지자 검증을 요구하는 상대를 향해 방송에서 쌍욕을 퍼붓는 저질 유튜버 안정권과 설 연휴 특별대담 방송을 했다. 정 대표는 펜앤드마이크를 통해 안정권을 청년리더로 소개하고, 각종 행사에도 함께 참석하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