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폴리틱스워치 (정치/사회)


배너

[뉴탐사] 태블릿PC 조작 진실 규명하던 황의원 전 대표 극단적 선택..."엄철 재판부가 생명 앗아갔다"

한동훈·윤석열 특검팀 증거 조작 의혹 제기했으나 법원·언론 침묵...변희재 대표 "사법부 책임 묻겠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뉴탐사 측과 특약으로 뉴탐사의 '태블릿PC 조작 진실 규명하던 황의원 전 대표 극단적 선택..."엄철 재판부가 생명 앗아갔다"'를 그대로 전재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의혹을 파헤치던 언론인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생을 마감했다. 미디어워치 전 대표였던 황의원씨(48)는 지난 11월 13일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유서에서 "조작 보도와 조작 수사를 주도한 JTBC 방송사와 검찰 특검은 물론 이를 추가로 은폐하는데 가담한 모든 권력자들은 반드시 하늘의 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법원의 엄철 재판부가 명백한 증거들을 모두 기각하고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황씨는 2016년부터 변희재 대표와 함께 태블릿PC 조작 의혹을 제기해왔다. 미디어워치 편집국장을 거쳐 대표까지 지낸 그는 윤석열·한동훈의 특검팀이 태블릿PC 증거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하지만 1심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 재판부는 결정적 증거 채택을 모두 거부했다. 황씨는 유서에서 "이번 제 죽음이 변희재 대표와 미디어워치 직원들의 결백은 물론 태블릿PC 조작 사건 관련 진실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낱낱이 밝혀질 수 있다면 한이 없겠다"고 적었다.

최순실 것 아닌 두 개의 태블릿PC

황씨가 목숨을 걸고 밝히려 했던 진실은 무엇이었나. 핵심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태블릿PC가 실제로는 최순실의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태블릿PC는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JTBC가 보도한 '김한수 태블릿PC'이고, 다른 하나는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한 '장시호 태블릿PC'다.

김한수 태블릿PC의 경우, 최근 결정적 증거가 추가로 드러났다. 최순실이 데스크톱 컴퓨터로 공용 메일을 발송한 뒤 정호성에게 "메일 보세요"라는 문자를 보내기 30초 전에, 태블릿이 이미 해당 메일을 읽은 기록 20여건이 확인됐다. 만약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라면, 최순실이 데스크톱으로 메일을 보낸 뒤 자신의 태블릿으로 다시 그 메일을 확인하고, 그런 다음 문자를 보냈다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된다. 이는 태블릿PC가 비서관 중 한 명인 김한수(당시 행정관)의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특검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20여건의 메일과 문자를 수사보고서에서 고의로 누락했다.

김한수는 자신이 직원과 함께 태블릿을 개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함께 있었다는 김성태 직원이 법정에서 "김한수는 개통 현장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SK는 법원에 김한수의 필적이 담긴 계약서를 제출했으나, 직원의 증언 이후 김한수는 "그 필적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태블릿PC 조작에 SK가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장시호 태블릿도 조작 정황 속속 드러나

장시호 태블릿PC 역시 최순실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나왔다. 최순실의 비서였던 안정현씨는 최근 법원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서 "해당 태블릿을 최순실 원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사실이 없으며, 원장님이 태블릿을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 당시에도 지금과 동일한 내용으로 진술했으나 수사 발표 내용은 저의 진술과 상반된다"고 덧붙였다. 특검이 자신들의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진술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규철 특검보가 2017년 1월 11일 기자회견에서 "포렌식 확인 결과 이 태블릿이 최순실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이 올해 법원의 사실조회 요청에 "1월 5일 포렌식 자료가 없다"고 답변한 것이다. 검찰은 이전에 "포렌식 문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소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입장을 바꿨다. 포렌식 자료를 증거인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검에 감찰을 지시했고, 변희재 대표는 한동훈·장시호·조재학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장시호 태블릿PC에서는 정체불명 남성의 얼굴이 촬영된 사진이 발견됐다. 증거로 제출된 태블릿은 외부 접촉 없이 봉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누군가 이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이 남성은 최근 당시 대검 포렌식 담당이었던 서현주 검찰주사보로 확인됐다. 서현주씨는 현재 광주에서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 중이며, 자신이 사진 속 인물임을 인정했다. 태블릿PC의 무결성이 훼손됐다는 결정적 증거다.

"판결 받는 것 자체가 모욕"...엄철 재판부의 불공정 재판

황씨는 한 달 전부터 극단적 선택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변희재 대표는 "2주 전 저녁 식사 때 '저런 어용 판사들에게 선고받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말했다"며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암시였다"고 밝혔다. 황씨는 사촌 동생에게 유서를 챙기라고 지시하고 고양시 야산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서는 열 개가 넘었다.

엄철 재판부(재판장 엄철·윤원묵·송중호)는 태블릿PC 조작을 입증하는 증거들을 모두 기각했다. 김경철 변호사는 최근 공판에서 50분간 상세한 증거 설명을 한 후 검찰이 감추고 있는 추가 증거에 대한 문서 제출 명령을 요청했다. 당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김도형 수사관을 증인으로 신청하려 했다. 그러나 엄철 재판부는 아무 설명 없이 모든 것을 기각했다.

전임 재판부는 김한수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엄철 재판부는 2024년 5월 부임 직후 이유 설명 없이 김한수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마지막 공판에서는 변호인이 증인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해 피고인 신문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엄철 재판부가 모든 증인 신청을 기각하고 즉석에서 피고인 신문을 하라고 지시했다. 변호인이 준비가 안 됐다고 하자 "피고인 신문 기회를 거부한 것"으로 처리하고 결심을 선언했다. 변희재 대표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하자, 엄철 재판부는 기피 신청서를 보지도 않고 즉석에서 기각했다.

변희재 대표는 엄철 재판부에 대해 다섯 차례 징계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대법원은 "다시는 이것을 보내지 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엄철 판사(70년생)는 조민 포르쉐 발언 관련 강용석·김세의 사건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던 인물이다. 태블릿PC 사건에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언론의 침묵, 한 기자의 죽음조차 외면

황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언론의 태도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방청석에 있었다. 엄철 재판부의 불공정한 재판 진행을 직접 목격했다. 그러나 단 한 줄의 기사도 쓰지 않았다. 황씨가 생을 마감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연합뉴스는 "황의원 전 미디어워치 대표 별세"라는 제목으로 단신 부고 기사만 냈다. 사인도, 배경도 없었다. 마치 일반인의 죽음을 알리듯 담담하게 처리했다.

변희재 대표는 "언론사 기자들이 재판에 들어와 있었지만 절대 쓰지 않는다"며 "작년에 미국 정명(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을 때도 미국, 일본, 캐나다, 홍콩 등 외신은 보도했지만 한국 언론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충원 기자는 강진구 기자와 90년대 서울중앙지검 출입 당시 함께 법조 출입을 했던 30년 경력의 기자다. 그조차 황씨의 죽음을 평범한 부고 기사로 처리했다.


황씨의 빈소에는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조기를 보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변희재 대표는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모두 부고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다"며 "김진태 의원 정도는 조의를 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은 태블릿PC 문제로 박근혜 탄핵 무효를 주장해왔으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자 외면하기 시작했다. 태블릿PC 조작에 윤석열·한동훈이 연루됐기 때문이다.

한동훈·윤석열, 박근혜보다 문재인 원했나

태블릿PC는 왜 조작됐을까. 윤석열·한동훈이 2012년 박근혜 당선을 반기지 않았다는 정황이 있다. 한동훈의 페이스북을 분석한 결과, 2012년 12월 박근혜 당선 직후 쓸쓸한 분위기의 글을 올렸다. 장국영의 '땡큐'라는 노래를 공유하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의 댓글에 "좋겠네"라고 답했고, "새해 좋은 일 많으시게"라는 댓글도 달았다. 차경환 검사(현 김앤장 변호사)는 "과거 즐거운 시절을 회상하는 지금 너의 심리 상태를 나는 좀 이해하는 편이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지금은 즐겁지 않다는 뜻이었다.


한동훈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파견 선임행정관을 지내며 가장 잘나가던 시절을 보냈다. 청와대 지붕 위 고양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행복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계속 과거를 그리워하는 글을 올렸다. 2013년 5월에는 "2004년 뉴욕이 있을 때"라며 유학 시절을 회상했다. 2013년 12월에는 또다시 뉴욕 시절 사진을 올렸고, 이창수 검사는 "짠~~~~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한동훈은 "그냥 살자"라고 쓴 댓글에 "ㅎㅎ 우리 그냥 살자"고 답했다.

윤석열 수사팀은 MB라인 검사들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이들은 2016년 태블릿PC 사건을 계기로 박근혜 정권을 들이받았다. 댓글부대 수사 때 윤석열이 박근혜 청와대와 충돌했던 것도 검사로서의 의협심이 아니라 정치 검사로서의 불만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은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가 2016년 태블릿PC 특검에 복귀했다. 최순실을 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여론을 단숨에 반전시키기 위한 트리거가 필요했고, 그것이 태블릿PC였다는 것이 미디어워치의 주장이다.

남은 자들의 투쟁..."조희대 대법원장 책임 묻겠다"

변희재 대표는 "황의원의 유서 내용을 보니 죽음을 이용하라는 거거든요"라며 "5일장을 치르고 엄철 재판부를 완전히 쓰러뜨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여섯 번째 징계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황씨의 항소심 선고일은 11월 20일이었으나 장례 기간을 고려해 연기를 신청했다. 변희재 대표는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재판부로부터 선고받는 것은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1호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았다. 정규재는 과거 변희재 대표와 태블릿PC 문제를 놓고 부딪혔으나, 황씨가 중재 역할을 했다. 정규재는 자신이 진실을 외면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로 빈소를 찾았다는 전언이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도 조기를 보냈다. 변희재 대표와 황씨는 여야 의원들에게 단톡방을 통해 태블릿PC 관련 새로운 팩트를 공유해왔다. 부고도 단톡방을 통해 알렸다.

황씨는 4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와 형이 빈소를 지켰다. 형은 "동생이 가고자 하는 길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도 조문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졌다. 변희재 대표는 "황의원의 뜻을 받들어 태블릿PC 조작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며 "이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곧 사기죄로 윤석열·한동훈을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한 언론인의 극단적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검찰의 증거 조작, 법원의 불공정 재판, 언론의 침묵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다. 황씨가 목숨을 걸고 밝히려 했던 진실이 과연 세상에 드러날 수 있을지, 남은 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