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기후환경 소녀와 무기징역을 받은 대통령

그레타 툰베리와 윤석열의 놀라운 평행이론
탈제도적 욕망과 반제도적 현실 사이

인싸잇=심규진 |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환경을 외치는 젊은 활동가”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정치와 사회운동의 흐름 속에서 그녀는 단순한 활동가를 넘어, 지난 10년간 가장 강력한 글로벌 상징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8년, 스웨덴 의회 앞에서 홀로 시작한 ‘학교 파업’은 몇 달 만에 전 세계 청년 시위로 확산됐고, 그녀는 UN 연단에서 세계 정상들을 향해 “How dare you”라고 외치며 국제 뉴스의 중심에 섰다.

 

TIME지 올해의 인물 선정, 세계 각국 수백만 명이 참여한 기후 시위, 각국 정부의 정책 의제 변화까지. 그녀는 권력도 조직도 없이 글로벌 담론을 움직인 인물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거대한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앙집권적 지도부도, 정치적 권력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하나의 세대 감정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고, 그녀를 중심으로 형성된 운동은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점에서 그레타는 단순한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21세기형 상징 리더십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전혀 다른 영역에 있는 또 하나의 사례가 떠오른다. 제도적 권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일정한 지지층 속에서 상징으로 남아 있는 정치적 인물.

 

바로 윤석열이다. 두 사람은 이념적으로도, 정치적 맥락에서도 완전히 다르지만, 구조적으로는 놀라운 평행선을 보여준다.

 

제도 밖에서 강화되는 상징

 

그레타 툰베리는 조직을 만든 적이 없다. 권력도, 공식적 직위도 없다. 하지만 그녀가 던진 단순한 메시지는 세계적 운동으로 확산됐다.

 

‘Fridays for Future’는 중앙 조직 없이도 움직였고, 그녀는 운동을 통제하지 않았지만, 상징으로 남았다. 오히려 제도권이 그녀를 비판하거나 무시할수록, 그녀는 더욱 강한 도덕적 상징이 되었다.

 

정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다. 제도적 권력을 잃은 인물이 상징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 있다. 현실 정치에서는 패배하거나 제거되었지만, 지지자들의 기억 속에서는 “체제와 충돌한 인물”, 혹은 “박해받은 존재”로 재구성된다. 그 순간부터 인물은 더 이상 정치인이 아니라 하나의 코드가 된다.

 

윤석열을 둘러싼 최근의 현상은 바로 이 구조 안에서 읽을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권력을 상실했고, 법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받은 인물이지만, 동시에 일정한 지지층에게는 체제와 충돌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특히 뉴미디어 환경에서 나타나는 ‘윤어게인’이라는 흐름은 중앙 조직 없이 밈과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는 네트워크적 형태를 보여준다. 인물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상징은 계속 작동한다.

 

탈제도적 욕망과 반제도적 현실

 

그레타가 대표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불신이었다. 기존 정치가 너무 느리고 타협적이며, 미래 세대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분노가 그녀를 상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의 운동은 현실 정치의 의제와 깊이 결합했다. 각국의 기후 정책, 국제 정상회의, 환경 규제 논의는 그녀가 상징화한 감정을 무시할 수 없었다.

 

즉, 그녀의 운동은 탈제도적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제도와 맞물려 움직였다.

 

정치적 상징도 마찬가지다. 제도에 대한 반감 속에서 형성된 상징은 완전히 제도 밖에 머물 수 없다. 선거, 정권 교체, 사면, 정책 변화 같은 현실 정치의 사건들은 다시 상징을 제도와 연결하는 계기가 된다. 상징은 제도를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제도를 필요로 한다.

 

탈제도적 욕망은 제도에 대한 거부에서 출발하지만, 현실화는 결국 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이 현대 정치의 역설이다.

 

상징 주변에 붙는 사람들 - 배후설과 상업화의 유혹

 

상징이 커질수록 반드시 등장하는 현상이 있다. 바로 상징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레타 툰베리의 급격한 부상 과정에서도 이른바 ‘배후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대표적으로 PR 전문가 잉마르 렌츠호그는 초기 시위를 적극 홍보하며 자신의 플랫폼에서 그녀의 이름을 활용했고,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레타는 이를 인지한 뒤 관계를 끊으며 독립성을 강조했다. 조지 소로스 배후설이나 기후 산업 복합체 마케팅 도구설 등도 등장했지만, 결정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논란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음모론 때문이 아니다. 상징이 커지면 그것을 개인의 자산으로 만들거나 상업화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등장한다는 점 때문이다.

 

정치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된다. 윤어게인이라는 상징적 흐름 주변에서도 이를 개인 브랜드로 전환하거나, 영향력과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상징을 대표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중심에 놓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 상징의 본래 메시지보다 이름값을 활용한다.
* 집단적 에너지를 개인 브랜드로 전환하려 한다.
* 네트워크 전체보다 자신의 영향력을 우선한다.

 

그러나 왜 이런 사람들은 결국 무력화되는가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상업화 시도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유는 상징 자체가 비제도적이고 분산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그레타 운동은 중앙 조직이 없기때문에 누구도 그것을 독점할 수 없다. 윤어게인 역시 특정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상징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공유 자산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는 자연스럽게 자기정화 기능을 갖는다.

 

* 상징을 사유화하려는 인물은 점차 주변화된다.
* 과도한 상업화는 반발을 불러온다.
* 결국 상징은 다시 공공재로 돌아간다.

 

상징은 독점되는 순간 약해지고, 공유될 때 강해진다. 이것이 탈제도적 상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상징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전통 정치에서는 권력을 잃으면 영향력도 사라졌다. 그러나 SNS 시대에는 다르다. 상징은 물리적 권력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살아남는다. 사람들은 정책보다 서사를 기억하고, 인물보다 프레임을 소비한다.

 

그레타가 정책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징으로 남듯, 정치적 상징 역시 구체적 현실을 넘어 감정과 정체성 속에서 재생산된다. 특히 젊은 세대의 디지털 문화는 상징을 밈으로 변환시키고,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네트워크로 확산시킨다.

 

그래서 상징은 제도권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는다.

 

그레타의 방식으로 본 윤석열 상징의 미래

 

그레타 현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상징은 스스로 조직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지나친 통제는 상징을 약화시킨다.

 

이 관점에서 보면 윤석열이라는 상징의 미래도 몇 가지 방향이 보인다.

 

첫째, 직접적인 정치 복귀보다 상징의 지속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상징은 끊임없이 등장할 필요가 없다. 배경에 남아 있을 때 오히려 오래 간다.

 

둘째, 개인보다 의제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 법치, 체제 논쟁 같은 프레임이 인물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셋째, 제도적 변곡점(선거, 정권 변화, 사면 같은 사건)에서 상징은 다시 현실 정치와 결합할 수 있다.

 

결국 상징의 미래는 “얼마나 크게 등장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에 달려 있다.

 

상징의 시대, 정치의 새로운 문법

 

기후환경 소녀와 무기징역을 받은 대통령이라는 극단적으로 다른 두 인물을 연결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구조다. 둘 다 제도 밖에서 강화된 상징이며, 둘 다 중앙 조직 없이 확산되는 네트워크를 낳았다. 그리고 둘 다 제도와 완전히 단절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현실 정치의 의제와 맞물려 움직인다.

 

상징은 항상 사유화의 유혹을 받지만, 동시에 네트워크의 공유성에 의해 보호된다. 이것이 현대 상징 정치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오늘날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권력이 아니라 상징일지도 모른다. 제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제도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때로 제도 밖에서 형성된 감정과 서사다.

 

탈제도적 욕망과 반제도적 현실 사이에서, 현대 정치의 미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상징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시 제도가 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전 시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정치 리더십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