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BTS 정국은 취하거나, 욕하거나, 회사 눈치 보지 않을 자유도 없는가

인싸잇=강인준 기자 |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라이브 방송 중 언행을 두고 미디어상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 미디어의 지나친 보도 행태가 일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지난 26일 오전 3시 40분경, 정국이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의 1인 라이브 방송(라방)을 진행하던 중 벌어졌다. 이날 정국은 친구 및 친형 등과 술을 마신 뒤 방송에 나왔는데, 도중 옆에 있는 친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거나, 카메라를 쳐다보며 영어로 욕설했다고 한다.

 

또 정국은 “라이브 할 때 뭘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편하게 하고 싶다. 라이브하고 싶어서 켰다”며 “회사도 모르겠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과거 흡연했던 사실도 고백했는데, “담배 관련해서 얘기하고 싶다. 나 지금 서른인데 이 얘기를 왜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담배 많이 피웠는데 진짜 노력해서 끊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거 얘기하는 순간 회사에서 난리 날 것 같다. 회사랑 얘기된 것도 아니고 답답해서 얘기한 것”이라며 “취해서 이러는 것도 내 성격이고 내 생각 아닌가. 편하게 얘기하자. 회사 신경 쓰지 말자”며 평소 자신이 소속사로부터 언행에 통제받는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렸다.

 

이를 두고 언론 미디어는 정국의 욕설과 음주 라방, 흡연 사실, 소속사에 대한 불만 등을 키워드로 물어뜯기에 가까운 논조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심야 음주 라이브 욕설·소속사 불만 표출」「“야 이 새X야” 욕설… 팬들도 “그만해” 말렸다」「BTS 정국, 결국 선 넘었다」등의 제목으로 등 정국의 이번 행동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국이 마치 소속사에 평소 불만이 상당했다거나, 이번 일이 BTS의 다른 멤버에 민폐이자 선을 넘는 행동으로 방송을 보는 팬들마저도 그의 이런 언행을 말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연에 성공했다고 말한 걸, ‘흡연 라방’이라는 제목으로

 

앞서 언급한 논란이 된 부분은 이날 정국의 라방 총 1시간 30분 중 약 1~2분가량에 불과하다. 이를 제외한 약 1시간 28분은 팬과 화기애애한 소통을 나누고, 본인의 음악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거나, 같이 술을 마신 친구와 노래를 부르는 등 최대한의 팬서비스를 했다고 한다.

 

사실 그 논란의 1~2분을 이렇게까지 문제시할 정도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MBC연예>는 이번 일에 관해 2건의 기사를 작성해 포털에 송고했는데, 기사 제목에는 ‘BTS 정국 욕설 음주 흡연 라방’, ‘BTS 정국, 새벽 음주·욕설·흡연 라이브 방송’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스포츠경향>의 기사는 「정국, 술·담배·욕설 라방 후 “이제 내 방식대로 살겠다” 선언」이라는 내용으로 제목을 실었다. 마치 전후 사정을 잘 모른 채 기사 제목만 본다면, 그가 담배를 피우면서 라방을 진행했다고 오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국은 이번 라방 중에 흡연한 게 아니며, 과거 흡연했지만 노력해서 끊었다고 말했을 뿐이다. 물론 미성년자 때 담배를 피운 것도 아니고, 성인이 돼서 흡연한 과거를 언급한 것이다. 정국은 수년 전 흡연하는 모습이 사진 찍히는 등 팬들 사이에서 흡연자로 잘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사실 정국이 노력해서 담배를 끊었다는 말이 팬들 입장에서는 논란이라기보다, 오히려 격렬한 춤을 추면서 노래하는 직업을 가진 그가 금연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박수를 쳐줄 정도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금연 사실을 언급했다는 걸 언론 미디어들은 논란이라는 표현으로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디어 소비자는 만족한다는데... 미디어 공급자가 부추기는 논란

 

격식을 차려야 하거나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힌 공중파 및 공식 행사 등에서의 방송과는 다르게, 연예인들의 1인 라이브 방송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과 그리고 원하는 주제를 정해 편하게 촬영한다는 특성이 있다.

 

라방 출연 연예인은 꾸며진 이미지를 드러내려 하기보다 평소 가장 가까운 자신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 편안함에 대중 앞에 선 연예인이 아닌, 자신이 뭘 해도 좋아해 줄 팬과의 벽을 허물고 아직 20~30대의 젊은 한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과거 유명 연예인들이 라방 중 가볍게 욕설 또는 비속어를 말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다수의 언론은 이를 부풀려 제목에 ‘논란’이라는 말을 붙여 마치 엄청난 ‘도덕적 흠결’을 운운하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이에 결국 해당 연예인은 공개 사과하고 향후 라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국은 이번에 술을 마신 채 라방을 했다. 물론 어떤 방송이건 술을 마신 상태에서 방송하는 건 사소하더라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어깨에 글로벌 인기 연예인이라는 커다란 짐을 잠시 내려놓은 채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기분이 한층 좋아진 상태에서 가장 먼저 찾은 게 늦은 시간 팬들과의 소통이 아닌가.

 

그가 방송 중 지인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거나, 영어로 가벼운 비속어를 쓴 것은 청소년 팬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아쉬운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비방 또는 모욕하거나, 충격적인 수준의 욕설도 아니었다. 그저 20대 청년 누구라도 친구나 편안한 사람에게 던질 수 있는 가벼운 비속어였다. 그조차도 팬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소통하며 꾸미지 않은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아직 20대 청년의 행동으로 봐줄 수 없다는 것인가.

 

특히 이미 BTS는 데뷔한 지 13년을 향해가는 아이돌 업계에서는 고참 연예인에 속한다. 그런 BTS 안에서도 솔로로서도 파워가 있는 정국이 “편하게 얘기하자. 회사 신경 쓰지 말자”라고 말한 것 역시 굳이 논란으로까지 번지게 할 일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해 팬들의 입장에서 정국의 발언이 “회사가 자신의 언행을 제재하더라도 팬 서비스를 위해 평소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정국의 발언에서는 어떻게 듣더라도 소속사를 패싱하겠다거나 무시한다는 뉘앙스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만약 정국이 그럴 의도가 있었다면 이보다 더 파격적인 언행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연예인이 팬에게 그동안 무대와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평소 자신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이렇게까지 지탄받아야 하는 것이라면, 과연 향후 누가 편한 마음으로 라방을 하겠는가. 이제는 라방조차 꾸며진 모습과 정해놓은 대본대로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지 않을까.

 

평소 연예인에게 유독 언행에 신중하라고 강조하는 미디어의 불합리한 시각도 문제다. 어느 공인보다도 평소 행실과 도덕성에 신경 써야 할 국회의원들의 경우, 동료 의원을 향해 “이 한심한 X끼야”라고 말하거나, “야 임마”라고 외치는 등 애들 싸움을 방불케 한다. 그것도 뉴스와 유튜브 방송을 통해 남녀노소가 라이브로도 볼 수 있는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서 말이다.

 

또 술에 잔뜩 취한 채 도정 회의에 참석해 의회 답변 중 실신까지 한 광역자치단체장도 있었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음주운전까지 한 사람도 있지 않은가.

 

언론 미디어가 1시간 30분의 라방 중 아주 잠깐의 욕설과 금연에 성공한 이야기, 회사 눈치 보지 말고 소통하자는 20대 청년 연예인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잣대만큼, 이들 정치인들의 언행에 대해서는 얼마나 엄격하게 다뤄왔는지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 언론이 조명하듯 정국의 행동에 “그만하라”거나 “실망했다”는 팬들의 반응은 찾아볼 수 없다. 적어도 팬클럽이나 팬커뮤니티 등에서조차 정국에 이번 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거나, 항의한다기보다 오히려 그가 소중한 시간을 내서 팬들과 소통에 나섰다며 옹호하는 분위기다.

 

이에 여느 때처럼 미디어 소비자는 만족하는데, 미디어 공급자만 논란을 키우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