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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의 '복제훈련' 교육

스스로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신뢰와 보람



 맥킨지 & 컴패니는 전 세계 45개국 84개의 사무소에서 약 6,000여명의 컨설턴트들이 활동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경영컨설팅 회사이다. 1933년 5명으로 시작된 조직이 70년이상의 세월을 거치면서 '경영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만들어냈고, '글로벌 소싱'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여 경영혁신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것은 이와같은 맥킨지의 성공신화가 '마빈 바우어'라는 공동창업자 한 사람의 손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일전에 다루었던 삼성물산의 훈련방식이 '적자생존'이라면 맥킨지의 인재육성 방식은 철저하게 '복제훈련'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삼성물산의 경우 '가능성 있고 잠재력 있는' 인재들을 선발하여 그 중에서 적합한 사람을 시스템을 통해 취사선택하는 방식인데 비해 맥킨지는 애초부터 '복제 가능성 높은 우수인력'을 엄선하여 뽑고 그렇게 뽑은 인재들은 팀 구조를 통해 '능력있는 컨설턴트'로 체계적으로 복제해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마빈 바우어'에서부터 시작된 최초의 복제 과정이 6,000여명이 될 때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맥킨지의 일 처리 방식은 크게 3가지 요소로 이루어져있다. 첫째, 수요를 창출해야 하고, 둘째,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며, 셋째, 철저하게 검증되고 계량화된 데이타에 근거한 최적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경영컨설팅 회사는 CRC(구조조정 전문회사)나 VC(벤쳐캐피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의 경우 이미 사업계획 혹은 사업진단이 나와있는 상태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반면, 경영컨설팅은 사람에 비유하면 병원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따라서,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잘 훈련된' 맥킨지 컨설턴트들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해야만 한다. 더욱이, 각 산업 및 기업마다 '진단'도 '솔루션'도 모두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방송 광고 등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바로 여기에 한가지 비밀이 숨겨져있다. '네트워크 영업'과 '구전 마케팅'이야말로 맥킨지 영업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킨지에 소속된 컨설턴트들이 근무하는 기간은 통상 3~5년을 넘지 않는다. 업무가 고되기도 하지만 워낙 회사의 명성이 걸출하다보니 헤드헌터들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기간내에 상당수가 '좋은 자리'로 스카웃되어 간다. 뿐만 아니라 '복제 훈련'을 통해 잘 육성된 인재들은 어느 산업부문에 가건 어느 기업에 소속되건 탁월한 업무능력을 발휘하여 임원이나 최고경영자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바로 이들이야말로 맥킨지의 영업을 돕고있는 사실상의 '사업 파트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킨지에 소속된 컨설턴트들과 맥킨지 출신 최고경영자 혹은 임원들간의 관계(네트워크)는 철저한 '선순환'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최고경영자 입장에서 볼 때 맥킨지의 명성과 전통이 계속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자신의 명성과 몸값을 올릴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함께 일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스카웃해야할 '유망주'들을 미리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컨설턴트 입장에서 볼 때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도출해내야만 이와같은 네트워크 영업 및 구전 마케팅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렇다면 맥킨지가 일하는 방식은 과연 어떠할까?

 이들의 업무는 '포괄적 조사'(comprehensive research), '체계적 진단'(systematic analysis),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 '최적의 솔루션'(optimal solution)이라는 업무 흐름을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포괄적 조사는 그야말로 해당기업의 모든 치부를 전부 드러내면서 완전하게 현장을 파악하는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해당기업의 협조가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만일 해당기업이 자료 열람을 거부하거나 실무책임자 접촉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맥킨지는 프로젝트 수행을 거절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와같은 엄격한 기준 때문에 맥킨지가 아닌 다른 컨설팅회사에게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대신 맥킨지는 '업무보안'이 완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철저한 훈련을 컨설턴트들에게 시키고 있다. '보안사고' 0%의 전통이 있기에 맥킨지는 기업에게 도리어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이다.

 체계적 진단은 '전부'를 '부분'으로 나누고, 문제 해결을 마친 후에 다시 '부분'을 '전부'로 통합한다는 원칙 하에서 이루어진다. 결국 맥을 짚기 위해 각 부문에 대해 진찰기를 대고, 진찰 결과가 나온 후에는 이를 전체 인체구조의 맥락에서 종합적 진단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복제 훈련'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다시 말해 맥킨지 내의 선배 및 동료들과 끊임없이 토의하고, 지적받고, 개선하고, 조율하고... 등의 훈련을 상당기간 쌓으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완전히 몸에 익혀야만 가능하다. 의사가 고도로 전문적이고 훈련되어 있지 않고는 환자를 변화시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다시말해 잘못된 습관, 사고 혹은 업무 흐름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데 '전문성'과 '완결성'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는 결코 고객회사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소싱'이야말로 맥킨지의 오랜 트레이드마크인 '발상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 컨설턴트, 리서처 등 인력은 물론, 자료 하나 하나가 모두 데이타베이스로 연결되어 있어 항상 '최적의 팀'과 '최고의 자료'를 구성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맥킨지가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이에 필요한 인력과 자료는 전세계 네트워크를 타고 최단시간내에 모이게 된다. 그렇게 모인 인력들은 '완벽한 수평관계' 속에서 일을 진행하게 된다. 자신이 본래 소속된 조직 내에서의 위상은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서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각자의 전문분야를 갖고 수평적 관계의 동료로 일할 뿐이다. 서열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직급이나 존칭을 사용하지 않고 이름을 곧바로 부르는 전통은 이와같은 '효율적 팀 구성'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최적의 솔루션'에 있어서 맥킨지가 내세우는 전통은 '고객 감동'이다. 이들은 항상 고객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고객이 곧 맥킨지 발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고객을 감동시키는 전통이 지속되는 한 맥킨지는 항상 일감이 넘쳐날 수 밖에 없게 된다. 맥킨지 컨설턴트들이 계속해서 훈련받는 부분은 바로 동일한 문제에 대해 몇가지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이미 세가지 정도의 솔루션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세가지만 내놓는다면 그 고객은 다시는 맥킨지를 찾지 않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섯가지 정도의 솔루션을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경영컨설팅사가 똑같이 하였다면 역시 감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10가지 이상의 솔루션을 내놓을 경우 곧바로 고객은 감동하게 된다. 솔루션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에게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맥킨지에서 '대안 없는 문제 제기'에 대해 죄악시하는 전통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업무 흐름과 문제해결 시스템이 어떻게 수천명의 컨설턴트들에게 모두 파급될 수 있을까? 그 열쇠가 바로 '복제 훈련'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수많은 팀에 참여하여 함께 일하면서 컨설턴트들은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해야하며 집중적인 문제해결 훈련을 받게된다. 그 과정에서 중도에 팀원이 교체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적의 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컨설턴트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컨설턴트'로 스스로를 변모시키지 않으면 안되고, 그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복제 훈련' 프로그램에 스스로를 편입시킬 수 밖에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최적의 팀'을 이끌어갈 때에는 스스로가 선배의 입장에 서서 후배들을 복제하는데에 전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어쩌면 맥킨지 컨설턴트들의 근무기간이 3~5년 밖에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또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혹독한 '복제 훈련' 기간을 너무 오랜기간 견딘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그 과정에 참여하는 이유는 컨설턴트로서 살아남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이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신뢰와 보람이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 전 제일휴먼리소스 대표, 현 인터넷신문 업코리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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