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대표일꾼은 30일 노사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록 유출과 관련,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노사모 대표 “녹취록 파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죄송”
김 대표일꾼은 전날 밤 10시부터 시작된 노사모 중앙상임위원회를 마친 후 “게시판에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들을 상임위에서 많이 나눴다”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느 정도의 논쟁은 있을 순 있지만 더욱 큰 분란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나아가 자중지란에 빠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공개 발언록을) 기록하고 전파되는 과정에서 제가 경솔하게 판단한 부분이 있었다”고 시인하면서도, “그것을 가지고 트집 잡힌다 하여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중의 하나인 노사모가 흔들려서야 되겠느냐”며 회원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김 대표일꾼은 또 이 문제와 관련해 일부 회원들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사퇴하기 싫어서 사퇴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제가 사퇴하면 누구에게 득이 될 것인지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과 전현직 노사모 핵심관계자들의 만남 당시 녹취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 “한 번 들려지면서 바로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대통령의 말을 기록하여 여러 회원님들께 전해야겠다는 욕구가 생기게 되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일꾼은 이를 보도하는 조선일보의 태도에 대해서도 ‘악랄한 의도’라는 표현으로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오늘 조선일보 조간에 ‘퇴임 후도 정치•언론운동… 고향에 내 기념관 만들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 됐다”며 당시 노 대통령은 “이름이 노사모 박물관이 될지 노무현 박물관이 될지 모르지만 박물관이 들어설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노사모 관련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이 정확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쓴 ‘내 기념관’이라는 표현은 스스로 박물관 건립을 생각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로 몰고 가려는 조선일보의 악랄한 의도”라며 조선일보를 비난했다.
김 대표일꾼은 “그날 노 대통령은 ‘본인은 몰라도 노사모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겸손한 표현을 했다”며 “노사모는 이기는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노사모의 한 핵심관계자는 20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은 대통령 당선 후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회원이 이를 언론에 유출시키고 파장을 확대시킨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를 ‘국민참여 1219(국참)’와의 갈등으로 몰아가며 자중지란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노사모의 내부 분열을 경계했다.
“대표일꾼 사퇴”… “국참은 손 떼라” 책임공방 가열
그러나 김 대표일꾼의 이러한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노사모 내부의 의견 대립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녹취록의 유출 경위를 둘러싸고 명계남 씨와 이기명 씨가 이끌고 있는 ‘국민참여 1219(국참)’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회원들과 애초 녹취록의 존재를 폭로했던 회원의 책임이라는 주장, 그리고 청와대 의전 규정을 어겨가며 녹취록을 만든 김 대표일꾼의 원천적인 책임이라는 주장이 얽혀 있고, 정계개편을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 계파 간의 해묵은 갈등이 재현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아이디 ‘열받은사람’은 김 대표일꾼의 해명에 대해 “썩은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서 했다는 것이랑 똑같아서 구토가 밀려온다”고 비난하고, “노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것이 이 더러운 조직 자체”라며 “사랑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 사랑타령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이디 ‘감자호크’는 “이 사건은 국참회원 ‘톱니’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국참)은 애당초 노사모 회원이기를 거부했다”며 “이미지 정치자영업자의 대표격인 정동영에게 들러붙어 이성을 상실한 채 오로지 현실적인 목표에만 탐닉하는 그들에게는 노사모 회원으로서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kialove5’는 “일이 어찌됐건 폴카님이 먼저 사과를 한 이상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 ‘톱니’님의 입장표명도 필요하게 됐다”며 “이번 사건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고 분란만 가중시키는 일방적인 대표 사퇴요구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사모는 오는 25일 상임위원회 오프라인 회의를 열고 대책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20일 중앙사무국의 관계자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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