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 목록에는 (정전상태에 있는) 한국전의 공식 종료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힌 부시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극우 보수인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는 20일 ‘지만원의 시스템클럽’에 글을 올리고 “아직 진실인지 알 수 없다”며 “한국 일간지들의 보도가 많이 잘 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한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 씨는 “한국전을 종식한다는 뜻은 패키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휴전선이 국경선으로 되는 것, 미군이 나가는 것, 유엔사령부가 해체되는 것, 한미동맹이 무효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슨 이유로든 미국이 평화협정을 제의했다면 이는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한국국민 대부분이 ‘통일은 싫다.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잘 살자’ 이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조금도 위험하지 않으나, 남한의 우익들까지도 통일이라면 적극 옹호하고 나선다. 간첩도 많고, 빨갱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라 미국 편”이라면서 “미국이 PSI로 북한을 압박해가면서 시간을 끌면 아쉬운 쪽은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시기에 부시가 조급한 듯 한 제안, 밀리는 입장에서나 할 수 있는 제안을 했다는 것은 부시가 바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정창인 독립신문 주필도 이날 ‘조갑제닷컴’의 네티즌칼럼을 통해 “전쟁상태 종결, 평화체제 수립, 우선 말만 들으면 좋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실체는 영구분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일을 추종하는 친북반미좌파반역무리들이 김정일에게 북한을 갖다 바치기 위해 국토의 영구분단을 획책하였고, 그것이 지금 실현단계에까지 와 있다”고 말했다.
정 주필은 “평화체제란 것도 알고 보면 북한을 김정일에게 선사하여 국토를 영구히 분단시키자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은 정확하게 번역하면 영구분단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정 주필은 “이들 반역자들, 그리고 반역세력의 반역행각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아프다. 아파도 많이 아프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한편 “하노이 APEC 회의에서 진행된 북핵 국제회담이 매우 심상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한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한국전쟁의 ‘공식 종료’란 곧 ‘정전상태’의 종식이며 ‘평화협정’의 체결 곧 한반도 평화체제의 출범을 뜻하지만, 이는 평화라는 말처럼 그렇게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외군 철수’가 포함되어 있고 이는 북한이 정전 이후 일관되게 주장해 온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도 이날 '조갑제닷컴'에 글을 올리고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전제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부르짖고 더욱이 지금은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상황”이라면서 “미국 측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이란 단서를 달아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먼저 거론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충격적”이라는 심정을 나타냈다.
이어 홍 소장은 “부시행정부가 그동안 북핵 문제에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였고, 더욱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패배한 이후 이런 제안이 공식적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이는 범상하게 넘길 일이 아닌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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