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1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관 애경홀에서 ‘대학생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헤럴드미디어 주최로 홍정욱 사장과 대담형식으로 열린 가운데‘내일을 꿈꾸는 사람들, 그들의 삶과 추억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로 진솔한 얘기가 이어졌다.
지난 20일 고건 전 총리에 이어 두 번째 주자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손 전 경기지사는 합리적이고 서민적인 이미지답게 어려웠던 청소년시절과 이념에 심취했던 대학시절, 그리고 부인과의 러브스토리를 웃음과 감동 속으로 몰아넣었다.
손 전 경기지사는 “용접은 민주화를 위해서 치열하게 내 몸을 던지며 살았다는 내 삶에 대한 긍지”라고 강조했다.
손 전 경기지사는 언론에 용접이 취미라고 알려진 것에 대해서 “유신체제 때 1년 반 가까이 철공소에서 일해 기초적인 것만 할 줄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전 경기지사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비서진이 취미란에 잘못 써서 보낸 것인데 언론에 한 번 나가니 잘 안바뀌더라, 세상에 용접이 취미인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손 전 경기지사는 서울대 시절 운동권 3총사로 불리었던 김근태 의장, 고(故) 조영래 변호사에 대한 추억도 회고했다.
이어 손 전 경기지사는 "조영래 변호사가 애석하게 죽어 안타깝지만 우리 세명은 사회를 인간적이고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손 전 경기지사는 이어 "정당이 다를 뿐이지 젊어서 함께 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는 우정이 깊다"며 "김 의장은 항상 저를 격려해주고 있고, 그런 아름다움이 계속됐으면 한다"고 속마을 내비쳤다.
손 전 경기지사는 또 "김 의장이 도망 다니던 시절, 우리 집사람이 운영하던 약국에 많이 피신하러 온 기억이 있다"며 당시의 생활을 피력했다.
손학규 “차차기는 묻지마라”
손 전 경기지사는 ‘대선주자-대학생들의 만남’에서 지지율이 낮은 것에 대해 “(대선) 차차기를 묻지 마라”고 답변했다.
이어 손 전 지사는 "나에게 차차기를 노리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신은 이명박 전 시장 지지자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냐`고 되묻겠다"며 이같이 반문했다.
손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현 여론조사의 낮은 지지율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으로 차차기가 아닌 차기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뜻으로 분석된다.
특히 손 전 지사는 박근혜, 이명박, 고건 등 경쟁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나는 질문에는 "다 좋고 멋있고 아름다운 분들인데, 어…."라며 곤란한 듯 말을 끝내 잇지 않아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손 전 경기지사는 교육과 관련해 "지금 수능제도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제도적으로 죽이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 전 경기지사는 “내년부터 수능이 9등급으로 나뉜다는데 밴드부, 연극부 등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 나로서는 지금같은 제도였으면 대학에 못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경기지사는 특히 “초등학교 5학년 때 시골서 올라와서 서울 아이들에게 주눅이 많이 들었었다”며 “고등학교 때 밴드반을 하고 연극반 합숙하면서 선배들과 술도 한 잔 하고 어울리면서 외향적인 성격과 사고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손 지사는 이어 `탈선을 통해 외향적으로 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어느 정도의 탈선은 필요하다” “어렸을 때 탈선했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의 유발했다.
특히 손 전 경기지사는 ‘참여정부의 공(功)과 과(過)에 대해선 “저는 더 이상 참여정부의 과에 대해서 얘기하지 말자 이런 생각”이라며 “그리고 지금이라도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1년이나 남았다, 1년이면 무지무지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전 경기지사는 이어 “정계개편을 자꾸 이야기 하는데 지금이라도 정계개편이다, 지금 정계개편해서 다음에 어떻게 정권 연장할까 이런 생각보다는 각 부 장관의 대단한 권력들 또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힘을 발휘해서 해보자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민주화운동 경력을 지닌 손 전 경기지사는 과거 수배시절 부인 이윤영 여사를 만나지 못해 공중전화를 통해 애틋하게 불러주던 노래 ‘꿈길 밖에 길이 없어’를 구성진 목소리로 즉석에서 불러 박수를 받기도 했다.
노래를 마친 뒤 손 전 경기지사는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르면 가슴이 찌릿찌릿하다”며“ 당시 (아내를) 만날 길이 정말 꿈길 밖에 없었거든…"이라며 잠시 옛 기억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싸이월드와 일촌이야기는 역시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손학규를 다섯글자로 말해요’라는 코너에 올라온 대박정치가, 마징가제트 등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손 전 지사는 “제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거기도 일자리 같은 말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해 학생들의 호응을 받았다.
감명깊은 영화를 묻는 질문에 손 전 지사가 영화제목을 잘 기억 못한다며 “흑인 의사와 백인여자의 사랑 이야긴데…”라며 말끝을 흐리자 홍 사장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아니냐고 하자, 손 전 지사는 곧이어 “또 남북전쟁 때 이야긴데…”라고 했다.
이에 홍 사장은 “그건 장르가 좀 큰데요”라고 말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대담 말미에 손 전 지사는 “아, 아까 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요”라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이끌어냈다.
끝으로 손 전 경기지사는 “우리 국민들이 조금만 튕겨주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 열정을 분출시킬 수 있는 사회적인 에너지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손 전 경기지사는 “사회 안에서 이웃을 향해서 베풀 수 있는 사람, 나아가서 세계 속에서도 어려운 나라를 위해서, 또 북한을 위해서 베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자”고 주장했다.
한편 헤럴드미디어는 오는 24일 오후 4시30분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초청해 3번째로 ‘대선주자-대학생들의 만남’행사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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