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23일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와 관련해, “지금 목표는 불이 났기 때문에 우선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며, “종합부동산세 기준 인상은 지금은 손 댈 시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오후 KBS 1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종부세를 목적세화 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계층별로 정책수단과 목표가 달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을 내일 바라보는데 화장실, 욕실, 부엌이 제대로 없는 최저주거수단 미달인 주택이 3백 만 채나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기에 정책 역량과 예산을 집중해야 된다”면서 “중간층이나 ‘내 집 마련’과 좀 더 평수를 늘려가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분양가의 거품을 빼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정 전 의장은 또 ‘민간 아파트까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후분양제를 앞당겨서 하자’는 열린우리당 내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우선 일차적으로 부도덕하고 또 불공정하게 폭리를 취한 공급업자들에 대해서 정부가 존재한다는 것을 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매를 들어야 할 때는 들어야 한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의 부동산 정국에 대해 “지금은 부동산 난국”이라고 규정하고 “단기적으로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단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금 현 정부에서 시행하기는 어렵지만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주택공급을 일관되게 할 수 있는 ‘건설주택부’를 개편을 한다든지 하는 방향으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부동산이나 출자총액제한제도, 이라크 파병 문제 등에서 열린우리당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정책의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책에 관해서 일사불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이런 저런 견해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충분한 토론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의견이 수렴되고 결정되면 그 다음에는 개인의 의견은 좀 줄이고 당의 당론을 따르면 된다”며 “민주적으로 당론을 정하고 당론에 따르고 통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정계개편까지 연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도부의 한계 아니냐, 당 구성원들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서 그런 것은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지금 열린우리당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것을 힘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질문을 피해갔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정 전 의장은 “오는 26일부터 6박 8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방미 이유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열리는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세미나와 존스홉킨스대에서의 강연을 위해서”라고 정 전 의장은 밝혔다.
방미 기간 중 정 전 의장은 헨리 키진저 전 국무장관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전 의장은 이들 두명과의 만남에서 1년 6개월에 걸친 통일부 장관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또 키신저나 페리 등이 미국의 관점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견해도 청취할 예정이다.
그는 이 밖에도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상원의원과 랜토스 하원국제관계 위원장,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미국 조야의 유력 인사들과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의 미국행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대비한 국제적 인맥쌓기용’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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