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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노대통령을 싫어하는 이유

아직도 운동권 1학년 수준에 머물러있는 대통령

대통령은 정책보다는 통치방식에 관심을 가져라

노무현 대통령이 설날을 앞두고 또 다시 글을 발표했다. <진보는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글의 제목 그대로, 주로 진보진영의 경직성을 성토한 내용이다. 그는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필요하면 그것이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채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진보진영의 변화를 촉구했다.

노대통령이 진보진영에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은, 최근 진보진영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노대통령과 진보진영을 분리시키려는 움직임이 거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대중 정권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고려대 최장집 교수,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노선을 지지하는 서강대 손호철 교수 등은 노대통령 때문에 진보진영 전체가 매도당하는 현실에 대해 연이은 비판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최장집 교수와 손호철 교수의 비판 방향은 크게 다르다. 최장집 교수는 주로 노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한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여, 정책 집행력을 크게 떨어뜨리며,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반면 손호철 교수 등은 노대통령이 추구하는 한미FTA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정책의 내용을 비판한다. 손교수의 입장에서는 노대통령의 정책은 한나라당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이중 손교수 등의 정책노선 비판에 대한 재비판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와 개방의 시대에 진보진영이 낡은 사고관으로 오히려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노대통령이 주목해야할 지점은 최장집 교수 등의 노대통령의 통치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어차피 손호철 교수 등은 참여정부 시작부터 그 노선을 달리했고, 노대통령을 지지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좌파 정당 지지자들과 대통령이 직접 노선과 정책투쟁을 벌이는 일은 소모적인 일이다.

오히려 최장집 교수 등은 바로 이러한 노대통령의 메시지 전달방식이야말로 국정을 파탄낸 근본 이유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노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중 압도적으로 잦은 말실수가 꼽히는 점을 보건데, 일반 국민들 역시 이 점을 더 강조하고 있다.

여전히 대통령은 최고 권력기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자리는 그 어떤 대통령제 국가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 노대통령은 틈만 나면 대통령의 권력을 모두 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한국의 대통령은 모든 장관 자리를 독자적으로 나누어줄 수 있다. 또한 연봉 수억원 대의 공기업 간부들을 임명할 수 있다. 모든 국책연구기관과 국정원으로부터 정보를 독점하며, 입법권과 예산편성권까지 갖고 있다. 부통령과 권력을 분점하고, 입법권이 없는 미국의 대통령과도 비교할 수 없는 권력이다.

노대통령은 과연 이러한 대통령으로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려 노력해왔던가? 이 점에 대해서만큼은 노대통령은 역대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더 확실하고 노골적으로 권력을 누려왔다. 대표적인 논란이 바로 코드인사이다.

여당의 주요인사들을 모조리 불러다 장관자리를 나누어주며, 여당을 원격조종해왔고, 선거용으로 장관과 공기업인사를 이용했다. 이는 노대통령 본인도 인정한 일이며, “선거 때문에 좀 봐달라”는 위헌적인 발언까지 한 바 있다.

노대통령은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이라는 말로 변명했다. 바로 그 점이다. 모든 대통령중심제 국가와 모든 내각제 국가에서는 인사위원회를 두어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대통령이 인사를 독점하는 건 잘못된 통치방식이고, 노대통령이 진정으로 민주화세력이라 자부한다면 이것부터 개혁해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인정할 뿐 아니라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목적 아래 오히려 악용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코드 독점 인사정책은 필연적으로 한나라당 등 야당세력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노대통령은 이에 대해서 어용언론과 국영언론을 동원하여 수구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갈등은 점점 더 깊어져갔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벽이 생겼다. 국민통합의 깃발을 들고 당선된 대통령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노대통령이 이렇게 나오니, 이를 감시해야할 진보언론과 진보적 학자들조차 줄서기에 나서며 “나도 한자리”를 외쳤고, 이는 대부분 현실화되었다. 명망이나 실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학자와 언론인들은 보다 더 강력히 반대세력을 비판하면서 출세가도를 달렸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87년 이후, 수많은 정계개편과 정치적 술수를 겪으면서 똑똑해졌다. 노대통령의 통치방식으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제대로 집행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여론도 이의 반영이다.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한 정권은 무얼 해도 안 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 발표된 노대통령의 글을 보면 마치 운동권 1학년 학생이 선배 운동권의 부조리한 모습을 보고 무언가 항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놀랍게도 그는 운동권 1학년이 아니라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점을 잊고 있다. 노대통령은 마치 계급장 떼고 논쟁이라도 해보자는 식으로 말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노대통령은 이미 수많은 인사를 통해 자신에 입맛에 맞는 말을 하는 학자와 세력에 대해 무수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자리를 챙겨주었다. 대통령은 학자 개인이 아니라 수조원의 가치를 움직일 수 있는 막대한 권력이다. 이런 사람과 정당한 논쟁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이런 대통령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선거이다. 노대통령은 지난 총선 이후, 모든 재보궐 선거와 지자체에서 전패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이후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교체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민주주의는 선거의 결과를 존중해야 그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선거에서 패해도, “역사가 판정할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재집권에 연연하지 않고 성실히 국정수행만 하고 있는가?

또 그렇지도 않다. 열린우리당의 내분과 정계개편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차기정권 창출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개헌인데 왜 논의조차 안 하느냐고 생떼를 쓰지만, 노대통령이 정치문제에 개입하고 있는 이상, 이 문제는 야당에서 논의할 수 없다. 노대통령은 이미 정치적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국민들이 왜 싫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백치 대통령

현재의 노대통령의 사고방식으로는 국민의 80%가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 죽었다 깨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이를 조중동 및 진보진영의 부당한 공격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

노대통령은 앞으로 반대세력에 대하여, 국가기관과 어용언론을 동원하여 집중비판에 나설 것이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원칙을 어기고 대통령의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라는 점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더구나 정계개편과 대선에 개입하면, 선거법 및 3권분립이라는 헌법을 위반하는 수도 있다는 점도 모른다. 그는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사실 상 운동권 1학년 수준의 백치이다.

그러면서 노대통령에 대한 반대여론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분열의 리더십이 7% 이상 성장할 수 있는 경제를 4%대로 묶어놓고 있다는 점도 그는 모른다. 이를 옆에서 충고해줘야 하는 충신들은 이미 다 떠났고, 막차라도 타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간신배들로 완전히 둘러쌓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대통령의 비극은 대한민국의 비극일 수밖에 없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당분간 불행할 것이고, 그들의 분노와 냉소는 정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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