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대선주자 이명박 전 시장이 잇따른 후보검증으로 집중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장 재직시절 함께 근무 했던 비서관들 까지 나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선가도에 들어선 정치권의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이 전 시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 지난 16일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를 지낸 정인봉 변호사가 15대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 중 범인 도피죄 부분을 들춰낸 것에 이어 김유찬 전 비서관이 억대의 돈을 받고 위증한 사실을 폭로했다.
김 전 비서관은 또 2월 말 출판할 ‘이명박 리포트’라는 책을 통해 이 전 시장의 사생활, 여자문제, 재산형성 비리 등을 들춰낼 예정이고, 또 내일(21일) 오전 ‘2차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돈을 준 사람과, 시간, 시간, 장소 등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기다가 참여정부까지 나서 이른바 ‘이명박 죽이기’에 가세했다. 국정홍보처의 인터넷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은 16일 ‘실록 부동산 정책 40년: 공공기관-언론-불신의 메커니즘’이라는 글을 통해 뚝섬 개발을 들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아파트값 폭등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 여권과 탈당파들은 “폭로 내용의 진위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에 감사원이 서울시에 대한 감사를 착수한 것과 관련, 그에 대한 발표가 3월로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사에는 청계천 복원공사, 상암동 DMC 건설, 뉴타운 개발, 중앙 버스차로제, 환승체계 개편, 노선 운영 및 버스 재정 보조금 집행실태에 등이 감사 대상으로 포함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 이명박 X파일’ 중 하나로 거론되는 ‘에리카 킴-김경준 남매와 얽힌 금전문제’도 조만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에리카 킴의 동생인 김경준 씨가 3월 중 귀국해 이 전 시장과 함께 주가조작을 한 혐의에 대해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져 또 하나의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명박 네거티브 공작’ 배후에 청와대 움직인다?
한편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검증 공방에 한 치도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19일 미국방문을 마친 직 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시장이 자신의 책임론을 거론한 것에 대해 “어거지로 지어내서 하는 것도 네거티브”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자칫하면 '진실공방'에 말려들 것을 우려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20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조직적 배후설’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이명박-박근혜 양진영간의 전면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 정두언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정인봉 변호사가 그 전에 김 씨(김유찬 씨)를 만났고, 2월 5일 날 캠프에서 정 변호사를 포함해서 15명의 의원들이 모여서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정 변호사가 황당무계한 기자회견을 했다. 또 그 날 저녁에 박사모가 전 회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린다”며 “이는 누가 봐도 조직적”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뒤이어 출연한 박 전 대표 측 이혜훈 의원은 “우리는 김 씨와 일면식도 없고 그가 쓰는 책의 내용도 본 적이 없다"면서 "정 변호사가 몇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김 씨를 만난 것을 갖고 확대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공작”이라고 대응했다.
한편 정가에서는 이 전 시장을 향한 '네거티브 공작'의 배후에는 박 전 대표 측이 아닌 청와대가 직접 나서 움직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청와대와 이명박 측과 이야기가 오고 갔으나 결국 얘기가 잘 되지 않았고, 정인봉 변호사가 주장했던 X파일 중 일부는 청와대로 부터 한나라당 모 의원에게 전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이같이 사실에 대해 박 전 대표 측도 부인하지 않아 ‘청와대 개입설’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한 관계자는 20일 기자와 만나 “정인봉 건이나, 김유찬 건 역시 캠프에서 직접 나선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정인봉 변호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큰 건이면, 오히려 폭로하지 않고 기다려주길 바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캠프에서는 이 전 시장을 둘러싼 의혹을 전담해 파헤칠 능력은 없다”면서 “청와대가 뒤쪽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거의 100%라는 것은 캠프 쪽에서도 나오고 있는 얘기”라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일했던 사람 중 이명박 시장의 95년 선거법 위반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향후 예고되고 있는 감사원의 발표, 서울시장 재직시절 비서관 등의 기자회견에 대해 “공무원의 신분상으로 보아 캠프 쪽이 직접 동원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은 캠프에서 김유찬 씨의 2차 기자회견을 지켜보겠다는 상황”이라면서 “이 전 시장의 화살을 우리 쪽으로 넘기고 있는 이상, 검증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당 쪽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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