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탈당파 중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민생정치중심모임’은 2일 “4.25 재보선은 민생개혁세력의 대통합과 대선승리를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단일후보’를 주장하고 나섰다.
모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화성, 대전서을, 전남무안신안 세 곳의 보궐선거에서 민생개혁세력이 연대해서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며 “이를 협의하기 위한 제정파 시민사회의 대표자 연석회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8일 동교동 사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 후에 나온 것.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민생모임이 단일한 통합정당을 만들거나 최소한 선거연합을 이뤄내 단일한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훈수했다.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민주당 등이 연합해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 지 않다. 한나라당은 ‘전, 현직 대통령의 언행이야 말로 역사를 퇴행하는 것’이라며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국민이지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 다음 대통령은 국민에게 전적으로 맡길 것을 당부한다”며 DJ를 겨냥했다.
한편 현재 범여권 통합의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이 스스로 후견인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인터뷰, 기고 등을 통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며 ‘열-민통합’을 주장하는 발언을 연이어 하고 있다.
김홍업 출마가 범여권 통합의 구심점?
최근 4.25재보선과 관련, 무안신안 지역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씨의 무소속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기 때문. 열린우리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김 씨를 연합후보로 내세우자’는 얘기도 나온다. 추미애 전 의원 또한 연합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실세였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장관의 특별사면을 시작으로 동교동계는 모임을 가지는 등 적극적으로 세 규합에 나선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계개편에 관여해 범여권통합의 역할을 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당 배기운 사무총장은 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권 전 고문과 박 전 장관의 민주당이 주장하는 통합에 동의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도움'은 “그분들이 접촉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과 함께 신당을 창당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 총장은 "(권 전 고문, 박 전 장관은)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많이 움직이신다"고 주장하며 DJ가 범여권 통합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동교동계는 작년부터 김홍업 씨를 내세워 통합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고, 대선 정국의 구심점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뇌물수수로 구속기소 된 바 있는 김 씨는 이번 출마를 통해 개인의 명예회복보다는 대북 특검으로 무너진 햇볕정책 등 을 바로세우겠다는 기치를 내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가장 고민에 빠진 것은 민주당이다. 일단 후보를 내겠다고는 한 상태지만, 통합을 주장하는 원내를 중심으로 김 전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호남이 DJ 사당화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신안무안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DJ가 내려와 지지유세를 한다 해도 100%당선될 것이라는 것은 옛말”이라며 “지역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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