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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창 특파원 = 북한과 미국이 오랜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공식 회담을 5일 오후(한국시각 6일 오전) 뉴욕에서 시작한다.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지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던 북미 양측은 북핵 2.13합의에 따라 실로 4년 반 만에 양자만의 테이블에 공식적으로 마주앉아 역사적인 수교논의의 첫 단추를 꿰는 셈이다.

물론 지난해 말 이후에도 북미 양측간 회담이 베이징과 베를린 등에서 열렸지만, 이는 `6자회담의 맥락에서' 북핵 협상의 사전 조율을 위한 것이었던 반면, 이번 회담은 명실상부한 양국간 관계정상회 회담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무게가 다르다.

특히 2.13 북핵합의를 이끌어낸 장본인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이번 회담의 수석대표로 마주 앉아 이들이 북미관계정상화를 둘러싸고 어떤 협상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번 회담은 2.13 합의 이후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기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열리는 것이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의제와 일정을 정하는데 주안점이 주어질 예정이어서 구체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미 당국자들은 말하고 있다.

일단 양측이 관계정상화를 이룩한다는 큰 원칙을 확인하고, 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걸림돌들을 제거하는 의제들을 정하며, 향후 회담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형식과 일정을 짜는 정도가 이번 회담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2.13 북핵합의의 이행이 급물살을 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시동이 걸리고 있는 각종 실무그룹들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의 회담 테이블에 올려질 의제들은 그리 간단한 문제들이 아니다.

우선 미국측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제기해온 핵, 미사일, 테러, 마약 등 불법활동, 인권문제 중 핵문제만 한반도비핵화 실무그룹에 넘기고 나머지는 모두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의 협상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13 합의문에는 특히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 포기를 입증하는 방안으로 대적성 국 교역법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는 문제를 다루도록 규정해, 이들 문제 역시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에 대해 미국측은 그동안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이후 테러활동 지원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이미 북한을 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위 한 검토에 착수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상황에서 북일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에서 납북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기 전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미국 내 법규정 절차를 모두 거치고 분명한 증거를 확보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미사일 문제도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은 북미간 현안의 성격이 크지만 중.단 거리 미사일은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는 일본 등 주변국들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북미실무그룹에서만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 문제도 방코 델타 아시아(BDA) 사건 해결만으로 다 풀린 게 아니며, 미국은 북한의 불법활동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추적해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실무회담 기간에 6자회담 장기 공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BDA문제 해결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이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문제도 검토를 시작한다는 것이지 초기조치 단계에서 결론을 낸다는 건 아니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이처럼 산적한 의제들을 단숨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으며,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북한 문제는 순식간에 냉각되기 일쑤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여러 가지 변수들이 얽혀있는 북미 관계정상화가 논의가 순탄하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당장 북한측 대표단의 뉴욕 도착에 맞춰 터져나온 유엔개발계획(UNDP)의 대북사업 전면 중단 발표가 이번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하지만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의 협상이 앞으로 어떤 전개될지 여부와는 별도로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대표들이 상대국을 오가며, 핵심 현안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뉴욕에서 시작된 첫번째 회담에 이어 평양에서 다음번 회담이 열리고,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하면 양측간 신뢰가 쌓이고,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북핵 6자회담도 더욱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힐 차관보 뿐 아니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나 존 네그로폰테 국무 부장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등의 북한 방문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북미관계 급진전의 기대를 반영한 관측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미간 현안들이 다 풀리기 이전이라도 상호간 고위급 특사 방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 등의 호의적인 조치들이 성사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북미 양측이 양자간의 당면 걸림돌들을 하나씩 제거해 마침내 상호 관계정상화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점치기는 이르지만 양측이 오랜 반목을 접고 테이블에 마주앉아 수교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담의 의미는 크며, 첫 단추가 어떻게 꿰어질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lk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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