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내달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앞서 ‘전국시도당대의원대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대 후보자 들이 속속 공식출마선언을 하면서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통합’의 방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당의 향후 진로가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총선 이후, 분당사태로 인해 제 4정당으로 머물렀던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통합신당’의 핵심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4.3 전대에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통합신당과 관련, 규모, 시기 등의 본격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장상 대표, 박상천 전 대표, 심재권 전 서울시당위원장, 김경재 전 의원, 김영환 전 의원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11석의 원내에서는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소수정당인 만큼 원내보다는 원외가 더욱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대는 원내의 지지를 두루 받고 있는 장상 대표와, 경륜을 내세우며 반(反) 장상세력을 흡수하고 있는 박상천 전 대표의 ‘양강구도’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시도 당 대회에서 박 전 대표 세력이 대거 당선되면서 비교적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한화갑 전 대표의 의중, 본격적 개헌정국, 4.25 재보궐선거 김홍업 씨 연합공천,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 등 변수가 많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편 지지율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는 민주당은 당 진로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분열까지 대두되고 있다. 과연 누가 최종 당심(心)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월 대선, 민주당 독자후보 VS 통합신당 후보
먼저 장상 대표는 당 내 ‘중도개혁세력통합추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통합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열-민이 기득권을 버리고 제3지대에서 통합하자”는 이낙연, 김효석 의원 등과 함께 실질적으로 방향을 함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등, 행보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또 정치경력의 많지 않다는 점, 민주당 입당시기가 짧은 점도 단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지자들은 "한화갑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이후, 공동대표였던 장 대표가 대표직을 승계 받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지난달 23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장상 대표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하기도 했다.
원내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장 대표가 불리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원내와 실질적으로 투표를 하는 상당수의 당원들과 괴리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도로 민주당이 어떻냐"며 ‘민주당 자강론’을 거듭 주장해온 한 전 대표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내가 탈당해서라도 통합신당에 합류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후 당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 이를 반증하는 사례. 이런 방식의 통합은 통합이라기보다는 사실 상의 민주당의 해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당 사수파로 알려진 박상천 전 대표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중심의 ‘중도대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내부 개혁을 하고 세력 확대를 하거나, 또는 밖에서 만들어지는 중도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원내에서 주장하고 있는 제3지대는 중도정당에 유해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은 해체가 불가피하나, 민주당은 탈당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는 통합을 위해서는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등 참여정부의 일등 공신은 배제해야한다는 확고한 입장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실질적으로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통합의 대상인 열린우리당 측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한 인사는 기자와 만나, “박상천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전근대적인 당운영방식을 고집해온 사람”이라며 “그가 당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과 함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박상천 전 대표는 민주당 분당 시, 열린우리당 창당의 명분을 제공했던 사람"이라며, "구태 정당 개혁을 외치고 나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박상천 전 대표가 주도하는 민주당과 다시 결합하는 건 명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통합이라는 구호와 달리 민주당의 호남자민련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카드란 것이다.
나아가 김경재 전 의원은 더욱 강경하다. 김 전 의원은 ‘건강한 민주당 만들기 3단계 전략’을 주장하며 “전당대회를 통해 전체 당원들의 단합된 힘을 결집시키고, 전대에서 선출된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의 체질개선을 강화한 다음, 금년 12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지지도가 적을 경우, 'DJP 연합' 같은 민주당 정체성 지키는 정치적 합작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전 의원은 현 지도부와도 확고히 선을 긋고 있다. 그는 범여권 통합을 주장하는 현 지도부를 겨냥해 “민주당의 진로, 운명을 소수 몇 사람이 밀실해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비판하며 “2년 전 전당대회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를 배신한 열린당과 통합하지 않는다’고 결의한 만큼, 당시 사수결의는 지금 이 순간도 유효하며 파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 의원의 이러한 정계개편 방향에 대해 ‘뜬구름만 잡는 격’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지율 3%에 머무르는 정당이 실질적인 활로를 모색하지 않은 채, 민주당의 역사성, 정통성만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독자노선에 대해서는 박상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호남자민련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우리가 제대로만 하면, 어차피 우리 민주당으로 세가 모일 수밖에 없다. 노대통령과 결별한 열린우리당 세력이 갈 곳이 어디 있겠냐"며 느긋한 입장이다.
심재권 전 서울시당위원장은 “현 지도부의 기득권 지키기, 나눠 먹기식 ‘단일지도체제’ 자세로는 결코 민주당의 부활을 이룩해 낼 수 없다”며 “대표로 당선되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 준하는 대표단을 구성하고, 통합노력과 병행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 전 의원은 실질적으로 세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김영환 전 의원 역시 민주당 중심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선후보 선출방식은 다르다. 그는 “국민들은 민주당의 현실적 한계 역시 꿰뚫어보고 있다”며 실질적인 대안으로 ‘투 트랙론’을 제시했다. 통합노력과 함께 민주당 독자 후보를 내 대선준비를 병행하고, 민주당 독자 후보와 외부영입인사가 함께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대선 후보로 선출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김 전 의원은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번 전대에서 큰 걸림돌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9월 고건 전 총리의 지지도가 상승세를 달릴 때 뷰스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정치세력의 기계적 통합이 아닌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신당창당을 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열린당은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고 민주당은 완전히 식상한 상태가 되버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홍업 출마에 대한 입장이 통합 진정성 판가름할 듯
민주당 당권 주자들의 통합론은 아직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주자들이 상황에 따라서 말을 바꾸고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호언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통합론보다 한화갑 전 대표의 지역구인 무안신안에 DJ차남 김홍업씨의 출마에 대한 대응이 더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 될 전망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통합론을 제기하는 장상 전 대표는 '프리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결정난 것이 없다"며 답을 피해갔다. 그러나 DJ와 이희호 여사의 오랜 관계, 그가 주장하는 통합론의 방향을 고려한다면, 김홍업씨의 무소속 출마 시 민주당 공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측이다.
김홍업씨 출마에 가장 가장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주자는 김경재 전 의원이다. 그는 "김홍업씨는 좋은 사람이나 정계진출하려면 18대 출마하는 것이 옳다"며 잘라말했다. 김영환 전 의원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앞으로 20여일 정도 남은 민주당 전당대회는 통합에 대한 입장과 김홍업씨 출마 문제로 점차 더 뜨거운 접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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