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력대권주자 손학규 전 지사가 “당경선준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대권 후보를 둘러싼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손 전 지사 측 대리인 정문헌 의원은 13일 ‘탈당가능성’까지 언급하는 한편, “박근혜-이명박 양 후보 중 한 명을 지원할 수도 있다”며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준위에서 기존의 안을 밀어붙이고, 이것이 우리 판단에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9월경선-100만 선거인단'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국민참여 비율을 현행 5대5에서 적어도 6대4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시기 문제는 본선 승리 차원에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합의안이 어떻게 도출되느냐에 따라 조금의 여지는 있다"면서도 손 전 지사 측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경선불참, 특정후보 지원, 탈당 등의 각종 행동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는 뜻으로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그는 “탈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국내 정치가 예상치 않은 변수에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상황을 예단하기는 좀 어렵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동안 탈당설과 관련, 0%의 가능성도 없다며 전면 반박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정 의원은 또한 ‘경선에 불참해도 당에 남아 양대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상황에선 우리가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손학규 전 지사가 ‘경선불참’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서면서, 한나라당 빅3가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3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당 내에서는 “당 내소장파의 경선불참으로 대선후보 경선자체가 성사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개혁적인 성향의 후보들이 없는 한 경선흥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손 전 지사의 탈당설은 거듭 제기돼왔다. 갑작스러운 ‘햇볕정책 지지’ 발언, ‘언론사 세무조사’ 발언 등에 대해 “탈당을 위한 명분잡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각에선 범여권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당 밖’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대세론’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과, 두터운 당심(心)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대표 양강구도로 손 전 지사가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민심대장정 이후 좀처럼 지지율 5%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것도 탈당설에 더욱 불을 당기고 있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당을 나간다 안 나간다 하는 얘기 자체가 후진적 정치"라고 ‘탈당설’을 일축했다.
한편 당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한 뒤 당에 남을 경우 박근혜 전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명박 시장과 함께하는 한 이미지가 비슷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 그러나 이날 정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박 전 대표 지지를 선언할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에 대해 “누가 그런 설을 흘리는 것 같은데 연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반대로 손 전 지사가 탈당할 경우, 당의 경선방식을 두고 포용력, 유연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대적으로 지지층이 넓은 이명박 전 시장 측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 손 전 지사와 원희룡 의원 등이 당에서 이탈했을 때, 한나라당은 보수회귀 정당으로 낙인 찍일 가능성이 높아,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개혁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이 전 시장 측으로 당심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당의 위기가 고조되면, 오히려 당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박 전 대표 쪽으로 대의원이 몰릴 거란 예측도 있다. 박 전 대표 측의 언론담당자는, "늘 박근혜는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당을 구해낸 경험이 있다. 만약 손 전 지사가 탈당하여 한나라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면, 박근혜 밖에 없다는 여론이 조성될 것이다"라며 불리할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손 전 지사는 또 최근 내부 회의에서 “혹시나 내가 누구 선대위원장이나, 총리나 맡아서 다음에 어떻게 해 볼 걸로 생각하지 말라. 난 하는 데까지 하고 아니면 정치 안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지지율 추이가 계속된다면, 한나라당의 상황은 당 분열까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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