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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장'에서 열린 인혁당 32주기 추도식


"그날 이후 우리들에게 봄은 사라졌어요"
1975년 긴급조치 위반 등 혐의로 사형을 당한 고(故) 하재완씨 등 8명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 연루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이후 처음으로 9일 오후 이들이 숨진 옛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앞에서 추도식이 열렸다.
빛바랜 붉은 벽돌의 서대문형무소가 보이는 독립공원 잔디밭에서 열린 32주기 추도식이 진행되는 내내 희생자 미망인들은 뒤늦게나마 명예를 회복한 남편을 떠올리는 듯 고개를 숙인 채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73)씨는 "그 동안 고생한 걸 생각하면 분하고 억울할 뿐"이라며 "역사가 올바르게 기록되고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는 일이니 다시는 봄 기운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정부를 대표해 정진호 법무부차관이 찾아와 김성호 법무부장관의 추도사를 대신 낭독하며 32년 전의 `사법살인'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추도사에서 "사법행정을 책임지는 법무장관이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것은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부 차원의 약속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역사의 진실을 규명해서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맺힌 한을 풀어드려야 진정한 용서와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추도식을 마친 이들은 서대문형무소의 구석에 설치된 단층 짜리 목조건물인 사형장으로 이동해 헌화하며 이곳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8명의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밧줄 올가미가 드리워져 있는 어두컴컴한 사형장에 들어서며 미망인들 가운데 일부는 지난 30년 동안 쌓인 한이 북받치는 듯 오열을 터뜨려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추도식이 매년 열리긴 했지만 사법부의 무죄판결을 받고 나서 처음 열리는 이번 추도식은 희생자들께서 사형을 당하신 현장에서 열려 처음 치러진 제대로 된 제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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