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미군과 한국 정부가 피난민들에 대한 통제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한 것을 입증하는 문서가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대책위원회에 의해 공개됐다.
대책위는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피난민 통제'를 안건으로 가진 회의와 관련된 문서 3건을 공개했다.
대책위가 공개한 문서는 노근리 사건 전날인 1950년 7월26일 대구 정부청사에서 열렸던 피난민 통제와 이동에 관한 회의내용 요약본, 미 8군사령관이 회의 내용을 설명하며 극동사령관과 신성모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문서 각 1건씩 등 모두 3건이다.
회의내용 요약본에 따르면 미대사관 1등 서기관, 미 8군의 대령과 한국의 내무부차관, 사회부 차관, 경찰 국장 등이 참여한 회의에서 ▲ 한국 경찰이 피난민의 흐름 통제에 관해 사령관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에 배속 ▲ 도시ㆍ마을ㆍ지역으로부터의 (피난민의) 이동은 사령관의 허락 없이는 금지 ▲ 도로상의 통제 지점을 설정하고 밤시간 한국인의 이동에 대해 통행금지 엄격 집행 등이 논의됐다.
미 8군사령관이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문서에는 이러한 논의가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됐으며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으며 미 8군사령관이 극동사령관에게 보내는 문서에는 `우리의 전방 지역에서 전선을 통한 피난민의 이동은 금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책위는 이날 "한국 정부 노근리 진상조사단의 일원이었던 정부 관계자로부터 관련 자료가 담긴 CD를 입수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으며 "문서들은 직접적으로 `살상 명령'에 관한 부분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피난민에 대한 `엄격한 통제' 방침을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민간인에 대해 살상 명령을 하달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지난 13일 "`미군 당국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 방어선에 접근하는 피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침을 세웠다'는 내용이 담긴 1950년 당시 존 무초 주한 미국 대사의 서한을 입수했지만 한미 모두 진상조사 보고서에 이 사실을 담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미국측은 이에 대해 "승인되지 않은 정책이어서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대책위의 정구도 부위원장은 "해당 문서는 전쟁 당시의 문서가 한국어로 번역된 것으로 미뤄 2001~2002년 진행된 한미 양국진상조사단이 입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진상조사 보고서에는 담겨있지 않은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노근리 사건 진상조사가 허위였음이 판명나고 있는 만큼 양국은 이 사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곡계굴 사건 대책위와 둔포 미군 양민학살 사건 대책위, 송골해변피해자 대책위 등 한국전 당시 미군의 양민학살 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이들 단체는 "한미 양국 정부가 양민 학살사건에 대한 전반적이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연대를 통해 공동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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