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5일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참석하는 대규모 군 열병식과 퍼레이드를 가졌다.
특히 이날 열병식에는 미사일 부대까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북한이 군 열병식에 미사일을 동원한 것은 1992년 군 창건 60주년 열병식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6시 녹화중계한 열병식에는 4개 종류의 미사일 48기가 공개됐으나 탱크나 장갑차 등 기갑부대나 중화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중 2개 기종은 스커드미사일과 단거리고체추진미사일로 알려졌으나 나머지 기종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도 "현대적인 공격 수단과 방어 수단을 갖춘 인민군대의 불패의 위력을 과시하며 로켓 종대(부대)들이 광장 주석단 앞을 지나갔다"고 전했다.
북한이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를 이유로 2.13합의 초기이행 조치를 미루고 있는 가운데 미사일을 동원한 무력 시위를 한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군사강국을 과시하는 체제 결속용이라는 분석과 함께 미국 등을 겨냥한 대외 압박용이라는 관측이 교차하고 있다.
북한은 2005년 당 창건 기념 열병식 때나 1997, 2002년 군 창건 65, 70주년 기념식 때는 미사일 등 특별한 군사 장비의 동원 없이 열병식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는 북한 육.해.공군 부대들과 조선인민경비대, 노농적위대 및 붉은청년근위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비롯한 각급 군사학교 부대들이 참가했다.
김격식 군총참모장은 열병식 연설을 통해 "오늘 미 제국주의자들의 변함없는 대조선 압살 책동으로 말미암아 우리 나라에서 전쟁의 위험은 결코 가셔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 인민군대는 높은 혁명적 경각성을 갖고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에서 적들의 일거일동을 예리하게 주시하며, 만약 미제가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놈들을 일격에 격멸소탕하고 민족의 최대 숙원인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기어이 이룩하고야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본 반동들을 비롯해 미제의 반공화국 책동에 편승하는 추종 세력들도 우리 인민 군대의 전투적 위력과 영웅적 기질을 똑바로 알고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전체 인민군 장병들은 전투 준비와 전투력을 백방으로 다져 조국의 방선을 금성 철벽으로 지켜야 한다"면서 "전군은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병식 행사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되고 '김정일 장군의 노래'가 연주되는 가운데 시작됐으며, 김격식 총참모장의 연설 이후 대형 김일성 초상화를 선두로 각급 부대들의 열병 행진이 이어졌고, 김정일 위원장은 주석단에서 열병 부대들에 답례했다고 북한 방송은 소개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은 김일성, 김정일 동지가 쌓아 올린 불멸의 업적을 더욱 빛내이며, 당의 영도 밑에 혁명 강군으로 자라난 인민군대의 무적필승의 위용과 혁명의 수뇌부 두리(주변)에 뭉친 천만군민의 일심단결의 위력을 힘있게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열병식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위독설이 나돌았던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 겸 국방위 제1부위원장, 김영일 내각 총리, 김영춘.리용무 국방위 부위원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최영림 최고인민회의 서기장, 전병호.최태복.김국태.김중린.김기남 당중앙위 비서, 곽범기.로두철 내각 부총리,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장, 류미영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등 당.정.군 고위 인사들과 북한주재 외교단, 국제기구 대표들, 해외 동포 등도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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